천천히 읽는 것이 좋은가, 빨리 읽는 것이 좋은가? ②
맛있는 리딩
기사입력 2010.04.22 18:55
  • 책 한 권을 읽는 데에도 며칠씩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책의 내용을 음미하며 읽느라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글을 천천히, 꼼꼼하게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천천히 깊게 읽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판되는 서적들만 해도 수십 권에 이른다. 그런 책들은 한결같이 속독은 금물이라고 나무란다.

    그런데 과연 천천히 읽어야만 이해가 잘 되는 것일까? 빨리 읽으면서도 깊게 읽을 수 없을까?

    1. 일단 빨리 읽으려고 노력하라
    독해력 향상 프로그램에서 제일 먼저 시도하는 것이 대개 독서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아무리 빨리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한번을 읽어도 정독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읽기속도에 대해 흔히들 범하는 오류다. 천천히 읽는다고 이해가 잘 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글을 느리게 읽는 사람은 대개 집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눈은 텍스트를 향해 있지만 내용은 마음에 와 닿지도 않고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빠르게 읽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 뇌는 권태에서 벗어나고 부수적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져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느리게 읽는 사람 중 다수는 낱자 단위로 읽거나 한 단어씩 읽는 등 한 번에 읽고 이해하는 범위가 좁다. 글은 한 단어가 다른 단어들과의 연관을 맺음으로써 의미 있는 진술을 하게 되는데 우리의 뇌가 한 단어 한 단어씩 의미를 받아들이게 될 경우, 너무 적은 양의 정보를 조금씩 얻게 되어 전체 의미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보통 때 영화나 텔레비전 등을 보면서 정보를 신속하게 받아보던 사람들은 한 단어씩 읽는 느린 독서로부터 얻는 정보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어 독서는 짜증이 나고 지루한 활동이 되는 것이다. 만약 한 번에 4~5단어씩 읽을 수 있다면, 즉 빨리 읽게 되면 앞뒤 문장의 연관 관계 속에서 전체의 의미를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이해도는 높아지고 독서를 흥미있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흔히들 잘 이해하기 위해서 정독을 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이해수준을 벗어나는 글은 여러 번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이해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텍스트의 쉽고 어려움에 달려 있다. 텍스트가 쉽다는 것은 텍스트의 내용이 뇌에 저장된 지식과 유사하여 쉽게 기존 지식과 융합하기 때문이고, 텍스트가 어렵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이 뇌에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어렵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지식이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을 스키마(Schema)라고 하는데,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에 따라 읽는 내용이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에 비해 읽기 속도가 빠르고 이해의 폭이 넓다. 즉 읽는 글의 내용이 쉬워진다. 이해도를 높이는 스키마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빨리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정리를 해 보면
    1. 두뇌의 권태를 막고, 정보처리 능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2. 빨리 읽는 것이 의미구조 형성에 유리해 이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3. 이해력의 관건인 스키마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빨리 읽어 많은 정보를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 어떻게 읽기속도를 높일 수 있나?
    읽기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어를 덩어리로 묶어 읽어서 그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눈이 글을 지각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 6cm 내에는 보통 4,5개의 단어가 들어 있다. 우리가 순간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사물의 개수는 4~9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6cm 내에 있는 글자는 충분히 묶어 읽어 이해할 수 있다.

    한 단어씩 읽는 것에서 벗어나서 한 행의 1/2정도씩(약 6cm) 읽어나가는 연습을 꾸준히 하게 된다면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결국 그렇게 읽어 이해하는 데 성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읽는 것에 성공하게 되면 사람의 노력에 따라서는 한 행을 한꺼번에 읽을 수도 있다. 한 단어씩 읽는 읽기 습관을 제거하고 지각시야에 들어 있는 단어군을 한꺼번에 읽을 때 앞뒤 문장의 연관 관계 속에서 전체의 의미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3. 목적에 따라 읽기속도를 조절하며 읽어라
    글을 ‘잘’읽는 사람은 어떤 글은 천천히, 어떤 글은 빠르게 읽는다. 천천히 정독하며 읽어야 할 글이 있고 단시간 내에 속독 또는 통독하며 읽어야 할 글이 있다. 글의 종류에 따라서 또는 글을 읽는 목적에 따라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능숙한 독자라고 할 수 있다.

    ※ 맛있는리딩 언어연구소 연구원 홍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