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혜정 씨(32세)는 장애인이기도 하고, 장애인이 아니기도 하다. 첫돌이 지날 무렵 얼굴과 손에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세상은 그를 장애인으로 인정해주지 않았고, 아무런 (장애인) 혜택도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를 외면하고 차별했다. 어디에도 낄 수 없었던 ‘외계인’. 그러나 그녀는 쇼트트랙을 통해 매정한 세상을 이겨냈고, 지금은 장애인 청소년들이 자신처럼 스케이팅으로 장애를 극복하도록 돕고 있다.
-
-장애아들을 가르친 건 언제부터인가요?
“지난해 3월, 수원 탑동아이스링크로부터 제의를 받았어요. ‘기회다’ 싶었어요. 제가 겪었던 감정을 그들도 겪고 있을테고, 아직 극복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거라 자신했습니다.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는 자폐, 청각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을 앓고 있는 청소년 30여 명에게 스케이팅을 가르치고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일텐데요.
“온몸이 상처투성이에요. 우리 아이들은 겉모습은 멀쩡해 보이지만, 힘조절 능력이 없거든요. 스케이트 날에 수없이 찧겨요. 또한 끊임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다보니 성대에 이상이 생겼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저를 끌어당겨요. 너무 순수하고 귀엽거든요.”
송 코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팅을 시작해 중학교 때 쇼트트랙으로 종목을 전환했다. 뛰어난 재능으로 중학교 2학년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혔고, 고교 2학년때는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4개나 딴 전이경 등과 함께였다. 화상으로 한쪽 코가 심하게 눌려 호흡이 힘들었던 그는 남들이 한번 숨 쉴 때 열 번은 들여마시며 트랙을 돌았다. -
-장애에도 불구하고 선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유치원 입학식 때 한 남자애가 플라스틱 총을 겨누며 “넌 안돼”라고 하더군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매일 울었어요. 그때 스스로 제 자신을 ‘외계인’으로 인정하기로 했어요. 그렇다면 ‘더 강한 외계인이 되자’고 결심했고,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스케이팅으로 승부를 걸고 싶었어요.”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장애인에 대한 교육은 정말 어릴 때부터 필요해요.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말이 상대방에게는 평생 짐이 될 수 있거든요, 저처럼요(웃음). 그러나 장애인을 불쌍히 여기는 눈으로 바라보지는 말아주세요. 그들에게는 이해의 눈길이 필요합니다.”
-장애인들에게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어요. 운동을 통해서는 가능하죠. 자신감, 경쟁심, 몸의 조정능력 등도 키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올해 안에 ‘장애인 지도자’를 내는 게 목표예요. 장애인 출신으로 장애인을, 또한 비장애인을 가르치는 코치를 길러내고 싶어요. ‘장애인은 부족하다, 안된다’는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보기좋게 깨주고 싶거든요. ‘제2의 송혜정’, ‘제3의 송혜정’을 만들어야지요.”
[The 인터뷰] 장애인 스케이팅 코치 송혜정 씨 "강한 '외계인'이 되자고 결심 했죠"
수원=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얼굴·손 화상…장애인 인정 못 받아
"넌 안돼" 편견 스케이팅으로 이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