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엄마가 아이 사고력 키워요"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4.18 15:41

아나운서 김경화의 우리 아이 좋은 언어습관 키우기

  • 올해 여섯 살, 세 살 난 두 딸을 키우는 MBC 김경화 아나운서는 "아이는 부모로부터 온전히 사랑받아야 자아존중감을 느낀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늘 사랑을 전하고, 마음속 깊이 아이를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의 첫걸음은 '말'에서 시작했다. 아이에게 늘 존댓말을 쓰고, 작은 일이라도 꼭 아이의 생각을 먼저 묻는다. 그녀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항상 존중하고 인정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아이에게 거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달라진다"고 했다.
  • /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 /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김 아나운서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자주 말을 걸었다. 갓 태어난 아이의 기저귀를 갈거나 우유를 먹일 때도 습관처럼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별한 말을 해준 것은 아니다.‘ 양말을 신을까요, 왼쪽, 오른쪽!’하는 식으로 지금 하는 일을 중계방송 하듯이 자세히 이야기해주곤 했다. 김 아나운서는 아이가 첫돌이 될 때까지 짧고 간단한 말을 반복해 들려줬다.“ 기저귀를 갈아요. 기저귀를 갈아요. 깨끗한 기저귀로 갈.아.요!”와 같
    은 말을 반복했다. 또“서연아, 우리 서연아. 서연아, 서연아, 사랑해”와 같은 말에 음과 리듬을 붙여 노래처럼 들려줬다.“ 물이 보글보글 끓어요”처럼 의성어와 의태어도 많이 활용했다.

  • 첫돌이 지나 말을 시작할 무렵에는 질문으로 생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워킹맘인 김 아나운서는 “오늘 나가서 무엇을 봤나요?”라는 식으로 낮에 있었던 일을 묻거나‘점심에는 무엇을 먹고 싶어요?’ 와 같은 질문으로 생각할 기회를 줬다. 또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아이와 목욕하다가 샴푸통에 관심을 보이면, 함께 관찰하면서 삼푸통 모양이나 통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부정적인 표현도 가급적 쓰지 않았다.‘ 손으로 먹지 마’대신 ‘숟가락으로 먹어야지’라고 바꿔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엄마는 동화작가가 돼야 한다’ 고 생각한다.

    그녀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이 이름을 넣어 만든 동화를 들려주거나 함께 사진을 보면서 짧은 이야기를 지어줄 때가 많다. 그녀가‘말’, 즉 언어교육에 신경 쓰는 이유는 또 있다.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우는 데‘말’이 기본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첫째 서연이를 낳은 뒤 매일 아이의 발달상황을 기록해둔 메모를 바탕으로 최근‘아이 언어 성장 프로젝트’ 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저는 말이 먼저 정립돼야 깊이 있는 생각을 할수 있다고 봐요.‘ 물을 마시고 싶다’고 생각하려면‘물’이라는 말을 먼저 알아야 하잖아요. 목이 마를 때‘물을 마시고 싶다’고 생각하려면, 말이 디딤돌이 돼야 한다는 것이죠. 언어를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생각의 깊이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만 3세 반 무렵부터는 아이와 말놀이를 즐겼다. 리듬에 맞춰 눈에 띄는 물건, 생각나는 단어를 대는 식이다. 또‘사랑, 사슴, 사탕’처럼 같은 음가를 가진 단어를 찾기도 한다.“ 이런 놀이를 하다 보면 그동안 소리로만 단어를 익혀온 아이들이 무심코 잘못 알았던 단어를 자연스레 발견할 수도 있다” 고 귀띔했다.

    김 아나운서는“언어능력을 키우는 데는‘독서’ 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거실, 아이방, 침실 등 집안 곳곳에 책을 두고, 짬이 날 때마다 읽어줬다. “저는 아이를 꼭 무릎에 앉히고 구연동화를 하듯 재미있게 책을 읽어줬어요.‘ 바람이 분다’는 구절이 있으면 아이 귀에 입으로‘후~’바람을 불어주고,‘ 길이 울퉁불퉁’이라는 구절이 있으면, 제 다리를 들썩들썩해서 울퉁불퉁한 느낌을 전해줬어요. 또 책장 넘기기를 아이에게 맡겼어요. 그러면 책장 넘기는 포인트를 잘 잡기 위해서 아이가 더열심히 이야기를 듣거든요.” 또,“ 아이와 함께 있는 순간에는 온전히 아이에게만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만 있는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면, 짧은시간이라도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껴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맞추고, 손으로 만져주며 이야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