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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지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동화책 읽기' 운동을 펼쳐나가는 아동문학가가 있다. 1992년 아동문학가로 등단한 후 지금까지 20여권의 동화책을 쓴 김남형(金南亨·53)씨다. 6개월 전부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원종IC 인근에서 돈가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만나는 어린이들에게 동화책을 권하고 때로는 동화책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20대 초반부터 아동문학과 인연을 맺고 어린이들과 함께해 왔습니다. 한때 아동출판사를 운영했기에 3만여권의 아동문학 서적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하면 동화책을 손쉽게 접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선 만나는 어린이들에게 제가 갖고 있는 동화책을 선물로 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 곳곳에는 1000여권의 동화책과 어른들을 위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어른 손님들은 진열된 책을 수시로 빌려갈 수 있으며 어린이들은 동화책 1권을 선물로 받는다. 김씨는 조만간 개인 사무실에 보관 중인 1000여권의 책을 더 갖고와 식당에 진열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각종 놀이기구 등도 갖출 계획이다. -
그는 책들을 계절이나 특정 주제별로 바꿔가면서 식당에 진열한다고 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서는 '시간속으로의 여행' '지구의 몸을 아껴요' '자연은 우리 친구' '환경과 신기한 식물 이야기' 등 과학 서적을 전시해 놓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에는 자녀들의 효심(孝心)을 일깨우거나 가족과 관련된 동화책들을 준비해 놓을 계획이다.
"동화책이야말로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보물창고입니다. 위인이나 선각자들의 훌륭한 삶을 알려주고 상상의 세계를 맘껏 펼치게 하지요."
김씨는 1992년 '유나의 그림'이란 작품으로 월간 잡지의 신인작품상에 당선돼 아동문학가로 데뷔했다고 했다. 이후 '지리학의 선각자 고산 김정호' '한민족의 기백 월남 이상재' '멍텅구리 아저씨의 새털모자' '이태원 아이들' '우주 올림픽' 등 2005년도까지 20여종의 동화책을 펴냈다. 1985년부터 1997년 국제통화기금 위기가 나기 전까지는 제법 규모가 큰 아동출판사를 운영해 전국에 동화책을 보급하기도 했다.
"1978년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유명 아동문학가였던 송명호 선생을 만나면서 아동문학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아동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전국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동화책 읽어주기 운동도 펼쳤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에 한국 아동문학의 대부 역할을 하셨던 박화목(동요 '과수원길' 작사), 김영일(동요 '산골짝에 다람쥐' 작사) 선생 등을 옆에서 직접 모셨다"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아동문학 단체와 관련된 일도 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한국아동문학회 사무국장과 한국동요음악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한국 아동문학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그 역할이 위축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대안의 하나로 최근에는 동요를 쓰고 있다고 했다. 요즘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것보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어린이들에게 꿈이 가득 넘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라면서 "여건이 허락되면 생활이 어려운 아동문학인들에게 경제적인 도움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름대로 부천에 대해서도 애정을 표시했다. "부천은 시 '논개'를 쓴 수주 변영로 동상이 있고 각종 문학 행사가 열리는 문화의 도시입니다.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천에 문화의 향기가 퍼져나갈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우선 부천의 여러 초등학교를 찾아 '재미나는 동화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674-0368~9
[인천·부천] [이 사람] '동화책 읽기' 운동 펼치는 아동문학가
이두 기자
dlee@chosun.com
"동화는 꿈을 키워주는 보물창고"
아동서적 3만권 보유… 어린이들에게 나눠줘
"어린이 도서관 꾸미고 동화 강연도 할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