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오후 2시 대만 타이베이시의 중국문화대학교.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이 책과 가방을 들고 강의실과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남학생들 3~4팀이 농구를 즐기고 있었다. 중국풍으로 지어진 건물들의 모습이 색달랐고,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공자 동상이 눈에 띄었다. 중국문화대의 우완이(60) 총장은 "1964년 대학이 설립될 때부터 한국어학과를 개설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 매년 한국에서 50명가량이 유학생 및 교환학생으로 중국문화대로 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학생 유치 나선 대학들

대만이 '한국 학생 모시기'에 나섰다. 대만 교육부는 올해 '대학글로벌화 추진지원 장려계획'을 세우고 외국인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세계 각국 가운데 대만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곳은 바로 한국이다. 대만 정부뿐 아니라 각 대학들도 한국 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1970년대 한국에서 공부를 했다는 국립정치대의 차이 리엔 캉(60) 교무처장은 유창한 한국어로 대학의 한국 학생 유치계획을 설명했다. 국립정치대는 경상·외국어·국제관계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대만 내 최고 명문대 중의 한 곳이다.

그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도 글로벌화가 중요한 대학평가 기준 중 하나이다. 국립정치대도 학비 면제, 기숙사 무료제공 등 다양한 장학제도를 마련해 외국학생 유치를 추진 중이며 무엇보다 한국 학생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만 고등교육 국제협력회의 천 메이훼이(65) 사무총장은 "한류 열풍뿐 아니라 역사적·문화적·경제적으로 대만과 한국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특히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을 얼마나 받아들이냐가 대만교육 글로벌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간체자를 쓰는 중국과 달리 대만은 번체자라 불리는 정체자를 씁니다. 한국의 한자와 똑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좀 더 유리합니다. 무엇보다 공부환경 및 생활환경이 한국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 때문에 1992년 국교단절 이전에는 중국문화대의 한국 유학생이 매년 100명 이상일 정도였죠. 올해부터는 다양한 장학금 혜택 및 한국 대학들과의 자매결연으로 예전 못지않게 교육교류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중국문화대 우완이 총장의 말이다.

대만에서 언론인을 육성하는 대표 대학으로 유명한 세신대의 슝제(56) 부총장은 "요즘 한국 학생들은 중국으로 유학을 많이 간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과 다른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앞으로 대만 고등교육의 장점을 한국 학생들에게 알릴 예정"이라고 했다.

재단법인 고등교육평가센터의 천 전 위안(48) 사무총장은 "고등교육평가센터의 홈페이지(www.heeact.edu.tw)에서 대만대학들의 랭킹은 물론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고, 입학지원서까지 다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재정적 지원 나선 대만 교육부

대만 교육부는 지난 2001년부터 '대학 글로벌화 경쟁력 향상계획'을 세우고 외국인학생 유치에 나섰다. 2004년 7월에는 외국인학생 유치를 '국가발전 중요계획'에 포함시켜, 정부 차원의 외국인학생 입학확대지원 방침을 밝혔다. 특히 올해는 대학 글로벌화를 위한 모든 정책을 '대학글로벌화 추진지원 장려계획'으로 통합, 본격적으로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대만 교육부 고등교육과의 라오 가오 셴(35) 과장은 "대만의 교수진은 70% 이상이 박사 학위 소지자일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이 한국과 비슷한 것도 한 장점이다. 특히 학비가 매우 저렴하고 영어수업이 많이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부 기술교육사의 린 텅 쟈우(49) 국장은 "대만은 IT나 컴퓨터 등 전자정보 분야뿐 아니라 농업기술, 수상양식 분야에서도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대만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한 대만대표부의 차우 페이 린(60) 참사관은 "대만 교육을 한국어로 설명한 홈페이지(www.studyintaiwan.go.kr)에서 정보를 얻거나, 주한 대만대표부에 전화((02)399-2758~9)하면 자세한 유학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만의 교육제도

기본적으로 대만의 교육체계는 명칭만 다를 뿐 한국과 동일하다. 국민소학(초등학교) 6년, 국민중학(중학교) 3년, 고급중학(고등학교) 3년, 대학 2~4년, 연구소(대학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단, 한국과 달리 1학기는 매년 9월에 시작한다. 대학입학 신청기간은 매년 1월에서 4월 사이에 진행된다. 한국 학생의 경우 별도의 시험 없이 서류전형으로 대부분 선발하며, 일부 학과에서 면접을 실시한다. 제출서류는 입학신청서, 최종학교 졸업증명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