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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달려온다. 그의 팔과 다리에 매달려 응석을 부린다. 그가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파란 인조잔디 위로 아이들의 투명한 웃음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서울 신묵초등학교 원정환 교장 선생님의 입가에도 미소가 기다랗게 걸려 있다. 교정에 행복이 넘친다. 작년 8월 개축한 예쁜 교사(校舍)를 배경으로 한 스승과 제자들의 정겨운 어울림이 꽃보다 아름답다. 봄볕이 싱그러운 지난 5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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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너무 예뻐졌습니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학교 시설이 좋아지니까 아이들 의식이 바뀌고 훨씬 밝아졌습니다. 아이들이 말 잘 듣고 성적도 쑥쑥 오르고 있습니다. 쓰레기도 함부로 안 버리고 학교 시설을 소중히 여겨요. 환경이 좋아지니까 선생님들도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고요."
-방과 후 학교는 잘되고 있는지요.
"아주 잘 되고 있어요. 겨울방학 중엔 연 참가인원이 100%를 넘었어요. 우리 학교는 특히 방과 후에 시행 중인 '돌봄교실'이 상당한 인기예요. 맞벌이 부부, 편부·편모 자녀들을 위한 보육교실이죠.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오후 7시까지 아이들의 시간을 관리하고 보호해줘요. 귀가는 안전지킴이가 책임집니다. 예산을 늘려 3개 반을 운영합니다. 1학년 학부모들이 아이들 입학도 하기 전에 돌봄교실 입실을 요청해올 정도예요."
-NIE(신문 활용 교육) 전문가신데(그는 소년조선일보 NIE 출제위원장이다), NIE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죠.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낸 ‘우리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라는 연구 보고서를 보면 ‘공부 잘하는 아이일수록 아침에 신문을 많이 읽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을 보고 지식과 정보를 얻으면, 학력 향상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지요. 신문을 보면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는 거죠. 신문만 잘 활용해도 세상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봐요. 신문 기사를 가지고 NIE를 하면 신문을 그냥 읽는 것보다 훨씬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지요."
-'아름다운 학교 운동'을 해오고 있던데요.
"아이들에게 이름표를 목에 걸고 다니게 해요. 자기 이름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명예를 지키라는 거예요. 선생님들이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면 그 아이는 나쁜 짓 못합니다. 이렇게 몇 년을 했더니 아이들 생활지도가 아주 쉬워졌어요."
-교직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 순간은?
"몇 년 전에 담임을 맡았던 여자아이가 찾아왔어요.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했다는 거예요. 선생님 되기가 두렵고 떨린다며 상담을 요청해온 겁니다. 이럴 때 교사가 된 보람을 만끽합니다."
-인생의 모토는 뭔지요?
"사자성어 중에 수불석권(手不釋卷)과 개권유익(開卷有益)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책을 가까이하라는 가르침이죠. 나는 평소 출퇴근 때 버스와 전철을 타고 다닙니다. 이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를 가든 책을 들고 다닙니다. 이런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교정으로 나섰을 때 책을 든 여자아이가 달려와 "교장 선생님, 오늘은 왜 책 안 들고 계세요"라고 묻는다. 그가 '책 전도사'라는 사실을 이제 아이들도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미래를 위해 즐겁게 공부하는 어린이’, 이것이 우리 신묵초등학교의 어린이 상입니다.”
[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 신묵초등학교 원정환 교장 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신문 꾸준히 읽으면 '공부의 신' 돼요"
자연스럽게 지식ㆍ정보 알게돼 '돌봄교실' 학부모에 큰 인기
늘 책 들고다니는 '책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