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잇달아 교장 취임… "젊은 명장 키운다"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기사입력 2010.03.08 05:51

마이스터고 변화 바람… 특목고 추월할까

  • 전문기술로 대졸자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게 하겠다는 마이스터고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이 교장으로 잇달아 취임하면서 대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젊은 명장을 키우겠다는 마이스터고의 비상. 과연 특목고 인기를 추월할 수 있을 정도로 약진할 것인가.

    ◆기업출신 교장 특성 살려 산업 현장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양성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마이스터고 교장으로 변모한 이들은 국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최돈호 교장(LG전자 상무), 부산자동차고등학교 이승희 교장(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강희태 교장(전 한국전력배전운영처장), 울산정보통신고등학교 장헌정 교장(풍산금속 기술고문)이다.


  • 지난 3월2일 마이스터고 전국 동시 개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 지난 3월2일 마이스터고 전국 동시 개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이들의 임용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4명의 교장 모두 교사 자격증이나 교육계 경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성과 현장 감각이 중요한 마이스터고에서 30년 이상 현장을 누빈 이들의 노하우는 마이스터고의 설립 취지에 딱 들어맞는다.


    독일에서는 '명장' '으뜸 기능인'을 마이스터라고 칭한다. 독일의 기술 교육 시스템을 모델로 한 마이스터고는 대학 진학이 아닌 졸업 후 전문직업인으로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훈련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 구미전자공고 최돈호 교장
    ▲ 구미전자공고 최돈호 교장
    구미전자공고 최돈호 교장

    "취업률 100% 최고의 마이스터고 만들 것"

    구미전자공고 최돈호 교장에게 구미는 제2의 고향이다. 1988년 LG전자 정보통신본부 구미공장 생산관리부장을 맡은 이후 10여년 이상 생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최 교장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또, 현장 실무자의 입장에서 국가가 요구하는 것 이상의 뛰어난 인재들을 키워낼 생각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LG전자 계열사는 물론 삼성전자 등 IT업체들과 협력해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산학 간 교류의 장을 열 계획도 있다. 최 교장은 "마이스터 육성은 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산업체 인사를 전문동아리 강사로 초빙해 산업체 현장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체에는 우수 학생을 채용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 부산자동차고 이승희 교장
    ▲ 부산자동차고 이승희 교장
    부산자동차고 이승희 교장

    "함께 현장 느끼고 배워 명문 마이스터고로 도약"

    이승희 교장은 삼성그룹 출신 기업인으로 삼성그룹 채용을 주관해 32년간 약 5만명을 채용한 바 있다. 그는 "어떤 부문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회사가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는지도 알기 때문에 학교에서 먼저 준비된 인력을 양성해 공급한다면 학교와 기업 모두에 득이 되고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취임 배경을 밝혔다. 부산자동차고는 앞으로 해외연수 등 국제화 시대에 맞는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해 자동차 관련 산업과 연계된 현실성 있는 교육 과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교장은 "국제 기능 올림픽 메달리스트 배출은 물론, 그들이 대우 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학생들과 더불어 적어도 '자동차 정비기능사' 자격증 정도는 갖출 수 있는 본보기도 될 생각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수도전기공고 강희태 교장
    ▲ 수도전기공고 강희태 교장
    수도전기공고 강희태 교장

    "전력분야 최고의 명장들 만들어 낼 터"


    강희태 교장은 "수도전기공고의 대입진학율은 74%가 넘는다. 전문화 과정, 과학교과 등을 보완해 마이스터고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전력 분야의 미래 인력 부족을 예로 들며 전력 기술자의 부재를 걱정했다. 1978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강 교장은 통신운영팀장·강릉지사장 등을 지냈고, 지난해에는 배전운영처장을 맡았다. 현장에서 발로 뛰다 보니 국내 전력 인력의 부재가 절실하게 느껴졌던 셈이다. 강 교장은 "전기·에너지분야의 발전은 곧 국가 경쟁력과도 관련이 있다. 국가의 브랜드를 높이는 일을 학교라는 가장 기본적인 틀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마이스터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강 교장은 "전력에너지 분야의 선두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한다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인력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울산정보통신고 장헌정 교장
    ▲ 울산정보통신고 장헌정 교장
    울산정보통신고 장헌정 교장

    "창의력까지 갖춘 전문기술리더 육성"

    풍산금속에서 기술이사를 지낸 장헌정 교장. 장 교장은 "산업현장의 고령화가 큰 문제다. 2~3년 뒤 이들이 한꺼번에 퇴직할 경우 신규 인력 수요는 늘겠지만 그 자리를 채울 젊은 기술력은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며 산업 현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울산정보통신고는 산업체 기능인을 강사로 초빙하고 전공과별로 산업현장에서 맞춤형 교육을 시행하는 등 산업체와의 연계 교육을 강화해 젊은 기술력의 즉각적인 투입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장 교장은 "울산정보고 학생들을 단순 기술만 익힌 기술자가 아니라 공학기술을 기반으로 창의력 및 문제해결, 외국어 구사 능력까지 두루 갖춘 전문기술리더로 육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