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 잡는 ‘직장맘’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media@chosun.com
기사입력 2009.12.18 11:10
  • 좋아하는 비눗방울을 보며 밝게 웃는 아기
    ▲ 좋아하는 비눗방울을 보며 밝게 웃는 아기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은 안 해봤기 때문에 애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올해 9년차 베테랑 간호사 김경희(35, 여)씨는 출산 후 고민에 빠졌다.

    늦게 결혼해 딸(오현지, 생후 14개월)을 낳았지만 직장 때문에 현지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직접 현지를 돌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지만 몸담았던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민간보육시설에 맡기자니 딸이 너무 어려서 불안했다. 또 집안 어르신들이나 친인척에게 딸을 맡길까 생각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결혼한 대부분의 직장여성처럼 김씨도 출산휴가 3개월 동안에 일과 육아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고민에 빠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정말 힘들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언론에 보도된 보육시설 폭행 사건처럼 되면 어쩌나. 많이 불안했죠. 그러다 시고모님이 가정보육교사제도를 얘기해 주셔서 알게 됐어요” 그 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경기도 보육정보센터에 가입했고, 며칠 뒤 가정보육교사 김선덕(48,여)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병원에서 3교대 근무 중이라 탄력적인 보육시간을 원했고 보육교사와 거주지, 보육료 등의 조건이 맞아서 김선덕씨를 보육교사로 채용했다.

    매주 5일, 일당 10시간씩 아이를 보육하는 보육교사의 급여는 120만원이다. 도에서 지원하는 17만원과 0세 영아 지원비 25만1천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김씨가 지급한다.

    “보육료로 지급되는 돈이 만만치 않았어요. 하지만 아이를 전담해서 돌봐주기 때문에 선생님을 믿을 수 있었어요. 내가 만약 직장을 그만두었다면 3년 안에 직장을 다시 구하리란 보장도 없으니까요”라며 결정에 대해 만족스러워 했다.


  • 가정보육교사 김선덕씨는 하루 10시간 동안 현지의 식사와 간식을 챙겨준다.
    “제 하루 일과는 보통 아침 8시에 출근해 현지를 깨워서 씻기고 이유식을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현지가 좋아하는 놀이활동을 주로 하고. 두뇌활동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퍼즐맞추기, 손유희, 노래부르기)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될 쯤 현지가 잠들면 보육일지를 정리하고 그 날의 활동내용을 시간별로 적어 현지부모님이 볼 수 있도록 해놓습니다”

    지난 1990년 보육교사자격증을 취득한 김선덕씨는 민간보육시설 원감까지 맡았지만 여러 아이를 돌보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서류업무가 많아서 그만두게 됐다. 그리고 친구의 추천으로 가정보육교사 일을 2009년 2월부터 시작. 첫 아기 보육으로 현지를 만나게 됐다.

    “현지를 4개월 때부터 돌보고 있는데 건강하게 자라는 현지를 보면 행복해요. 쉬는 날에도 현지를 보고 싶을 정도에요”라며 웃었다.

    김선덕씨는 “앞으로도 현지를 계속 맡아서 보육하고 싶지만 현지가 클수록 도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현지부모님께 부담이 돼 걱정스럽다”며 아쉬워했다.

    현재 국회에서 검토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영아 보육료로 가정에 35만원이 지원돼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보육교사에게도 4대 보험적용과 보육기간의 경력이 인정된다.

    경기도가 2008년 1월부터 도입해 2년째를 맞는 가정보육교사제도는 ‘직장맘’을 위한 보육정책으로 직장여성의 육아 고민을 해결하고,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 생후 14개월인 오현지양의 어머니 김경희씨와 가정보육교사 김선덕씨
    ▲ 생후 14개월인 오현지양의 어머니 김경희씨와 가정보육교사 김선덕씨
    이 제도는 부모의 소득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36개월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을 대상으로 하며, 보육시설 근무경력 2년 또는 육아 출산 경험이 있는 전문보육교사가 직접 방문해 1:1로 교육한다.

    보육시간은 하루 4시간 이상, 최소 3개월 이상의 연속보육을 원칙으로 하며 부모가 희망할 경우 만 5세까지 보육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월 110만원의 보육비 중 0세 기준으로 첫째는 42만1천원, 둘째는 53만6천원을 도가 지원해준다. 실제 부모가 지불하는 보육비는 6~70만원 선이다.

    김한섭 경기도 보육정책과장은 “가정보육교사제도는 시설보육 중심에서 가정으로 ‘찾아가는 보육’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도는 앞으로 맞벌이부부 등 보육취약계층 지원과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사회적 인식 전환에 초점을 맞춰 보육정책을 추진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정보육교사제도를 이용하려는 36개월 미만 자녀를 둔 부모나 가정보육교사로 근무하려는 보육교사는 경기도보육정보센터(http://educare.gyeonggi.go.kr)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