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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 개가 넘는 기념품, 1천 개의 비디오테이프, 1만 컷 이상의 사진까지 수업이 즐거워지는 저만의 비밀병기죠"
KBS의 장수프로그램 '세상은 넓다'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눈과 입을 통해 지구촌 문화를 배우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10년 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단골 패널이 있다. 바로 서울 광영여고에서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는 김지희 교사다. 정보는 물론, 재밌는 설명으로 유명한 그녀는 학교에서도 인기 최고의 선생님이다. 발로 뛰는 김지희 교사를 통해 지구촌 곳곳의 이야기는 물론, 국사·세계사 공부 노하우까지 알아봤다.
◆살아있는 교육 위한 선생님의 도전
"세계사는 세계 여러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과목인데 이집트도 가보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피라미드를 설명하고 스핑크스를 외우라고 했죠.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재미있어하지도 않고 외우는 과목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더라구요."
김교사는 본인도 한번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해 교육 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이집트라도 다녀와서 가르치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행 하루 전, 동료 교사가 무심결에 뱉은 말이 그녀의 인생을 뒤바꿨다. 김 교사는 "이왕가는 거 아이들도 볼 수 있게 영상으로 찍어오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그길로 비디오카메라를 샀다"고 했다.
촬영이라곤 전원을 켜고 끄는 것밖에 몰랐지만 보이는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복병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편집이 문제였죠. 그때 TV를 켰는데 때마침 '세계는 넓다'에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테이프를 보내주면 편집을 해서 방송해준다는 자막이 나오더라구요."
그렇게 그녀의 첫 작품이 탄생했다. 김 교사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상물 자료는 물론, 각 나라를 돌며 구한 도록이며 지도까지 꼼꼼하게 해석해서 수업 자료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날 때 가방을 보면 옷이 두벌정도 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지도, 비디오카메라, 테이프, 디지털카메라, 필름카메라로 가방이 꽉 차죠. 돌아올 때는 그 나라의 대표 기념품과 도록, 최신 지도 등을 구입해서 옵니다. 가방은 무겁지만 아이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 생각을 하면 뿌듯하기 그지없죠."
◆역사 모르면 세계적 리더 될 수 없어
김 교사는 1년에 두 번 꼴로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다녀온 국가가 10년간 53개국이다. 각 단원별로 그녀가 다녀온 나라들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김 교사는 다양한 자료와 여행경험담으로 아이들을 지구반대편으로 끌고 간다. 덕분에 김 교사의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 짓을 하는 학생은 없다. 모두들 눈을 반짝이며 하나라도 더 듣고 싶어 한다. 김 교사는 역사 외에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언어를 공부할 것을 강조한다. 그녀가 직접 세계를 돌며 피부로 언어의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남아메리카와 러시아의 경우 영어만으로 여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김 교사는 "말이 통하지 않아 거의 울면서 여행했다. 그 기억 때문에 러시아어와 스페인어를 조금씩 배웠다. 또 아랍어도 무시할 수 없는 언어다. 13억, 전 세계인의 4분의 1이 아랍어를 쓰고 있다. 아이들이 전세계를 무대로 꿈을 꾼다면 영어뿐 아니라 제2외국어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역사는 지나간 옛 이야기를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조상들의 삶이 어땠는지 조상들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할지 고민하고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는 학문이다. 김 교사는 국사와 세계사가 선택과목으로 전락하는 것 역시 안타깝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사가 필수 과목이라고 해요. 인류의 역사를 알아야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죠. 남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계적 리더가 될 수 있을까요.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할 때 협상도 가능하고 무역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나간 것이 아닌 삶의 지혜와 다양한 문화를 배우는 재밌는 과목으로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
>> 김지희 교사식 국사·세계사 공부법
(1) 역사 과목과 친해지는 법
우리는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기면 이성친구를 둔 주변인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경험을 배우기 위해서죠. 역사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해 경험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옷을 입었을지, 어떤 집에서 살았을지, 어떤 음식을 먹었을지, 어떤 종교를 믿었을지 찾아보고 상상해보는 것에서부터 역사 공부가 시작됩니다.
(2) 역사 정리법
―중국사
노트를 가로로 놓고 나라별로 표를 만드세요. 왕조를 쓰고 각 나라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그 나라의 특징을 쓰세요. 사회적 배경이나 사건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두면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외우지 않아도 이해가 됩니다.
―서양사
서양사 역시 같은 방법으로 연대를 나눠서 정리하면 됩니다. 작년에 입은 옷을 유행이 지나면 입지 않듯 양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양식이 지겨워서 100년, 200년마다 양식을 바꾸는거죠. 바실리카양식으로 교회를 짓다가 햇볕을 차단하고 기도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창문을 작게 만든 양식이 로마네스크양식이에요. 그렇게 100년을 지내고 보니 이번에는 교회를 천국처럼 만들고 싶었죠. 아름다운 햇볕을 보고 싶어서 창문을 넓히고 오색찬란한 색유리를 끼웠죠. 이게 바로 고딕양식이에요. 연대를 외우지 말고 흐름과 문화를 이해하세요.
(3) 지도가 중요하다
지도를 염두해 둬야합니다. 내가 공부하는 나라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는 알아야겠죠. 위치를 알면 기후와 지형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기후와 지형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기후와 지형을 살펴보면 왜 그 나라 사람들이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김지희 교사표 숙제
―여행을 간다면?
우리나라에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나라인지 찾아보고 지도에서 어디에 위치했는지 표시해보세요. 그리고 여행을 가서 입을 옷은 어떤 것일지 기후를 살피세요. 음식은 어떤 걸 먹게 될지 그 나라의 전통음식을 찾아보세요. 어디부터 관람할지 문화유산을 동선별로 찾아보세요.
―박물관에서 제일 갖고 싶은 것은?
전시회나 박물관에 가서 직접 보고 가장 갖고 싶은 것 한가지를 골라보세요. 어느 시대의 어떤 유물인지 적고 왜 갖고 싶은지 설명해보세요. 다른 친구들은 어떤 것을 갖고 싶어 하는지 서로 이야기해보세요. 당시에 왜 이런 무늬가 유행했는지 이 유물은 어떤 용도로 활용됐는지 찾아보세요.
광영여고 김지희 교사의 재미있는 세계사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역사를 알아야 세계 이끄는 리더 될 수 있어요"
"10년간 53개국 돌며 모은 자료가재미있는 세계사 수업의 원천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