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은 지금] 네덜란드 로테르담 경영대학원
김상준 네덜란드 로테르담 경영대학원 MBA 2010
기사입력 2009.03.12 03:00

"37개국 학생들 모인 캠퍼스 대학 생활 자체가 국제적인 경험"

  • 5년 가까이 엔지니어로 일하자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도전욕구가 생겼다. 더 넓은 분야에서 일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MBA를 떠올렸다. 기계공학 학사, 석사, 그리고 연구원이라는 전형적인 엔지니어의 길을 걸어온 필자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도전해보기로 굳은 결심을 했다.

    흔히 MBA 하면 미국을 먼저 떠올리지만 필자의 선택은 유럽이었다. 미국 대학에서 공학 석사를 취득한 필자에게 미국은 새로운 경험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했고, 특히 2년이나 되는 학위 기간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여러 명문 MBA 중에서도 네덜란드 로테르담 경영대학원(Rotterdam School of Management, Erasmus University)은 가장 국제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네덜란드 로테르담 경영대학원에서 재학중인 김상준씨는 1미국 MBA만 고집할 것이 아
니라 유럽으로 눈돌릴 필요가 있다2고 말했다
    ▲ 네덜란드 로테르담 경영대학원에서 재학중인 김상준씨는 1미국 MBA만 고집할 것이 아 니라 유럽으로 눈돌릴 필요가 있다2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한 순간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는 이미 한껏 부풀어 있었다. 37개국에서 온 110명의 학생들, 97% 이상이 외국인 학생이 차지하는 캠퍼스에서 국제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개강 직전 신입생들을 위한 크루즈 여행 또한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학생과 가족들 그리고 학교 임직원들이 함께 로테르담 마스강을 건너는 유람선을 타고 새로운 MBA 생활의 순항을 기원했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자 험난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처음 접하는 교과목들로 인해 힘든 것도 문제였지만, 다양한 액센트의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대부분의 교과과정이 팀 활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우들과 만날 기회도 많고 교우관계가 무척 중요하다. 그나마 네덜란드의 약 1400여 개의 고등교육 정규과정이 네덜란드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고생을 덜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교과 과정이 팀 활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제 및 발표, 시험까지도 팀 별로 이루어진다. 첫 학기 과목 중에 관리회계 시험은 24시간 내에 팀원끼리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터키, 인도, 대만에서 온 팀원들과 20시간 동안 붙어서 시험을 보고 새벽 6시에 집으로 돌아왔던 경험이 생각난다.
  • 로테르담 경영대학원 전경.<사진 위>
로테르담은 네덜란드 남서부, 라인강과 마
스강 하구에 위치한 대항만 도시다.<사진
아래>
    ▲ 로테르담 경영대학원 전경.<사진 위> 로테르담은 네덜란드 남서부, 라인강과 마 스강 하구에 위치한 대항만 도시다.<사진 아래>
    토론도 많이 한다. 한국의 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에 관한 사례를 다룬 조직행동론 수업 때는 3시간 동안 토론만 했던 기억이 난다. 다국적으로 이뤄진 학급 구성으로 인해 각 반에는 한국 학생이 한 명씩 배정됐는데, 이 시간만큼은 다른 학생들의 질문이나 의견에 대해 한국을 대표해 발표해야 했다. 한국 학생의 역할이 큰 수업이라서 담당교수와 사전 미팅을 통해 토론의 진행 방향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지만 막상 수업 중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 많이 쏟아져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많은 외국 학생들이 한국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뿌듯했다. 또한 필자로서는 다른 학생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로테르담 경영대학원은 수업시간에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하는데, 학교에서 개최하는 심포지엄에 마이클 브라운가트(Michael Braungart) 박사는 물론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와 친환경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기록한 많은 사업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새우를 양식하는 회사,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라는 차세대 전력 공급에 필요한 장치를 개발하는 회사, 유기농 카카오로 초콜렛을 만드는 회사 등의 설립자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고 그들의 사업 모델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값진 기회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기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4학기로 구성된 학기 중 마지막 프로그램은 교환학생 경험으로 이뤄진다.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명문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30% 가량의 학생들이 지원하며 선발 과정도 치열하다. 로테르담 경영대학원은 한국의 유명 대학교와도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예정이며 금융 석사과정에는 한국인 장학생을 매년 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벌써 네덜란드에 온 지 반년이 돼간다. 네덜란드는 외국인이 살기 편한 곳이다. 장기 거주의 경우에도 비자가 필요 없고 운전 면허증도 별도의 시험 없이 네덜란드 면허증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특히 네덜란드인들의 대다수가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어를 모른다고 할지라도 불편이 없다. 3개국어 이상 외국어를 구사하는 네덜란드인도 많다. 만 4세부터 학교에 다니는 데 국제학교 또는 네덜란드 학교의 국제반에서는 모든 학생이 영어로 수업을 받게 된다.

    교육열도 대단하다. 네덜란드는 정부의 철저한 교육정책으로 세계 대학 랭킹 200위 권 안에 네덜란드 대학이 11개나 꼽혔다.

    돌이켜 볼수록 선택에 대한 확신이 선다. 특히 로테르담 경영대학원에서의 생활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조직을 이끌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돼 준 것 같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난 것은 덤으로 얻은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