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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학과가 아니에요. 외식 경영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죠"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 외식 경영 전공 재학생들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그 동안의 '설움'을 항변이라도 하듯 이 말부터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소한 학과이름 탓에 오해를 많이 받았던 것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부라거나 서양요리를 배우는 학과쯤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르꼬르동블루 외식 경영 전공은 요리사를 양성한다거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 윤지영(38) 담당교수는 "점점 커지는 외식산업 영향력에 발맞춰 르끄르동블루와 협약을 맺은 학과"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르꼬르동블루와 협약
르꼬르동블루(Le Coron Bleu)는 1985년 파리에 설립된 이래 세계 최고의 요리 학교로 꼽히는 외식산업 교육기관이다. 숙대와 르꼬르동블루와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음식연구원이 있는 등 전통적으로 요리 연구에 강한 숙대와 르꼬드동블루는 자연스럽게 결연을 맺고 학술 교류를 했다.
문화관광학부 내에 르꼬르동블루 외식 경영 학과가 생긴 것은 지난해였다. 문화관광 시장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외식 경영 분야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그 대상으로 르꼬르동블루를 생각해낸 것이다.
문화관광학부 김세준(43) 학부장은 "외식산업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분야로 숙대에서 외식 경영학과를 만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르꼬르동블루의 체계적인 호스피탈리티(접대·배려) 교육을 받는다면 다른 대학의 서비스학과와는 차별화가 될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
까다롭기로 유명한 르꼬르동블루 본사를 설득, 지난해 50대 50으로 출자해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학부 및 경영대학(H-MBA)을 설립했다. 르꼬르동블루가 해외 교육 기관과 협약을 맺은 것은 호주, 파리, 런던 등 일부 요리 강국뿐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이다. 요리학교가 아닌 학부를 설립한 것은 숙대가 아시아 최초이다.
대부분의 재학생들 또한 외식 산업의 비전을 보고 학과를 선택했다. 다니던 미대를 그만두고 입학했다는 2학년 김영은(22)씨는 "학과를 접하는 순간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학년 학과 대표 김선효(20)씨는 "평소 요리를 좋아하고 사교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계신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다며 추천해줬다"며 "신생학과인만큼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요리 실습 및 현장 체험이 많은 학과의 특성상 철저히 소수 정예를 유지한다. 윤지영 교수는 "옆에서 실습을 돕고 학생 한 명씩 지도해주기 위해서는 많은 학생들을 받을 수가 없다"며 "현재 학년당 44명 체제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졸업요건
르꼬드동블루와의 협약으로 모든 교재 및 수업 가이드는 본사에서 지정한 것을 철저히 따른다. 본사에서 파견한 주방장들이 요리학개론 및 외식산업 수업을 진행할 때가 많은 데, 이때 수업은 영어 또는 프랑스어로 한다. 학과 교재도 원서다.
윤 교수는 "글로벌 외식산업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원어수업 비중을 더 높일 것"이라며 "재학생 모두 3개 국어를 능숙하게 익혀야 한다"고 소개했다.
재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외국어 공인자격증을 3개 이상 따야 한다. 영어는 필수로 토익 800점 이상, 토플은 55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HSK, JPT, DELF 등 제 2·3 외국어 자격증도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원칙이다.
또 다른 졸업 요건으로는 인턴십이 있다. 재학생들은 문화관광 관련 사업체에서 200시간 이상 인턴으로 근무해야 한다. 직접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학과 특성상 만들어진 제도다. 방학 동안 서울 시티클럽에서 인턴을 했다는 2학년 유승리(21)씨는 "체험을 통해 앞으로 외국계 외식 업체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고 부족한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학과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전공 이수 점수도 까다로운 조건이다. 전공 수업은 크게 문화와 경영으로 나뉜다. 문화 수업은 환대산업개론, 국제호텔론, 외식산업론 등이 있으며 경영 수업은 고급마케팅론, 외식사업론 등으로 구성된다. 외국에서 살다가 외국대학이 아닌 숙대를 택했다는 2학년 김형미(21)씨는 "외식과 경영을 접목시킨 학문을 배운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귀띔했다.
2년 밖에 안 된 신생학과라서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학부장은 "르꼬르동블루 본사 탐방이나 해외 지사와의 학술교류, 기업과의 인턴 연계 등에 관해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재학생들의 부담도 크다. 김영은씨는 "1기생으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크다"며 "해외 외식 업계를 누비는 멋진 선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주목! 이 학과] 조리학과 NO! 외식 산업 글로벌 인재 양성이 목표
방종임 맛있는 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 외식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