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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2시 동덕여대 디자인대학 캠퍼스 1층(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학생들의 가벼운 옷차림에서 봄 내음이 물씬 풍겼다. 형형색색 옷을 입은 학생들이 각자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저마다 패션 감각을 뽐내기라도 하듯 옷매무새가 예사롭지 않다. 디자인대학 장순석 학장은 "학생들의 옷차림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며 "끼와 감각으로 똘똘 뭉친 동덕여대 디자인학부 재학생들은 언제 어디서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담동 로데오 패션 타운에 위치한 캠퍼스
동덕여대 디자인학부의 가장 큰 특징은 월곡동에 위치한 동덕여대 본교가 아닌 청담동에 있는 디자인센터에서 수업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디자인센터를 건립한 것은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자인학부를 특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안된 것. 대학본부 측으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아 유행의 메카인 청담동에 똬리를 틀었다. 당시 센터건립을 추진했던 구동조 교수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될 것을 예견했다"며 "다른 대학보다 먼저 디자인학부를 육성시킬 목적으로 캠퍼스 이전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위치를 옮기자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청담동에 있는 국내 유일한 디자인학부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강남을 선호하는 여심의 마음을 사로잡아 여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아졌다. 입학경쟁률이 수십대 1로 치솟았고 합격선도 높아졌다. 2008년 수시 모집에서는 50명 선발에 2000여명이 몰린 것을 비롯해 정시 평균도 10대 1을 웃돌았다. 동덕여대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다른 대학에서도 디자인센터의 이전을 추진할 정도다. -
최현숙(패션디자인 전공) 교수는 "청담동 로데오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패션 공부"라며 "학생들을 비롯해 교수 또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캠퍼스 위치가 마음에 들어 지원했다는 4학년 백경림(23·실내&시각디자인 전공)씨는 "패션쇼, 특이한 건축물, 전시회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좋다"며 "월곡동 캠퍼스에서 있었다면 누리지 못했을 행운"이라고 말했다.
6층으로 된 디자인센터에는 각종 첨단 기자재가 확충돼 있다.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제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1층은 전시회용으로 기획된 갤러리 공간, 2층부터 6층까지는 실기 수업 공간, 옥상은 휴게실로 구성돼 있다. 4학년 이지민(22·실내&시각디자인 전공)씨는 "2학년부터 프로젝트 및 포트폴리오 준비로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며 "샤워시설 및 휴게시설까지 갖춰 철야작업 할 때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2학년부터 전공선택
동덕여대 디자인학부는 패션디자인 전공, 시각&실내디자인 전공, 미디어디자인 전공으로 나뉘어 있다. 패션디자인 전공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패션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다. 졸업 후 패션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패션 디렉터로 활약할 수 있다.
시각&실내디자인 전공은 기업의 시각 이미지 및 제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화하는 시각 전공과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를 융합한 형태다. 광고 디자이너, 편집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미디어디자인 전공은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디자인하는 방법을 배운다.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 영역의 전문가를 육성한다. 디자인대학 장순석 학장은 "디자인 시장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평균 70% 이상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미취업자 중 본교 디자인전문대학원에 진출하는 비율도 1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취업 성적은 꽤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신입생들은 1학년 때 각 전공당 두 강좌씩 기초 수업을 이수하고 2학년 올라가기 전 전공을 선택한다.
4학년 김수인(23·패션디자인 전공)씨는 "입학할 때부터 전공이 정해진 다른 대학과 달리 학부제로 운영돼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다"며 "맛보기 수업을 들어보고 스스로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니만큼 선택에 대한 책임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해당 전공영역의 스펙트럼도 넓은 편이다. 임성택 교수(미디어디자인 전공)는 "회사에 들어가 어떤 업무를 주더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미디어 아트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4학년 이솔(22·미디어디자인 전공)씨는 "기초 조형에서부터 첨단 그래픽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분야를 배워 실무에 투입돼도 바로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무 능력 뛰어난 교수 영입.
동덕여대 디자인학부는 실무 능력을 가장 중시한다. 교수진 또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LG애드에서 근무한 장순석 학장을 비롯해 박찬호 교수(시각&실내디자인 전공)는 제일기획, 민찬홍 교수(시각&실내디자인 전공)는 삼우설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 밖에도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현실적 감각을 고취하도록 돕는다. 세계적인 한복 디자이너인 이영희씨는 겸임교수, 일러스트·팬시 디자이너인 장완두씨는 이 학부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괴물'을 만든 봉준호 영화감독, MBC 러브하우스에 출현해 알려진 장순각 인테리어 디자이너, ㈜픽스다인 신지혜 사업본부장의 특강도 열었다. 4학년 백경림씨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님들로부터 실무에서 필요한 능력에 관한 정보를 많이 듣는다"며 "'현장에서는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면접관들은 뭘 궁금해하는지' 등을 물어볼 수 있어 취업준비가 한결 수월하다"고 했다.
프로젝트 진행도 활발하다. 담당교수의 지도 아래 재학생 3~4명이 한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최현숙 교수는 "동덕여대 디자인학부의 인지도가 높아서 기업체로부터 외주 형태의 프로젝트 요청이 많다"며 "강남에 인접한 기업들로부터 공식적·비공식적 교류도 한몫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008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재학생 4명과 함께 참여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인턴 및 아르바이트 요청도 많다. 동문 선배의 소개로 의류업체 ㈜한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4학년 김수인씨는 "동문 선배들이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서 좋은 기회를 알아봐 준다"며 "디자인업계 현장의 대부분이 여자들로 구성돼 여대에서 생활한 경험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 이 학과] 동덕여대 디자인학부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최고의 교수진 자랑… 강남서 '살아있는 패션'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