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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분야 연구 결과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우리 실생활에 쓰이는 기술 중 대다수가 항공우주 분야에서 나왔다. 자동차의 ABS 시스템도 원래 비행기에 쓰이던 기술이며 우리가 입는 옷, 심지어 안경테까지도 이 분야에서 파생됐다. 그간 항공우주 분야의 변방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7년, 달 탐사선을 오는 2025년 발사하는 우주개발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우주산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분야 연구도 활발해 2006년 시작된 한국형 헬기사업(KHP)에서도 올해 안에 첫 시제품이 나올 전망이다. 공격형 헬기·전투기 개발 등 후속 사업 계획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항공우주 분야의 인재 양성이 시급해지면서 관련 학과 역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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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학문 배운다는 자부심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우수 학과다. BK21 사업에서 항공우주사업단으로 선정돼 있다. 변영환 학과장은 "항공우주 분야 단독 사업단은 건국대가 유일하다"며 "특히 유영훈 교수가 이끄는 헬기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유영훈 교수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30년간 헬기 개발을 진두지휘하다 지난 2004년 건국대 교수로 부임했다. 유 교수를 필두로 18명으로 구성된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과 연구는 물론 비행기 설계, 제작, 운용 등을 함께 한다. 학부생도 대학원생과 함께 교수 연구에 참여하는 '학부생 연구원' 제도가 있다. 현재 학부생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3학년 김지민(21)씨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학생들이 미리 공부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 학부생 연구원에 많이 참여한다"고 전했다. 학과 특성상 졸업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유영훈 교수는 "미국에서도 항공우주 분야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도 5~6년 이상 트레이닝을 거칠 정도로 어려운 학문"이라고 덧붙였다.
교수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교수들이 직접 나서 만든 '날틀 장학제도'가 있을 정도다.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떼어 학교에 장학기금으로 전달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었다. 1학년 허인애(20)씨는 "수업시간마다 교수님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어려운 내용인데도 교수님들이 쉽고 재미있게 수업해 이해가 쉽다. 3학년이 돼 본격적으로 전공과목을 배울 날이 기다려질 정도"라고 전했다.
전공 수업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일반 공대에서 배우는 내용에 항공우주 분야에 특화된 전공까지 모두 소화해야 한다. 게다가 전 수업이 영어원서 교재를 사용하고, 수업의 50%가량은 영어로 진행된다. 대학원은 100% 영어강의로 이뤄진다. 매주 6~7개 정도의 과제가 쏟아져 덕분에 학생들은 밤을 새우기 일쑤. 건국대 도서관 한편에 이 학과의 아지트라 불리는 장소가 있을 정도다. 3학년 김성민(24)씨는 "과제나 프로젝트가 많아 힘들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아 보람차다"고 말했다.
"2학년 1학기에 항공우주 제작 및 설계 수업에서 모형비행기 제작 실험을 했어요. 5명이 조를 이뤄 재료, 방법, 모양에 상관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비행기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죠. 설계 후 만들어 날려보고 망가지고…. 세 번이나 다시 만들었는데 결국 저희 조 비행기는 10초밖에 못 날았어요.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과제였어요."
본격적인 전공수업은 3학년에 들어서야 시작된다. 4학년 임두산(26)씨는 "초음속, 극초음속으로 움직이는 공기의 이동을 배우는 고속 공기 역학 등은 항공 전공만이 다루는 분야"라며 "타 학과와 다른 특수한 학문을 배운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전했다.
◆공동과목 개설 등 해외 대학과 교류 진행
학과 내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로켓 동아리 등 전공 관련 동아리만 6개가 있다. 동아리마다 작품을 만들어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가 잦다. 교수 연구실에서도 동아리 활동 지원에 열심이다. 리모트 콘트롤 비행기를 만드는 동아리 '해오리'에서 활동 중인 3학년 이정채(23)씨는 "설계해서 만들고 실패하기 일쑤지만 포기하지 않고 몇 번씩 도전하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2학년 한태현(22)씨는 항공우주특기생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이 학과에서는 항공기 무선조종 관련기술을 가진 인재를 특별전형으로 2명을 선발한다. 한씨는 고교 시절 대통령배 항공 스포츠모형항공기 대회, 공군참모총장배 모형항공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경력으로 입학했다. 현재 학과 내 MAV(Micro Air Vehicle, 초소형 무인 비행체)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 MAV팀은 매년 국제대회에 참가해 3등 이내로 입상할 만큼 세계적인 실력을 갖췄다. 오는 9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씨는 "방학에도 MAV팀에서 활동한다. 다양한 비행기를 직접 만들며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활용하고, 한발 앞서 배울 수도 있어 매우 즐겁다"고 전했다.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는 유영훈 교수를 영입하면서 국제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캐나다 라이어슨 대학과 MOU를 체결해 공동학위제를 운용하고, 설계분야 공동과목도 개설했다. 대학원생은 물론 학부생도 라이어슨대에서 공부하고 캐나다에서 인턴십까지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텍, 펜스테이트대, 메릴랜드대와도 MOU를 체결, 지난해 미국 헬기경연대회에서 건국대-메릴랜드대 연합팀이 1등, 건국대-조지아텍 연합팀이 2등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독일 DLR, 일본 JAXA, 미국 NASA 등 세계 유수 연구소와 교류해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유영훈 교수는 "선진국의 기술을 가장 빨리 배우고 따라잡는 방법은 곁에서 함께 공부·연구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해외 협력 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주목! 이 학과] 헬기 개발 독보적 위치… 美 경연대회서 1위 차지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건국대 항공우주정보 시스템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