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부모 네트워크의 진실] (2) 어디가 가장 강한 네트워크?
김세웅 인턴기자·서울대 영어영문학 3
기사입력 2009.07.29 14:46
  • 서울 강남 엄마들의 네트워크는 역설적으로 넓고도 좁다.

    오프라인, 온라인을 넘나들고, 강남 이외 지역까지 범위가 확장된다. 반면 주요 정보는 알음알음 전달되기 때문에 핵심에 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강남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주부 2명이 실태를 설명했다. 두 엄마는 "우리는 강남엄마 네트워크에 속해 있지 않다"고 전제했다.

    “이게(엄마들 네트워크) 참 미묘해요. 조직화된 실체로 존재한다고는 할 수 없어요. 조직화 하겠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에요. 대한민국 어디든지 자식 교육하는 엄마들 사이에는 네트워크가 있기 마련이에요. 여기도 그렇게 존재하는데 강남은 정도가 (다른 곳과 비교해서) 좀 심한 거지요.”

    “어떻게 그런 네트워크가 형성 되느냐”는 질문에 주부 A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보내는 문화센터 등 오프라인 교육기관과 온라인상의 카페 ‘강남방’ 등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모임에서 시작이 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런 네트워크는 엄마들끼리 알음알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그물망처럼 넓게 퍼져나가지만 강남 안에서는 특히 좁게 이어져 있다”고 했다.

    ◆강남-1그룹 1번지 vs. 목동·분당-1그룹 2번지 vs. 청담·압구정-2그룹

    엄마들의 네트워크 종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부 B씨는 “엄마들 네트워크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대치·서초·송파의 강남 라인, 목동·분당 라인, 청담·압구정 라인이 있고, 라인마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강남 라인은 오로지 아이들 교육이 최우선 목적이다. 최신 정보를 가지고 가장 빠르게 학습관련 유행을 만들어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영어 유치원, 조기유학 열풍, 기러기 아빠 등이 모두 강남에서 비롯됐다.

    이에 비해 목동·분당 라인은 강남보다 다소 처진다는 것이 강남 엄마들의 자체 분석이다. 목동-분당라인도 목적은 강남 라인과 같지만 강남 라인보다 한발 늦은 정보가 돌아다니고 정보량도 강남 라인에 밀린다고 한다.

    청담·압구정 라인은 학부모들의 경제력이 다른 두 라인을 압도한다. 하지만 강남 라인에 비해서 부모들이 ‘공부’에 관심을 두는 비중은 작다. A씨는 “그 쪽(청담·압구정) 그룹은 안 시킬 수는 없으니까 이것저것 하긴 하는데 나중에는 (아이들을) 유학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엄마들이 모이는 장소가 따로 있다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나서 엄마들이 자주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가 있다는 말에 대해 물었다. 슬쩍 청담동의 카페 두 곳을 언급했다.

    A씨와 B씨는 “그렇다. 청담동과 압구정동에 그런 장소들이 주로 밀집해 있다”고 시인했다. 그런데 그런 곳은 교육 관련 정보가 소통되는 곳이 아니란다.

    A씨는 “청담동 B카페 같은 곳은 정보를 교환한다기 보다는 그 쪽 그룹 엄마들의 인맥을 위한 사교모임 장소로 많이 활용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자리에서 도는 정보들은 믿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들 입에 오르내릴 때면 이미 한 물 간 정보라는 것이다.

    A씨는 “강남에서 어느 어느 학원이 좋다고 누가 말하고 다니면 그 말을 한 사람은 이미 거기를 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을 짓자 A씨는 “그 학원은 이미 한 물 갔다는 뜻이고, 이미 남들에게 알려줘도 상관없는 정보가 돼서 흘려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참, 치사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B씨가 거들었다. 이어 B씨는 “그런 식으로 유명세를 다한 학원들이 종종 목동이나 분당에 분원을 내는데 그래서 분당이나 목동은 한발 느린 것”이라고 했다. 분당과 목동은 강남과 같은 1그룹에 속하면서도 ‘1그룹 1번지’인 강남에 이어 ‘1그룹 2번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