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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코코 샤넬'은 유명 브랜드를 창조한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의 삶을 다루고 있다. 코코라는 애칭으로 불린 그녀의 삶은 예상과는 달리 초라하고 소루하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수많은 브랜드와 패션 기호들을 본다. 최근 드라마 '스타일' 속 주인공이 쓰는 '엣지 있게'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는 정황도 유사하다.
이제 패션은 단지 옷을 입는 취향이나 선택이라기보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영화는 어떤 식으로 패션과 취향을 활용하고 있을까? 패션 아이콘이라는 말과 함께 떠오르는 작품들을 분석함으로써 최근의 소비성향에 대해 비판적으로 되새겨 보자.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 중 하나는 드라마 '스타일'에서 주인공 김혜수가 쓰는 '엣지 있게'라는 말이다. '엣지(Edge)'라는 말은 '각, 뾰족한 끝'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드라마 속에서는 패션 코드가 딱 떨어지거나 멋지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사실 드라마 '스타일'에 등장하는 패션잡지의 편집장 이미지는 칙릿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과 닮았다. 닮은 것은 편집장의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패션 업계의 엄혹함을 다루고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사람의 품성과 대우가 달라진다는 점에서도 두 작품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은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패션 잡지 편집장의 비서가 된 앤드리아이다. 앤드리아는 멋진 입성이나 브랜드가 개인의 가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패션 잡지 편집장의 비서가 되자 무엇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자신의 능력이 평가되는 세계에 살게 된다. 옷을 그저 실용적 의미로 받아들이던 앤드리아는 이제 다이어트를 하고, 샤넬, 에르메스를 입어 자신의 감각을 과시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비서인 앤드리아가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앤드리아의 한 걸음, 한 걸음으로 편집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이 영화가 앤드리아라는 여성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관객들은 여러 벌의 옷을 눈 깜짝할 새 갈아입고 등장하는 앤드리아를 패션쇼 장의 모델처럼 관람한다. 관객들은 앤드리아라는 모델을 통해 고가의 상품들을 마음껏 눈요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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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장면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도 등장한다. 주인공 캐리는 결혼을 앞두고 여러 벌의 웨딩드레스를 입어본다. 오스카 드 라 렌타,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같은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의상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캐리는 웨딩드레스 모델이 돼 관객들에게 낯선 브랜드의 의상 수십 벌을 보여준다. 관객들을 그렇게 고가의 브랜드를 알게 되고, 또 욕망하게 된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눈으로 보고 알게 되면 물건에 대한 욕심은 커지게 마련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영화들은 고가의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겉과 달리 이런 종류의 영화는 오히려 잘 몰랐던 브랜드를 광고하고 그 고가의 브랜드야말로 가질만한 것이라고 충동질한다. 영화가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윤리적 선택은 변명에 가깝다.
'007 제임스본드'시리즈처럼 남성 관객이 많이 보는 영화에 유독 고가의 자동차가 자주 등장하는 까닭도 유사하다. 남성 관객을 겨냥해 고가의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브랜드의 옷 대신 등장한다. 소비를 자극하는 영화적 소도구가 비단 여성 관객을 노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영화들을 볼 때엔 관객들의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수많은 브랜드를 통해 호소하는 이런 작품들은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매우 교묘하게 소비욕을 자극한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라고 불리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광고 문구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아마도 자본주의가 점점 발달할수록 고가의 브랜드는 더 많아지고 또 그에 대한 욕망도 견고해 질 것이다. 바야흐로 생필품이 아닌 취향과 선택에 의한 소비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유혹하는 영화들의 덫을 섬세하고, 주의 깊게 보고 판단해야 한다.
※더 생각해볼 거리
1.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떤 식으로 상품에 대한 욕망이 자극되는지 생각해보자.
2. 현대 사회에서 과연 '브랜드'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3. 브랜드와 명품, 사치품의 차이를 구분해보자.
[영화와 논술] 화려한 볼거리 속에 숨겨진 교묘한 상술
소비 욕구 자극하는현대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