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논술] 아바타 흥행돌풍… 관객들은 왜 열광하나
강유정 영화평론가·문학박사
기사입력 2010.01.14 03:55

아바타

  • 영화 '아바타'는 시간 대비 관객 동원수 기록을 연일 갈아 치우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여러 모로 SF적 환상을 채워준다. 이 환상은 우리가 영화를 통해 대리 체험해보고 싶은 경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좋은 SF 영화는 우리의 현재와 욕망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아바타'는 어떤 욕망들을 보여주고 구체화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 '아바타'를 통해 2010년, 현재를 조감해보자.

    '아바타'는 언제인지 불분명한 미래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그 미래는 지구 밖 어딘가로 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장애로 불편한 몸이 완치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 미래에도 여전히 전쟁은 있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는 베네수엘라 전쟁 참전용사로 묘사된다. 우주선을 타고 행성 간을 오가는 미래에도 여전히 지구상에서 국지전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 영화의 배경인 판도라 행성에서도 전쟁이 한창이다. 전쟁은 나비족이 살고 있는 주거지 아래 매장된 값비싼 대체 에너지원 때문에 일어났다. 인간들은 갖은 회유책을 동원해 나비족을 매장 지역에서 내쫓고자 하지만 협상은 이뤄지지 않는다. 인간이 나비족에게 원하는 것은 있지만 나비족은 인간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그 곳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한다.

    자원을 노리는 사람들은 나비족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 낸다. 인간이 신경망을 연결해 조종하는 아바타를 나비족에게 보내 협상을 돕고자 한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제이크는 죽은 쌍둥이형의 아바타에 접속해 나비족과 만난다. 그는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비족에 접근하지만 조금씩 그들의 철학과 생활방식에 동화된다. 나비족의 생활방식은 다름 아닌 '조화'였기 때문이다.

  • 네이티리를 비롯한 나비족은 자연이 주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용하며, 언젠가 그것을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풀과 나무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그들은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음을 늘 염두에 둔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은 정반대이다. 인간은 주어진 것을 모두 활용하려 하는데, 그 활용은 곧잘 파괴로 이어진다.

    하반신이 불편한 제이크는 두 가지 점에서 점점 아바타의 삶에 매혹된다. 하나는, 인간적 결함과 신체적 불편을 아바타가 극복해준다는 점이다. 아바타인 제이크는 형형색색 빛나는 판도라 정글을 뛰어 다니고, 말을 타며, 하늘을 난다. 아바타를 통해 제이크는 전사로서의 모습을 되찾는다. 반면, 현실 속에서 제이크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몸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하는 퇴역 군인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성과와 대가를 요구하는 인간 세계와 달리 판도라의 삶은 평화 그 자체라는 점이다. 판도라는 일부러 무엇인가를 더 원하지 않아도 자족적인 삶이 보장된다. 그곳은 욕망에 의해 조종되는 인간 생활과는 달리 자연의 순리가 세상을 지배한다. 제이크는 만약 천국이 있다면 판도라일 것이라 믿기 시작한다. 그 천국은 비옥한 땅에 젖과 꿀이 넘치는 환상의 공간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마음의 변화에서 발견된다.

    결국, 제이크 설리는 인간으로서의 자기를 버리고 환상이자 가상의 공간이었던 아바타의 세계로 건너간다. 어쩌면 제이크 설리의 이러한 영혼 이주는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결함을 보충하고자 하는 제이크처럼, 24시간 인터넷에 빠져 사는 인간들도 현실이 제공해주지 않는 무엇을 가상 네트워크에서 얻고자 한다. 인간들은 웹상에서 아바타를 통해 군주가 될 수도 있고, 군인이 될 수도 있고, 막강한 부와 권력을 지닌 자가 될 수도 있다. 무기를 빼앗아 누군가의 영토를 침범하거나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미녀를 만나 가상 결혼을 할 수도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거짓 이미지로나마 채워주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가 아니냐"고 묻는다. 관객들은 완벽한 수준으로 재현된 기술력을 통해 제이크처럼 실감나게 하늘을 날고, 형형색색의 공간을 걷는다. 현실을 잊게 하는 인터넷의 마술과 가상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영화 기술이 만나 환상은 실현된다.

    관객들은 3D 안경을 끼고 영화를 보는 세 시간동안 완전히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면 열리는 마술동굴처럼 영화는 그렇게 현실과 나를 분리해준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현실을 이탈할 수 있는 아바타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더 생각해 볼 문제

    1. 사람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 영화는 환상을 주는 매체일까, 아니면 현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매체일까?

    3. 과학 기술의 진보가 인간에게 미치는 해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