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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명문대에 다니는 A군은 요즘 무척 괴롭다. 남들은 무슨 배부른 고민이냐고 코웃음 치지만 고3 시절보다 더욱 힘들다. '좋은 대학에 가겠다'는 목표를 이뤘지만, 대학생으로서 의미 있는 삶의 목표를 정하지 못해서다. 주위를 돌아보면 A군과 같이 방황하는 푸른 영혼들이 중·고교생부터 대학생까지 상당히 많다.
행복은 삶의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에 좌우된다. 삶의 목표는 곧 삶의 의미와 직결된다. 그렇다면 진정한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삶의 의미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실제 사례로 톺아보는 문제작이 바로 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원제: Man's Search for Meaning)'이다. -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치에 체포돼 온갖 고초를 겪은 신경 정신과 의사다. 그는 아우슈비츠 등 4곳의 수용소를 전전하면서도 의사이자 학자로서 동료 유태인들이 자신에게 닥친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면밀하게 관찰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기적적으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그가 이때의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쓴 자전적 수기이다. 또한 스스로 창안한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소개한 이론서이기도 하다. 로고테라피란 '의미(logo)'와 '치료(therapy)'를 합성한 말로, 실존적 심리 치료 방법을 뜻한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삶의 의욕이 꺾이므로, 삶의 의미를 부여해 의지를 북돋아 새로운 삶을 찾도록 돕는 '의미 치료' 요법이다.
이 책의 중심 내용은 크게 2가지다. 저자가 수용소에서 겪은 자신의 끔찍한 경험을 통찰한 기록과 이를 통해 창안한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을 제시한다. 둘을 서로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저자 자신이 직접 마주친 실제 사례에서 새로운 이론을 창안하고 그 틀에서 구체적인 현실과 인간을 더욱 깊게 통찰한다.
저자는 수용소에 갇힌 유태인의 심리적 단계를 셋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충격' 단계로, 자신의 삶을 순식간에 모두 뺏기고만 '인간 살덩이'로서 겪는 심리적 박탈감과 이와 관련된 인간 군상의 여러 행동을 기록했다.
다음은 '무감각' 단계인데 자신을 보호하고자 외부의 폭력이나 불의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경향을 분석한다. 마지막은 '해방감' 단계인데 수용소에서 풀려난 이들이 겪었던 특별한 심리가 결국은 신 이외의 어떠한 것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르는 과정을 조명한다.
저자는 "고통과 죽음이 없는 삶은 완전할 수 없으며 '잠정적 실존' 속에서 비로소 삶의 참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시종일관 강조한다. 나아가 고통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고통은 사라진다는 사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을 때 인간 존재는 파멸하게 된다는 진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많은 기회와 가능성의 길이 있다는 진리를 엄숙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략)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아우슈비츠와 같은 '죽음과 좌절'의 공간에서도 '자유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주변 환경이 아니라 자기 의지에 따라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존엄한 존재다.
빅터 프랭클이 창안한 로고테라피는 삶의 의미를 찾는 세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행위를 함으로써, 가치를 체험함으로써, 또한 고통으로써 찾는다는 것이 요체다. 이 세 가지 방법을 열심히 공부해 인간과 세상을 돌보는 사람도 많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 같은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스티븐 코비는 "프랭클에게서 배운 가장 커다란 삶의 통찰은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테라피는 단순한 부추김이 아니다. 고난과 역경, 절망을 딛고 함께 사랑하고 격려하는 방법이다. 개인의 인생에 어떠한 고난이 생겼을 때 이에 대응하는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삶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푸른 영혼들에게 힘내라고 따뜻하게 말하고 싶다. 그렇다. 여러분은 한없이 소중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안나 S. 래드샌드가 간명하게 풀어낸 전기 '빅터 프랑클-죽음의 수용소에서 의미를 찾다'(두레)도 함께 읽어보자.
[논술을 돕는 이 한권의 책] 인간은 '생각하고 선택할 자유' 가진 존재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청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