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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화랑’이 되어 위험에 처한 김유신 장군을 도와주세요. 지금부터 화랑들의 신조 ‘세속오계’를 배워볼까요?”
21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소극장. 파란 띠와 노란 띠를 머리에 두른 60여명의 어린이가 음악에 맞춰 ‘세속오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공연장으로 연결된 ‘시간의 문’이 열렸고, ‘활’과 ‘소고’로 무장한 어린이들은 신비스러운 안개속을 지나 신라시대로 들어갔다.
국내 어린이 연극계가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이때,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체험연극 한 편이 유독 빛을 발하고 있다. 바로 아트브릿지의 역사탐험연극 ‘박물관은 살아있다’다. 지난해 1월 시작된 ‘고구려 탐험’편은 전회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 1월 새롭게 선보인 ‘신라, 화랑학교’편도 호평 속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체험’과 ‘참여’를 강조한 독특한 연극 형식.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근무했던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는 “어린이들이 박물관을 관람하고도 나중에는 막상 뭘 봤는지 잘 기억하지 못해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
그렇게 제작된 ‘박물관은 살아있다’ 고구려 편은 어린이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어린이들은 활을 쏘고 춤을 추고 배우와 씨름도 하면서 온몸으로 역사를 배운다. 고구려 편의 경우 체험 활동이 많아 회당 관객 수를 30명으로 제한한 것도 흥행 비결 중 하나다.
고구려 편을 본 관객들은 신라 편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다시 찾는다. 티켓 가격은 2만5000원. 적지 않은 돈이지만, 두세 번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윤은서 양(서울 행현초 2년)의 어머니 김유정 씨는 “아이가 고구려 편을 보고 신라 편도 보고 싶다고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조정현 군(서울 중대초 2년)은 “김유신 장군을 도와 함께 적을 물리칠 때는 진짜 화랑이 된 것처럼 신났다”며 즐거워했다. 공연 문의 (02) 741-3581.
신라 화랑 되어 김유신 장군 만나다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역사 연극 '박물관은 살아있다' 체험·참여로 인기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