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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사 베르데는 기원전 1세기쯤부터 기원후 14세기까지 1400년이 넘는 미국 원주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지다. 메사 베르데는 에스파냐어로 ‘푸른 대지’를 뜻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살았던 곳에 에스파냐어 지명이 붙게 된 것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에스파냐가 중남미를 식민지로 삼고 오늘날의 미국 남서부까지 세력을 넓혔기 때문이다. 온통 숲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지형으로 보이지만, 거대한 협곡 ‘메사 베르데’. 길이 24㎞, 너비 13㎞, 평균 해발 530이다. 협곡 바닥은 해발 0에 가깝고 높은 곳은 2600를 넘는 곳도 있다.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지형이다.
▶ 원주민 아나사지족의 거주지
이곳에 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아나사지족이었다. ‘아나사지’는 나바호 인디언 부족 언어로 ‘옛날의 것’이란 뜻이다. 이 부족은 초기 남서부의 협곡에서 작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식물을 채집하면서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옥수수·강낭콩·호박 등의 농작물이 전래하면서 아나사지족은 드넓은 땅으로 이동해 흩어져 살기 시작했다.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진흙과 나뭇가지로 만든 집에 살면서 이들은 마을 중심에 타원형이나 원형 모습의 ‘키바’라는 예배소를 지었다. 아나사지족의 주거지에서 발굴된 대표적인 유물로는 버들가지로 만든 바구니가 있다. 현재 미국 남서부의 콜로라도·유타·애리조나·뉴멕시코 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바구니들이 많이 발굴돼 학자들은 초기 아나사지족이 활동하던 시대를 ‘바구니를 만들 던 때’라는 뜻으로 ‘바스켓 메이커 시대’라고 부른다.
▶ 원주민 뛰어난 건축술 담긴 ‘메사 베르데’
아나사지족 사람들이 농사짓기에 좋은 기름진 땅과 편리한 주거지를 포기하고 험준한 메사 베르데 협곡으로 옮겨 온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다른 부족의 침입을 피해 옮겨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으로 이주해 온 아나사지족들은 적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파른 절벽과 바위틈에 살 곳을 마련했다. 메사 베르데 유적을 보면 아나사지 부족이 자연과 주어진 환경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 알 수 있다. 생활공간은 물론 출입구도 아주 작게 만들어 적의 침입에 대비했다. 비상시에 몸을 숨기고 탈출할 공간도 부족 사람들만 갈 수 있도록 지하에 마련했다.
가장 큰 유적지는 차핀 바위 아래에 있는 클리프 팰리스. ‘절벽 궁전’이란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험준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역사다리꼴 형태의 바위 중간에 만든 절벽 궁전은 13세기에 건설됐다. 4개 층으로 이뤄져 있고, 150개의 방이 있으며, 예배소인 키바도 23곳이나 남아 있다. 자연 지형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지대가 낮은 지역은 지하 공간, 가파른 경사면에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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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문비나무로 둘러싸인 ‘스프루스 트리’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유적 롱 하우스는 150개의 방과 15개의 키바가 남아 있다.
롱 하우스 지역은 절벽 궁전보다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다. 또 다른 유적지로는 가문비나무를 의미하는 스프루스 트리 유적지가 있는데, 이곳에는 모두 130개의 방과 8개의 키바 유적지가 남아 있다. 이곳이 스프루스 트리로 불리게 된 것은 주변이 온통 가문비나무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유적지가 발견된 초기에는 길이 없어 가문비나무를 타고 바위 위에서 내려가야 겨우 이곳에 갈 수 있었다.
메사 베르데 지역에 살았던 아나사지족은 1300년경, 이곳을 버리고 남쪽으로 이주했다. 어렵게 건설한 생활 터전을 떠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자들은 몇 해 동안 계속되었던 가뭄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메리카 역사의 숨결! 세계 문화 유산] 미국- 1400년의 원주민 발자취 '메사 베르데 국립공원'
최상의 은둔처···아나사지족의 '절벽 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