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부천 상인초등 강창열 교장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기사입력 2009.12.16 09:42

"영어 잘하는 아이들, 인성도 갖추게 할겁니다"

  • 수업이 끝난 오후, 2학년 4반 교실. 아이들이 그의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든다. 연주곡은 ‘무궁화’. 아이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이들이 꿈을 꾸듯 그의 멜로디에 빠져든다. 경기도 부천 상인초등학교 강창열 교장 선생님은 ‘색소폰 전도사’다. 지난 9일 케니 지(Kenny G)의 ‘러빙 유(Loving You)’의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소프라노 색소폰 음색처럼 그도 학교도 청아했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2학년 4반은 전원이 독서상을 받았다. 그래서 더 예쁜 아이들에게, 교장선생님은 예쁜 색소폰으로 예쁜 노래를 들려준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2학년 4반은 전원이 독서상을 받았다. 그래서 더 예쁜 아이들에게, 교장선생님은 예쁜 색소폰으로 예쁜 노래를 들려준다.
    - 신종플루는 잠잠해졌지요.

    “의심환자까지 합쳐 한때 196명이나 발병해 휴반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서너명에 불과해요. 수학여행, 수련활동이 취소돼 6학년들에게 초등학교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한 점이 안타까워요.”

    - ‘YES 상인(Year Round English Study)’이라는 영어 프로그램이 독특하다면서요(이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는 류순옥 교감 선생님이 대신 설명).

    “이 지역은 부천에서 생활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많아 영어 실력이 상당합니다. 이런 현실에 맞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원어민 방송, 영어일기 쓰기, 일주일에 한 문장 익히기, STEP 인증평가, JUMP 인증평가 등 1년 내내 영어와 관련된 학습, 행사가 진행됩니다. 영어특별학급 1개 반도 운영 중인데, 여기에 들어오려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시험을 2~3단계 거쳐 선발해요. 영어에 대한 아이들의 열기는 뜨거운데, 영어체험실 등 시설은 제대로 갖추지 못해 아쉬워요.”

    강 교장 선생님과 류 교감 선생님은 영어 관련 시설을 위한 외부의 재정적 지원을 희망했다.

    - ‘YES 상인 DAY’에는 뭘 하는지요.

    “영어 말하기 대회, 영어 포스터 대회, 영어 퀴즈, 영어 연주회 등 온종일 영어 행사를 갖는 겁니다. 1년에 두 차례 열어요.”

    - 수학 진급 평가는?

    “교과서 진도를 마친 후 학기말에 치르는 평가예요. 기본 실력에 미달하는 학생을 가려내 개별지도를 합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 교직생활 3년여를 남겨두셨습니다. 애틋한 추억이 많으시죠.

    “충남 보령의 탄광지역에서 교사를 시작했어요. 학부모들이 대부분 광부였죠. 너무 가난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 아이들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요. 4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을 못 잊어 자주 연락이 와요.”

    - 최근에 좋은 상을 받으셨다고요.

    “부천시 교육청에서 3년에 한 번 주는 학교평가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그동안 교감 선생님과 교사 여러분이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합니다.”

    - 여가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색소폰과 데이트합니다. 색소폰과 만난 지 10년이 됐는데, 연주하면 할수록 매력에 빠져듭니다. 색소폰을 불면 복식호흡을 하게 돼 복부 비만이 사라져요.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그는 색소폰과 열애에 빠졌다.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면 색소폰의 ‘아름다움’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그래서 색소폰의 세계로 ‘유혹’한 선생님도 여럿이다. <샘소리 색소폰 앙상블>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9년째 활동 중이다.

    - 최근에 본 책 중에 소개할 만한 책은?

    “교육서 중에 ‘20년 후를 내다보는 자녀지도’라는 책이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자녀 키우는 방법을 잘 알려 주고 있어요.

    - 아이들을 위해 꼭 해보고 싶은 일은?

    “얼마 남지 않은 교직생활을 인성교육에 올인할 생각입니다. 인성교육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어요.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가진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