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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로 10명이 검거되고, 이 중 20대 A씨 등 2명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초·중·고교생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나체사진, 성행위 영상 등을 전송받아 상습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있다. 피해자는 133명으로, 이는 지난 2020년 충격을 안겨줬던 'N번방' 사건 보다도 더 많은 수다.
또한, 지난달 24일에는 SNS로 12세 아동에게 접근한 뒤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게 하거나 성폭행까지 한 혐의로 A(22)씨 등 6명을 구속 송치하고, 1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 사건이 급증하면서 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 피해자 10명 중 7명, 채팅앱·SNS 통해 피해 입어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자 10명 중 7명은 채팅앱, SNS 등 온라인 경로를 통해 성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은 SNS에서 ‘09년생’과 같은 출생 연도나, ‘초딩’, ‘몸사’(나체사진)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해 피해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이후 1:1 채팅 등으로 친밀감을 형성하고,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이는 '그루밍' 수법을 통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여가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는 2021년(727명) 대비 2022년이 18.6% 증가했다. 피해자 중 여성이 847명(98.3%)이고, 남성이 15명(1.7%)이었다. 연령별로는 ▲14~16세가 393명(45.6%)으로 가장 많았으며, ▲17~19세가 314명(36.4%) ▲10~13세 53명(6.2%) ▲20세 이상 82명(9.5%) 순이었다. 장애인 피해자는 65명(7.5%)로 2021년(47명)보다 약 1.4배 증가했다.
피해를 입게 된 경로는 채팅앱이 423명(49.1%)으로 가장 많았다. SNS(28.8%)도 428명으로 뒤를 이어 온라인을 통한 피해가 70%이상 차지했다. 업소 관계자, 소개업자, 사채업자 등 오프라인으로 피해를 입은 아동·청소년은 71명(8.2%)으로 확인됐다.
◆ SNS통한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 확산 심각
SNS 및 채팅앱을 통한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 문제는 대한민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SNS를 통한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 확산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5월 2일(현지시각) 미국 국립성착취예방센터(National Center on Sexual Exploitation, NCOSE)는 최근 성작취 자료를 홍보하는 기업 및 기타 단체들의 명단인 ‘더 더티 더즌’(The Dirty Dozen)을 공개했다.
‘더 더티 더즌’은 성착취 및 성범죄 콘텐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못하는 기업 및 단체를 폭로하는 명단으로, 지난 2013년 시작됐다. 2023년 더 더티 더즌 명단에는 △애플 앱스토어(Apple App Store) △디스코드(Discord) △이베이(eBay) △인스타그램(Instagram) △킥(Kik) △깃허브(GitHub) △온리팬(OnlyFans) △래딧(Reddit) △로블록스(Roblox) △스냅챗(Snapchat) △스포티파이(Spotify) △트위터(Twitter) 등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사용자를 자랑하는 빅테크 기업이 주로 포함됐다.
실제로 이들의 서비스에서는 아동 및 청소년의 성학대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연결하는 범죄의 장으로써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13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루밍 범죄, 아동 성적 학대 자료, 성매매 등 성범죄와 관련한 네트워크가 계속해서 확대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추천 알고리즘 기능을 통해 아동 성착취물을 판매하는 방대한 계정들을 엮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은 ‘아동 성매매’, ‘10대 성관계’ 같은 해시태그까지 검색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이런 해시태그를 타고 가다 보면, 불법 성 콘텐츠를 판매하는 계정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WSJ은 “인스타그램이 불법 음란물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건 아니다. 대신 콘텐츠 ‘메뉴’를 포스팅하는 방식이다”라면서 “이 메뉴에 각종 아동 성착취 영상 및 이미지에 대한 가격이 포함돼 있다. 돈을 내면 아동과 직접 만남까지 주선한다”고 밝혔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국립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따르면 지난해 이 단체에 접수된 아동 성착취물 관련 신고는 3,190만 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85%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등 마크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가 운영하는 플랫폼과 연관돼 있었다. 이 중 인스타그램이 관련된 건수만 500만 건에 달했다.
◆ 사회적 차원에서 노력 필요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한 비슷한 유형의 성착취 사례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 등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성착취 영상을 근절하고자, 자체적으로 규제 정책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만큼 결과는 처참하다. 게다가 SNS 규정 강화에 따라 은어나 특수기호를 사용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의 수법 역시 진화를 거듭하는 양상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모니터링 및 규제 방식을 꾸준히 보완하고, 강화해나가야 한다. 또한, 해당 규제들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들 역시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범죄자를 색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아울러 끊임없이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견고히 갖춰져야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범죄 양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제도적 차원에서의 변화가 절실하다.
글=장희주 조선에듀 기자(jhj@chosun.com)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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