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발자 되고 싶다면 연봉보다 ‘이것’부터 파악하세요”
입력 2023.02.28 12:41
  • 위캔코딩
  • “개발자 첫 연봉? 생각보다 적다고 느낄 거에요”

    지난 2~3년간 전세계적으로 개발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른바 ‘개발자 모셔가기’ 분위기가 형성됐다. 수요에 비해 개발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고, 이는 개발자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 역시 개발자로 전향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최근에는 대다수 IT기업이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는 등 개발자 열풍이 다소 주춤한듯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라는 커다란 흐름 앞에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위캔코딩 역시 비전공자에서 개발자로 전향한 케이스다. 6개월 만에 개발자로 취업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코딩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그녀는 꾸준히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과 소통하며, 코딩과 더불어 개발자가 되는 법에 대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위캔코딩을 만나 비전공자에서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위캔코딩
  • Q. 간단한 자기소개

    2020년부터 코딩을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3년차 웹 프론트,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에 ‘위캔코딩’이라는 필명으로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코딩책’을 출간했다.

    Q. 원래는 패션 회사를 다녔던 걸로 알고 있다. 갑자기 개발자로 전향을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릴 적부터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아 전공도 ‘의류학과’를 선택했고, 첫 취업도 패션회사로 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코로나19가 터져 버렸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한동안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그때가 26살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상황 탓만 하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다른 쪽으로 전향하는 것도 힘들겠단 판단에 빨리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엔 ‘웹디자이너’를 고려했다가 좀 더 깊은 영역인 코딩을 배워서 ‘웹 퍼블리셔’쪽으로 가보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코딩을 배우면서 개발자로 전향한 케이스다. 

    Q. 6개월 만에 개발자로 취업 성공하기가 좀 어려웠을 것 같다. 6개월간 어떻게 공부했나?

    솔직히 말하면 국비 지원 학원 수업 외에 다른 걸 하지는 않았다. 6개월 동안 교육을 이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빡빡했기 때문. 다만 학원 위주로 공부하면서 동시에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준비했다. 당시 정보처리기사 시험이 개정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으로, 1회차 합격률이 고작 4%였다. 학원 스케줄만으로도 어려운데, 정보처리기사 시험을 준비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다행히 정보처리기사 시험도 한 번에 붙었다. 

    Q. 공부하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부분이 있나?

    특별히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거는 사실 없었다. 다만,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오는 불안감이 가장 힘들었던 요인이었다. ‘정말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함을 안고,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 나를 많이 지치게 했다. 


    Q. 비전공자에서 개발자로 전향 한 사람 중 많은 인원이 중도 포기를 한다고 들었다. 실제 현장에 투입됐을 때 후회한 적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일단 연봉에서부터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패션업계가 워낙 박봉이다보니 이전 직장과 비교해 연봉이 크게 높아졌다. 오히려 전향하길 잘했다고 다시금 느꼈던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취업하기 전, 적성 부분에서 걱정이 많았다. 막상 취업했을 때 생각보다 내 적성이 현실과 맞지 않으면 어쩌나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제 와 생각하면 괜한 걱정이었다. (웃음) 의외로 적성에 너무 잘 맞아서 놀랐을 정도다. 내 경우에는 다행히 잘 맞았지만, 개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적성’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많은 인원이 연봉이나, 근무환경 등의 조건만 보고 이 공부를 시작했다가 적성이 맞지 않아 공부 중에 포기하기도 하고, 취업 후에 떠나기도 한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개발이 자신과 맞는지 차근차근 생각해보길 바란다.

    Q. 후회가 없다니 대단하다. 개발자가 된 이후 어려움에 봉착한 적은 없었나?

    어려움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고, 뛰어난 개발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 내게 늘 동기부여를 준다. ‘이 정도면 나 잘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일하다 보면 세상에 코딩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몸소 느낀다. 그럴 때마다 주눅이 드는 게 아니라, ‘뛰어난 개발자들과 비교해 나만의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항상 되새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다 보면 더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동기부여도 생긴다. 현재 ‘서강대학교 AI 빅데이터 MBA’ 과정을 밟고 있는데, 대학원을 가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런 동기부여에서 비롯됐다. 

  •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코딩책(길벗출판사)'
  • Q.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세상에서 가장 쉬운 코딩책’을 출간했다

    본래는 전자책 ‘쉽게 배우는 코딩, 비전공자가 개발자 되는 법’이었다. 해당 전자책은 텀블럭 펀딩 11,688%를 달성했고, 이후 와디즈에서도 동일한 펀딩으로 2,276%를 달성했던 바 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준 덕분에 이번에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 

    Q. 적성 테스트나 포트폴리오 작성법, 코딩까지 정말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나?

    주변에서 종종 ‘패션 회사 다니다가 어떻게 갑자기 개발자가 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 역시 취업 전 코딩에 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이력서나 포트폴리오 등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몸소 겪어봤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실질적인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글을 작성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전자책까지 이어지게 됐다. 

    여담이지만 원래는 ‘개발자 되는 법’에 대해서만 쓰려고 했다. 책을 쓰다 보니 개발자가 되는 법에서 코딩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공부하면서 특히 어려웠던 부분을 떠올리며 코딩에 대한 부분을 작성했다. 나중에 후기를 살펴봤더니 ‘비전공자가 개발자 되는 법’보다 오히려 ‘쉽게 배우는 코딩’에 대한 부분이 더 만족도가 높았다.(웃음)

    Q. 비전공자가 보기에도 시각화가 정말 잘 돼 있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예시 그림이 특히 보기 좋았다

    감사하다. 코딩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서 그림이나 시각화 자료에 정말 많이 신경 썼다. 마땅한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직접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예를 들면 파라미터나 변수에 대한 설명을 보면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 서적이 사전처럼 나열돼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코딩책’에는 시각화된 자료로 설명돼 있어 이해가 편하다. 

    Q. 개발자의 연봉이나, 업무 환경에 대해 생생하게 담았더라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연봉이었다. ‘요즘 개발자가 대세라고 하더라’라는 분위기에 이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최대한 현실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개발자의 모습과 실제 현직 개발자의 모습은 정말 다르다. 본격적으로 개발자의 길을 걷기에 앞서 제대로 된 현장 이야기를 알고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Q. 연봉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는데, 연봉이나 개발자 열풍만 보고 이 길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자면?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연봉만 생각하고 이 길을 선택하는 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개발자가 된 친구가 8명 정도 있다. 이들 모두 첫 초봉은 대부분 3천만원 언저리다. 사실 6개월 동안 개발 공부를 해서 바로 취직된다는 보장도 없고, 첫 연봉으로 3천만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개발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연봉보다는 이 업종의 비전과 자신의 적성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Q. 비전공자가 코딩 공부를 하면서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종류에 상관없이 프로그래밍 언어 딱 한 개만이라도 잘 터득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 종류만 잘 이해하면 다른 언어를 익히는 것 역시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더불어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다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많이 바뀌고,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다. 매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배움에 거리낌이 없고, 꾸준히 공부해 나가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 위캔코딩
  • Q. 필명과 동일한 ‘위캔코딩’이라는 네이버 카페도 운영하고 있던데

    맞다. 전자책이 펀딩을 통해 많은 사람이 내가 과거에 겪었던 고민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분들이 단순히 책만 읽고,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있지 않았으면 했다. 코딩을 배우는 과정에서 궁금증이 생긴다거나, 업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때 정보를 집약해서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일종의 커뮤니티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Q. 회사 생활과 더불어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지금까지는 기본기를 쉽게 알려주는 개념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활동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실제로 뭔가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더불어 현재 AI 분야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으니 이와 관련해 이직하거나, 공부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아직 무언가를 확정 짓고 ‘이거 해야지’ 보다 하고 싶은 공부를 꾸준히 할 생각이다. 가만히 제자리에 멈춘 개발자가 아닌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Q. 끝으로 개발자를 꿈꾸지만, 망설이고 있을 비전공자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과연 이 길로 갔을 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막막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많이 힘들겠지만, 적성을 고려하면서 ‘이 길이 맞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충분히 고민하고, 또 고민하길 바란다. 판단이 선 다음에는 의심을 버리고, 자신을 믿으며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주변의 반대로, 내 안의 의심으로 스스로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때가 많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주변의 만류가 심했고, ‘원래 하던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흔들림이 자주 찾아왔다. 그때마다 ‘난 이거 아니면 안 된다’라는 다짐으로 주변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나만의 길을 갔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서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그때를 돌아봐도 나는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자기가 열심히 하는 만큼 스스로 가치를 높여가는 곳이다. 꾸준히 공부하고, 열심히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 깊게 고민하고 도전해 보길 바란다. 

    한편, 6개월 만에 비전공자에서 개발자가 된 위캔코딩의 기초 코딩 수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코딩책(길벗출판사)’은 지난 15일 출간됐다. 

    글=장희주 조선에듀 기자(jhj@chosun.com)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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