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학년 책읽기, ‘마중물’ 필요... 부모·선생님이 옆에서 ‘함께 읽기’ 해줘야”
입력 2022.12.28 12:08
●“아이들에게서 질문이 나온다면 좋은 독서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어려운 단어를 중간에 설명해 주는 것도 좋다... 주의할 점은 목소리를 다양하게 바꾸어 가며 감정을 넣어 읽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만 읽어줘야 한다”
  •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책읽기 실력이 늘지 않을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함께 읽기’를 해줘야 한다.
  • 일부 학생은 관심 있는 ‘과학’이나 ‘전쟁’, ‘동물’ 관련 책을 어른보다 더 깊게 몰입해 읽는다. 이런 학생은 해당 분야에 대해 꽤 깊은 지식을 쌓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생은 비문학 분야의 책읽기를 어려워한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 중에서도 창작동화는 편하게 읽는 반면 역사, 과학, 문화 등의 비문학 서적은 읽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학년이 올라가며 접하는 ‘조금 두꺼운 책’을 어렵고 익숙하지 않게 여기는 학생들도 있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책읽기 실력이 늘지 않을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함께 읽기’를 해줘야 한다.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광개토대왕>의 첫 부분을 발췌했다.

    해가 지자, 하늘을 가릴 듯 울창한 전나무 숲이 칠흑같이 어두워졌습니다. 

    “위험하옵니다!” 

    횃불을 밝혀 든 신하들이 숲속으로 들어가는 소년을 쫓아가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소년이 높은 사람인가 봐. 어디를 가는 걸까?)

    “이것 모두가 장차 나의 땅이 될 터인데 무엇이 두렵단 말이냐?” 

    시위에 활을 걸고 부하들보다 앞장서서 점점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입은 옷이나 기품으로 보아 여염집(일반 백성의 살림집) 소년은 아니었습니다. 

    “왕자님, 같이 가세요!”’  

    (아, 이 사람이 왕자인가 보다.)

    무사들이 칼과 창을 들고 뒤를 따랐습니다. 이곳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기슭이었습니다. 사람이 한 번도 발길을 들여놓지 않았을 것 같은 깊은 숲속을 고구려의 왕자인 담덕과 부하들이 조심스럽게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산 어딘가에 숨어 있을 호랑이를 찾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 가는 길이었습니다.

    (‘고구려’의 왕자, ‘담덕’이래.)

  • 아이들에게서 질문이 중간에 나온다면 좋은 독서가 되고 있다는 증거다. 어려운 단어를 중간에 설명해 주는 것도 좋다. 

    한 챕터 정도를 이렇게 읽었다면, 2~3장 정도는 스스로 읽도록 하고, 다 읽은 후 내용과 관련되 질문을 한다. 

    책을 읽을 땐 억지로 소리 내어 읽게 할 필요는 없다. 책에 몰입할 수 있는 마중물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부어준 것이기에, 앞 과정이 잘 되었다면 집중해 잘 읽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목소리를 바꿔가며 감정을 넣어 읽어주면 안 된다. 화려하게 구연하듯 읽어줄 경우 엄마나 선생님의 목소리, 감정에 집중하게 돼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책읽기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만 읽어주기를 권한다. 그렇게 하면서 읽는 분량을 조금씩 늘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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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학년 이상’ 학생들의 경우, 책을 읽어주는 과정이 ‘너무 어린애 취급한다’라고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한 챕터 정도로 분량을 짧게 정해 두고, 읽고 나서 대화를 나누고, 또 읽고 나서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마중물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3·4학년 때는 다양한 비문학 도서를 통해 경제, 과학, 역사 등의 분야에 대해 자연스럽게 시선을 넓혀가고 상식을 쌓는 것이 좋으며, 글밥도 한층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가 쉽지만은 않은 학생들이 있기에 누군가 함께 걸어가 주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비문학을 통해 알아가는 재미를 얻어가다 보면, 풍성한 배경 지식과 함께 바람직한 독해 습관도 가지게 될 것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를 읽어내는 것을 수능 비문학 독해라고들 한다. 초등학교 때 독해 능력을 키운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두꺼운 책을 읽어낸 후에는 칭찬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는 게 독서의 지름길이다.

    글=손지혜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삼성교육센터 부원장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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