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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과이불개’가 476표(50.9%)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욕개미창(慾蓋彌彰)’으로 137표(14.7%)를 기록했다.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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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수들이 선택한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과이불개’가 476표(50.9%)를 얻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욕개미창(慾蓋彌彰)’으로 137표(14.7%)를 기록했다. 욕개미창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말이다. 3위는 129표(13.8%)를 얻은 누란지위(累卵之危·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위기)가 차지했다. 4위에 선정된 문과수비(文過遂非·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124표(13.3%)를 얻었다. 5위 군맹무상(群盲撫象)은 69표(7.4%)를 받았다. ‘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하다’라는 뜻으로, “자기의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 판단한다”는 의미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과이불개’는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가 추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다양했다. 그중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60대·공학)”과 같은 답변이 많았다고 한다. 또 정치의 후진성을 비판한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 “여당이 야당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60대·예체능)” 등의 의견이 적지 않았다. 또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이 소인배의 길(50대·인문)” “잘못하고 뉘위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껴진다(50대·의약학)” “이념진영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 내지 피해자가 될 것 같다는 강박에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듯(60대·사회)” 등의 견해도 있었다.
교수들은 “입법, 행정 관계없이 리더의 본질은 잘못을 고치고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 마음을 비우는 자세에 있다(60대·사회)” “남탓보다는 제탓하기(60대·의약학)” “자신부터 성찰하는 한국사회(50대·인문)” “집단지성의 성찰에 의해 잘못은 인정할 줄 아는 국민이 되자(50대·예체능)” 등의 해법을 내놓았다.
‘과이불개’는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 처음 등장한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이라고 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고 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은 논어 자한편(子罕篇)에도 나온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잘못하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라는 뜻이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연산군일기 3년 6월 27일)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과실 고치기를 꺼려 고치지 않음을 비판했다. 글=백승구 조선에듀 기자
●교수신문, 전국 대학교수 935명 설문조사
●2위 ‘욕개미창(慾蓋彌彰·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3위 누란지위(累卵之危·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위기), 4위 문과수비(文過遂非·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 5위 군맹무상(群盲撫象·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하다)
●2위 ‘욕개미창(慾蓋彌彰·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3위 누란지위(累卵之危·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위기), 4위 문과수비(文過遂非·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 5위 군맹무상(群盲撫象·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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