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現代史)의 거인(巨人)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교육론·경영철학 [조선에듀]
입력 2022.11.19 19:26
●인재제일(人材第一), 사업보국(事業報國), 합리경영(合理經營)
●“문제는 일치단결입니다. 정부가 도덕 교육에 철저를 기해야 합니다. 국가를 위한 교육을 시켜야 됩니다. 도덕 교육만 시키면 재주가 있으니…. 단결해서 손해 본 게 뭐냐, 분열해서 득 본 게 뭐냐, 이런 걸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국민도덕 운동, 서로 협조…. 헐뜯지 말고”
  • 이병철 창업주의 경영철학은 인재제일(人材第一), 사업보국(事業報國), 합리경영(合理經營)으로 요약된다. 조갑제 대표는 “이 3대 원칙엔 이병철(李秉喆) 회장의 위대한 안목이 녹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을 ‘이병철의 아들’이라고만 보는 것은 과소평가”라며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와는 단위가 다른 회사를 만들어 세계를 상대한 ‘글로벌 플레이어’였다”며 “두 사람의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사람중심의 경영, 즉 인재(人材)제일이란 핵심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DB
  • 우리나라 사람 중에 ‘삼성’은 알아도 ‘이병철’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필자의 지인들 중 젊을수록 “모른다”고 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5주기(周忌) 추도식이 18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렸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기일(19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추도식은 하루 앞당겨 진행됐다.”

    조선일보 오늘 자 기사의 일부다. 기사에 따르면, 올해 추도식에는 가족들만 참석했다고 한다.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 이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추도식에 참석했다. 호암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등과 함께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선영을 찾았다. 

       

    네이버에 ‘삼성’ ‘창업주’ ‘이병철’을 쳐봤다. ‘추도식’ 기사가 대부분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위대함을 정리한 글은 많지 않다. ‘영원한 현역 기자’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글이 빛나는 이유다. 그는 오늘 ‘조갑제닷컴’에 이렇게 적었다.

     

    “이승만(李承晩), 박정희(朴正熙), 이병철(李秉喆)은 한국 현대사의 3대(大) 인물이라고 할 만하다. 세 거인(巨人)의 공통점이 있다. 격동(激動)의 시대를 살면서 위대한 건설과 창조를 한 주인공들인데, 허둥대지 않고 늘 한가하게 보였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였다. 자신이 직접 챙길 일과 아래 사람에게 맡길 일을 구분하였다. 좋은 사람을 골라 적소(適所)에 앉힌 뒤로는 일을 맡기고 밀어주었다. 아래 사람들은 윗사람의 신뢰를 믿고 소신대로 밤낮 없이 일하였다.”

     

    조갑제 대표는 세 거인을 ‘독서인’ ‘교양인’ ‘사상가’로 정의했다. 한가해보이지만 골똘하게 생각을 많이 한 이들이었고, 그 깊은 생각에서 창조적 발상(發想)과 전략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병철(李秉喆) 삼성그룹 창업자는 1983년 12월 3일 신라호텔 귀빈실에서 선우휘(鮮于煇) 조선일보 논설고문과 대담(對談)을 가졌는데 당시 월간조선 기자였던 조갑제 대표가 두 사람의 대화를 정리해 ‘월간조선 1984년 신년호’에 기사화했다. 조 대표는 “다시 읽어보니 이병철 회장의 통찰력과 선견지명(先見之明)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필자에겐 ‘교육’을 강조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人材가 되려 해도 거세되고 배척당하고 제한되고…. 문제는 일치단결입니다. 정부가 도덕 교육에 철저를 기해야 합니다. 국가를 위한 교육을 시켜야 됩니다. 도덕 교육만 시키면 재주가 있으니…. 단결해서 손해 본 게 뭐냐, 분열해서 득 본 게 뭐냐, 이런 걸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국민도덕 운동, 서로 협조…. 헐뜯지 말고, 그리고 단합하면 일본 따라가는 게 아니라 더 가지 싶습니다. 나는 그런 생각 갖고 있습니다. 내가 해 봤으니까, 조선도, 반도체도, 트랜지스터도 해봤으니까…. 반도체도 이것만 일본 정도로만 뒷받침해 주면 절대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이 끓어오르는 국민의 에너지를 한 흐름으로 모아 정말 역사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본 사람들을 보면 두뇌가 좋은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소수의 그런 사람들한테 많은 사람들이 순종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개성이 강해서 그런지 누가 우향우(右向右)하면 반드시 몇 사람은 좌향좌(左向左)를 하거든요. 이런 것이 좋게 평가되기도 합니다만 어떤 중요한 경우에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서 힘을 한데 모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제국(帝國) 일본처럼 전쟁을 향해 나간다든지 해선 안 되겠지만. 우리가 단결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일본보다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학교, 사회, 기업, 가정에서의 공공(公共) 교육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40년 전 언급한 ‘일치단결’ ‘도덕교육’ ‘화합’ ‘공공교육’…. 지금도 필요한 것들이다.

    이병철 창업주의 경영철학은 인재제일(人材第一), 사업보국(事業報國), 합리경영(合理經營)으로 요약된다. 조갑제 대표는 “이 3대 원칙엔 이병철(李秉喆) 회장의 위대한 안목이 녹아 있다”고 했다.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1. 기업경영의 원리를 사람 중심으로 파악하였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재육성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일자리는 모자라고 사람은 남아돌던 시대에 인재발탁과 교육을 중시한 偉人(위인)이다.

    2. 국가건설기(期)의 한국에서 기업의 존재 목적이 부국강병(富國强兵)에 이바지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게 기업인의 애국이다. 그는 안중근, 유관순에 못지않은 위대한 애국자였다.

      

    3. 경제는 과학이다. 집념, 뚝심, 배짱 같은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요소가 아니라 합리성이 성패(成敗)의 관건이다. 치밀한 계획과 정확한 판단이 뒷받침되지 않는 뚝심은 만용(蠻勇)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우리나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집단이다. 가히 세계 최고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의 성공 비결로 ‘인사(人事)’를 드는 이가 있다. 이병철,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진 인재제일(人材第一)이란 정신을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스며들도록 한 것이 삼성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이다. 삼성 인사(人事)의 원칙, 즉 인재 발탁과 교육의 원칙은 바로 능력·청렴·공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조갑제 대표는 “이건희 회장을 ‘이병철의 아들’이라고만 보는 것은 과소평가”라고 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와는 단위가 다른 회사를 만들어 세계를 상대한 ‘글로벌 플레이어’였다”며 “두 사람의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사람중심의 경영, 즉 인재(人材)제일이란 핵심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일성은 ‘사람중심의 주체사상’ 운운하면서 인민들을 짐승 취급했지만 이병철, 이건희 부자(父子)는 사람을 키워 돈을 벌고 국가의 부강(富强)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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