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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느린 학습자’에게 딱 맞는 처방은 바로 讀書!
입력 2022.11.02 14:55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경계선의 지능을 가진 사람... 인구의 12~14%, 한 학급에 3명 정도 있는 셈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책부터 차근차근 접하게 도와줘야... 적절한 지도와 배려 뒷받침된다면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
  • 학령기 아동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학교 학습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히 학습 흥미가 낮아진다./리딩엠
  • 교육 현장에 있다 보면 이따금 다음과 같은 하소연을 듣게 된다. 

    “저희 애가 책을 너무 대충 읽어요. 다 읽어 놓고도 무슨 내용이냐고 물어보면 ‘몰라’라고만 해요.”

    부모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열심히 가르치고자 노력하는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아 서운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반대로 글쓴이가 비슷한 일을 직접 겪을 때도 있다. 한껏 열심히 책을 읽어왔다고 자랑하고는 정작 책 내용을 엉뚱하게 이야기하는 학생을 만나는 경우다. 오히려 학생은 억울한 투로 말한다. 

    “저, 정말 열심히 읽었단 말이에요.”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어쩌면 이 학생은 느린 학습자일 수 있다. 느린 학습자(Slow Learner, 경계선 지능)란 표준화된 지능검사 결과가 지능 지수(IQ) 전체 평균인 100점을 기준으로 IQ 71점 이상 84점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IQ가 85 이상이면 평균 범주에 해당하고, 70 이하면 지적장애에 해당하기 때문에, 느린 학습자는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보다는 낮은, 경계선의 지능을 가진 이들을 말한다. 느린 학습자는 인구의 12~14% 정도로 추산되는데, 요즘 기준으로 치면 한 학급에 3명 정도의 느린 학습자가 있는 셈이다. 

    쉽게 말해 느린 학습자는 또래들과 비교하였을 때 느리게 배우고,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가리킨다. 

    배우는 속도가 더디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학령기 아동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학교 학습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히 학습 흥미가 낮아진다. 둘째, 적절한 사회적 기술을 구사하기 어려워하고, 사회적 감수성이 민감하지 않아 의도치 않게 눈치 없는 행동을 자주 하게 된다. 셋째, 이러한 이유로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을 자각하게 될 때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 독서활동이 학습동기를 이끌어줄 수 있다. 느린 학습자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품이 많이 드는 버거운 과정인데, 재미있는 책을 맛보게 되면 또 다른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지는 학습동기가 생긴다. /리딩엠
  • 느린 학습자에게 딱 맞는 처방은 바로 독서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의 저자 박찬선, 장세희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독서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첫째, 독서가 여러 영역의 발달을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인지, 정서, 사회성 등 여러 영역의 고른 자극을 위해서는 독서가 제격이다. 독서를 통해 읽기 훈련을 하는 것과 동시에 감정의 정화를 느끼며, 또래관계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둘째, 또래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생긴다. 책을 읽고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거나,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등 나누고 싶은 나만의 이야깃거리가 생기면 또래와의 대화에도 선뜻 낄 수가 있다.

    셋째,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느린 학습자는 확산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에 어려움을 겪는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상상하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넷째, 사회성을 길러준다. 느린 학습자는 즉각적으로 발생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 맺기,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 등을 관찰하면서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배우고 준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서활동이 학습동기를 이끌어줄 수 있다. 느린 학습자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품이 많이 드는 버거운 과정인데, 재미있는 책을 맛보게 되면 또 다른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지는 학습동기가 생긴다. 

    이처럼 독서는 여러 방면에서 느린 학습자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만약 내 아이가 느린 학습자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쉽지 않겠지만) 한 번의 독서로 책을 이해해야 한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책부터 차근차근 접하게 도와주자. 느린 학습자는 말 그대로 속도가 느릴 뿐, 이들에게 맞는 적절한 배려와 지도가 뒷받침된다면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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