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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자신을 반성해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없으면 더더욱 힘쓴다” [조선에듀]
입력 2022.10.29 13:17
[전광진의 한자와 명언] 每番, 所屬, 洋藥, 注目, 卑近, 永久
  • 每 番

    *매양 매(毋-7, 7급) 

    *차례 번(田-12, 6급)

    누구나 크든 작든 잘못을 범하기 마련이다. 잘못이 있으면 어떻게 하고,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단히 간단한 문제라 고민할 필요가 없을 테지만, 먼저 ‘每番’이란 한자어의 속을 뜯어 본 다음에 답을 찾아보자.

    每자는 머리에 비녀를 꽂고 앉아 있는 어머니[母]의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자식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매양 좋은 사람이었으니, ‘매양’(all the time)이란 뜻을 그렇게 나타냈나 보다. ‘매번’(every time) ‘마다’(every) 등으로도 쓰인다.

    番자는 ‘밭 전’(田)과 ‘분별할 변’(釆)이 합쳐진 것으로 ‘(밭에 남긴 짐승의) 발자국’(a footprint)이 본래 의미였는데, ‘차례’(order) ‘번갈아’(by turns)같은 의미로 확대 사용되는 예가 많아지자, 본래 뜻을 위해서는 蹯(짐승 발바닥 번)자가 추가로 만들어졌다. 

    每番(매:번)은 ‘언제나[每] 번번(番番)이’, ‘언제나’를 뜻한다. 매일 매번 점검해야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닐 것 같다. 

    송나라 대학자 주자(朱子, 1130-1200)가 남긴 명언이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 이런 말도 있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간단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날마다 자신을 반성하여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없으면 더더욱 힘쓴다.”

     日省其身, 일성기신 

     有則改之, 유즉개지

     無則加勉. 무즉가면

       - 朱子.

    所 屬

    *것 소(戶-8, 7급) 

    *엮을 속(尸-21, 4급)

    남이 알면 어쩌나 고민하는 정치인들에게 즉효가 있는 명언이 없을까? 먼저 ‘그는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의 ‘所屬’이란 한자어의 속뜻을 알아본 다음에 답을 찾아보자. 

    所자는 ‘나무를 베는 소리’(the sound of cutting a tree)가 본뜻이었으니 ‘도끼 근’(斤)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戶(지게 호)는 발음요소라는 설이 있는데, 음 차이가 큰 편이다. 본뜻보다는 ‘장소’(place)나 ‘바’를 나타내는데 많이 쓰인다. 순우리말 ‘바’는 불특정 대명사, 즉 ‘어떤 것’(something)으로 풀이하면 이해가 잘 된다. 

    屬자가 본래는 ‘(꼬리를) 잇다’(link)는 뜻이었으니 ‘꼬리 미’(尾)가 의미요소였는데, 지금의 자형에서는 모양이 약간 달라져 그러한 사실을 알기 힘들게 됐다. 蜀(나라 이름 촉)이 발음요소였는데 음이 조금 달라졌다. 후에 ‘붙다’(adhere) ‘엮다’(weave) ‘속하다’(belong to)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所屬(소:속)은 ‘기관이나 조직에 딸린[屬] 어떤 것[所]’, 그 딸린 사람이나 물건을 이른다. 

    남이 모르게 하려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 ‘한서’ 매승전에 나오는 다음 명언을 보면 금방 안다. 사후(事後)에 ‘하지 말 걸!’하고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다. 사전(事前)에 알고 ‘하지 말자!’라고 결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이 모르게 하려면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欲人勿知, 욕인물지 

     莫若勿爲. 막약물위

       -‘漢書’·枚乘傳 

    洋 藥

    *서양 양(水-9, 6급) 

    *약 약(艸-19, 6급)

    약을 남용하거나 오용하여 아까운 생명을 잃는 사고가 가끔 있다. 그러한 안타까운 일을 사전 예방하는 데 좋은 경구(警句)가 없을까? 먼저, ‘良藥’과 혼동하기 쉬운 ‘洋藥’에 대해 야금야금 씹어가며 분석한 다음에 명답을 찾아보자. 

    洋자는 산동성에 있는 한 강(a river)을 이름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물 수’(水)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羊(양 양)은 발음요소일 따름이다. 후에 ‘큰 바다’(the ocean)를 가리키는 것으로 확대 사용됐다. 본래 海는 육지에 붙어 있는 바다를 가리키고, 洋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큰 바다를 뜻한다. 

    藥자는 약이 될 수 있는 풀, 즉 ‘약초’(a medicinal plant)를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풀 초’(艸→艹)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樂(즐길 락)은 발음요소다. 후에 모든 ‘약’(medicine)을 통칭하는 것으로도 확대 사용됐다. 

    洋藥은 ‘서양(西洋) 의술로 만든 약(藥)’, ‘서양에서 수입한 약’을 이른다. ‘효과가 좋은 약’을 가리키는 ‘良藥’과 음이 똑같아 혼동하기 쉬우니 이 기회에 둘 다 잘 알아두자. 

    아무튼 양약(洋藥)이든 양약(良藥)이든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아까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 깊은 뜻을 담은 중국 속담이 있어 아래에 소개해 본다. 병원이나 약국에 크게 써서 걸어 두면 약물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듯!  

     “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藥能生人, 약능생인

       亦能死人. 역능사인

    注 目

    *쏟을 주(水-8, 6급) 

    *눈 목(目-5, 6급)

    눈이 아무리 좋아도 두 가지를 한 번에 볼 수는 없다. 귀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한 공부의 비결을 알려 주는 명언이 있다. 먼저 ‘注目’이란 한자어의 속뜻을 살펴본 다음에 소개해 본다. 

    注자는 ‘(물을) 대다’(pour into)가 본뜻이니, ‘물 수’(氵=水)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主(주인 주)는 발음요소이니 뜻과는 상관이 없다. ‘쏟다’(spill) ‘기울이다’(concentrate one’s attention on)로 확대 사용됐다. 

    目자는 보는 눈의 테두리와 눈동자 모양을 본뜬 것인데, 쓰기 편리함을 위하여 모양이 직각형태로 바뀌었다. ‘눈’(an eye)이 본뜻인데, 눈동자의 수로 사람의 수를 가리키는 예가 예전부터 있었던지 일찍이 ‘단위’(a unit)나 ‘조목’(an item)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쓰였다. 

    注目(주:목)은 ‘눈[目]길을 한곳에 쏟음[注]’이 속뜻인데, ‘어떤 대상이나 일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핌’을 이르기도 한다. 

    예수보다 약 300살 많은 순자(기원전 313-238)는 공부의 비법이 눈과 귀에 달려 있음을 간파하여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함을 참으로 잘 그려냈다. 이 명언을 줄인 말이 이총목명(耳聰目明)이고, 더 줄인 말이 바로 총명(聰明)이다. 총명해지자면, 즉 똑똑해지자면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공부하면서 놀 생각하는 사람, 놀면서 공부할 걱정하는 사람은 총명과 거리가 멀 듯!

    “눈은 한꺼번에 두 가지를 

     똑똑히 볼 수 없고, 

     귀는 한꺼번에 두 가지를 

     똑똑히 들을 수 없다.”

     

     目不能兩視而明, 

     목불능양시이명

     耳不能兩聽而聰.

     이불능양청이총 

        - ‘荀子’·勸學.

    卑 近

    *낮을 비(十-8, 3급) 

    *가까울 근(辶-8, 6급)

    남들과 가깝게 지나면 삶이 따뜻해진다. 반대로, 친하게 지내던 사람과 멀어지면 옆구리가 시리게 된다. 어떻게 하면 가까워지고, 어떻게 하면 멀어질까? 먼저 ‘비근한 예를 들어 보자’의 ‘卑近’이란 두 글자를 하나하나 뜯어본 다음에 명답을 찾아보자.

    卑자는 큰 행사 때 손(又)에 갑옷 모양(甲)의 儀仗(의장)을 들고 있는 하급 관리를 본뜬 것이라 한다. ‘열 십’(十)이 부수인데, 이것은 ‘오른손 우’(又)의 변형이다. ‘낮다’(humble) ‘천박하다’(shallow) 등의 의미로 쓰인다.

    近자는 ‘가까운 이웃’(the neighborhood)을 뜻하는 것이었으니, ‘길갈 착’(辶=辵)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斤(도끼 근)은 발음요소일 따름이다. 후에 ‘가깝다’(near) ‘비슷하다’(similar) ‘요새’(recently)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卑近(비:근)은 ‘우리 주위에 흔하고[卑] 가까운[近]’이란 뜻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이르는 말로 많이 쓰인다. 가까운 사람이라고 음’을 이른다. 

    남들과 가까워지거나 멀어지게 되는 사연을 담은 명언이 있어 소개해 본다. 한나라 때 한영이란 선비가 지은 ‘한시외전’에 나오는 말이다. 따뜻한 삶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남에게 온정을 베풀면 낯선 사람도 가까워지고, 

     남에게 빈말만 하면은 친한 사람도 소원해진다.”

      與人以實, 雖疏必密; 

      여인이실 수소필밀

      與人以虛, 雖戚必疏.

      여인이허 수척필소 

       - 韓嬰의 ‘韓詩外傳.

    永 久

    *길 영(水-5, 6급) 

    *오랠 구(丿-3, 3급)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앞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일을 당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은 명언이 없을까? 먼저 ‘永久’란 두 한자를 샅샅이 훑어본 다음에 명답을 찾아보자. 

    永자는 원래 물[水]에서 헤엄을 치는 사람[人]의 모습을 본뜬 것으로 ‘헤엄치다’(swim)가 본래 뜻이었는데, ‘오래’(long) ‘멀리’(far) ‘길게’(lengthily) 같은 의미로 확대 사용되자, 그 본뜻은 泳(헤엄칠 영)자를 만들어 나타냈다.

    久자는 ‘뜸’(moxa cautery)을 뜻하기 위해서 뜸을 들일 때 쓰는 인두 모양의 도구를 본뜬 것이었다. 후에 이 글자가 ‘오래다’(long)는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활용되는 예가 많아지자, 본래 의미는 灸(뜸 구)자를 추가로 만들어 나타냈다. 

    永久(영:구)는 ‘영원(永遠)히 오래[久] 지속됨’을 이른다. 영구 불변한 사물은 없어도 영구 불변의 진리는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진리를 찾아 헤맨다. 

    맨 앞 문제에 대한 명답이 될 만한 명언이 ‘주역’ 계사(繫辭) 하편에 나온다. 영구불변의 진리일 듯하다. 원문은 3+3+3 아홉 자밖에 되지 않고 중복된 한자를 빼면 자종(字種)은 5자밖에 안 된다. 그러니 통째로 알아두면 운수가 꽉 막히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쭉 간다.”

     窮則變, 궁즉변

     變則通, 변즉통

     通則久. 통즉구

       - ‘周易’ㆍ繫辭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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