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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준 리딩엠 역삼교육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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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인성교육진흥법’이 지난 2015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의 고유 역량으로서 인성 함양이 절실해지자 국가가 내놓은 정책 방향이다. 인성교육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교육부 장관은 ‘인성교육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제1차 인성교육 종합계획(2016-2020)은 인성교육의 개념과 추진방향이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마련된 제2차 인성교육종합계획(2021-2025)은 보다 구체적인 개념과 정책 실현의 로드맵을 담고 있다.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정의했다. 인성교육의 핵심가치·덕목으로는 예·효·정직·책임·존중·배려·소통·협동 등 8가지를 꼽았다. 인성교육으로 키워야 할 핵심 역량은 지식과 의사소통능력, 갈등해결능력을 통합한 능력으로 설명한다.
특히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인문소양교육과 전통문화교육 활성화, 소통과 갈등 해결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학교폭력 예방교육, 자연과의 건강한 공존을 위한 환경교육 강화, 건전한 신체와 정서 발달을 위한 체육·예술교육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평생의 인성은 초등 인성독서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책은 한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정신을 담고 있는, 그 자체로 인성 교과서인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사람됨의 태도, 즉 인성을 키우기 위한 첫 단추로 ‘자기수용’을 꼽을 수 있다. 자기수용이랑 현재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서 자존감과 유사한 개념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키워준 사람으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 형성되는데, 이것은 독서로도 가능하다. 아이들은 책 속의 아이가 어른으로부터 보호받고 사랑받을 때 자신도 그러하다고 여긴다. 또한 주인공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에 도달하는 과정을 읽으며 자신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건전한 자아상을 갖게 된다.
인성을 키우기 위한 두 번째 단추는 ‘가치’다. 아이들은 독서를 통해 가치를 배운다. 동화 ‘강아지똥’을 예로 들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강아지똥은 민들레에 존재의 가치를 묻는다. 거름이 되어달라는 민들레의 말에 기뻐하며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힘껏 껴안는 순간이 바로 존재의 가치를 깨닫는 순간이다. 이 동화를 읽은 아이는 가치 있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자각하게 된다.
세 번째 단추는 ‘공감능력이다. 아이가 책을 읽으며 책 속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이 아이의 마음을 살며시 노크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더 나아가 세상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책임감을 내면화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성독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이의 학년에 따라 나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초등 1~2학년 아이에게는 ‘따라 읽기’가 효과적이다. 본격적으로 읽기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적절한 속도와 정확한 발음으로 책을 읽는 연습이 중요하다. 이것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부모가 한 단락을 먼저 읽어주고 나서 아이가 그대로 따라 읽도록 연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아이가 틀리자마자 이를 지적하면 아이는 자칫 주눅이 들 수 있다. 의미를 모르는 어휘가 많아 더듬거릴 경우 책의 난이도를 조절할 필요도 있다.
둘째, 초등 3~4학년 시기에는 재미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읽기에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가 되면 아이 입장에서는 제법 두껍고 활자가 많은 책을 읽도록 요구받는데, 이 과정에서 자칫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기본적으로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읽는 게 좋다.
셋째, 초등 5~6학년은 독서의 시야를 넓히는 시기다. 이 시기는 아이가 어엿한 주체적 독자로 자라나는 때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책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다. 대다수 아이는 문학 도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비문학 도서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문학 도서들은 당장 교과학습과 관련된 것이 많다. 학습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습득하고 공부에 필요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토대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교과와 연계된 비문학 도서를 일부러 찾아서 읽는 것이 좋다.
글쓰기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수집된 파편적인 생각을 머릿속에 체계화하는 작업이다. ‘백범일지’를 읽고 나서 독서감상문을 쓰려는 아이가 뭘 써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에는 한 편의 글을 세분화해 문단별 개요를 제시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무엇이었는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아이가 머릿속에 스스로 글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이를 논리적으로 엮을 수 있는 틀을 제시해주면 아이는 한 편의 독서감상문을 보다 수월하게 완성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아이는 김구 선생의 삶을 통해 살펴본 가치와 도덕적 덕목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가치를 내면화한다. 인성독서를 통해 아이는 한 단계 성장한다. 인성독서의 마지막 단계로서 글쓰기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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