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게임하고 레고 조립하고…달라진 신입사원 교육
입력 2021.04.30 10:33
-Z세대 특성 반영한 비대면 교육 진행
-사원들 “회사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
  • 모니터 앞에 앉아 듣기만 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신입사원 교육은 옛 이야기다. 최근에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에 신입사원들의 집중력을 높일DIY 키트, 모바일 게임 등 체험형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사진은 신입사원 집중력 향상을 위해 활용되는 목공예 수업./수피아HRD 제공
  •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기업의 신입사원 대상 비대면 교육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 정보 전달식 수업에서 벗어나 참여형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작년이 비대면 교육에 시동을 건 시기라면 이번 년도는 본격적으로 그 가속 페달을 밟아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올 상반기 비대면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했거나 할 예정인 기업은 네이버, 한국동서발전,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등이다.

    이중 네이버는 ‘디지털 지구’인 메타버스에서 입문교육을 진행했다.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사원별로 아바타를 만들어 팀별 미션을 수행하고 가상세계에 조성된 네이버 사옥을 둘러보는 식이다. 스마트주문, 네이버페이 등 네이버의 서비스를 활용한 랜선 회식도 진행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이 원격근무를 하는 상황에서도 회사의 가치에 공감하고 동료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꾸몄다”며 “100% 비대면으로 진행된 행사에도 사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에서는 ‘디지털 지구’라 불리는 소셜 플랫폼 제페토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네이버 제공
  • 신입의 주축을 이루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의 특징도 적극 반영한다.

    올해 30여 개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한 교육컨설팅 업체 수피아HRD의 관계자는 “Z세대는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입사 후 성장 목표를 세울 때 글로 서술하기보다는 레고를 조립하거나 무드등을 만들며 그 내용을 표현하고 동기들과 공유한다. 수피아HRD 관계자는 “목표를 시각화하며 리마인드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자극과 즉각적인 보상을 좋아하는 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팀워크와 문제해결력을 기르기 위해 팀을 이뤄 런투컨설팅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게임을 하도록 했다. 보물이 숨겨진 섬에서 전략을 짜 자원을 차지하는 게임이다.

    사원들은 팀원들과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으로 전략을 짜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 전문가로부터 틈틈이 활동 성과에 대한 피드백도 받았다. 신입사원 박수찬씨는 “처음에는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고 해서 동기들과 가까워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팀활동을 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회사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입사원 비대면 교육에서도 기업 간 격차가 발생한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채용 규모뿐 아니라 신입사원 교육 시간도 대폭 줄이는 추세라서다. 비대면 채용과 교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기업교육 전문 업체 관계자는 “기존에 20시간 진행했던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8시간으로 반 토막 넘게 줄인 곳도 있다”며 “자체적으로 기본적인 직장 예절만 가르치겠다는 기업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고정된 인력을 뽑는 상당수의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은 비대면 교육의 틀을 만들어놓으면 지속적으로 활용하겠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비용 투자를 망설인다”고 했다.



    haj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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