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인증·대화저장 안 되는 ‘랜덤채팅’ 앱, 청소년 이용 못한다
입력 2020.12.11 11:34
-여성가족부, 청소년 유해매체물 고시 시행
-성착취 창구 악용…디지털 성범죄 예방 강화
  • /조선일보 DB
  • 앞으로 본인인증이나 대화 저장, 신고 기능이 없는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은 청소년들의 이용이 금지된다. 앱 안에 성인인증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운영자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이 랜덤채팅 앱을 통해 성매매나 성착취 등 범죄 피해를 보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여성가족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고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고시로 ▲실명 인증 또는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회원관리 ▲대화 저장 ▲신고 기능 등이 없는 앱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돼 청소년에게 서비스할 수 없다.

    또한 청소년 유해매체물에는 청소년 유해표시(‘19’금 표시 등)를 하고 별도의 성인인증 절차를 둬 청소년이 이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 유해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앱 운영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매체물을 판매·대여하거나 관람·이용하도록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다.

    여가부가 이 같은 고시를 내린 것은 일부 랜덤채팅 앱에서 청소년에 유해한 내용이 공유되거나 성매매·성착취 수단으로 쓰인 것과 관계가 있다. 랜덤채팅 앱은 익명의 사용자와 무작위로 연결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청소년과 성인이 만나 ‘조건만남’을 하거나 성착취 창구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랜덤채팅앱에서도 텔레그램 ‘n번방’ 사태 같은 불법 성착취 사례가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의도가 깔렸다. 

    실제 최근 대전에서는 랜덤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10대 여학생에게 나체사진 등을 요구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창원에서는 랜덤채팅으로 10대 소녀들에게 접근해 음란행위를 요구하고 이를 녹화한 남성이 실형을 받기도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랜덤채팅 앱 기능의 청소년 유해성을 심의하고,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앱에는 기술적 안전 장치를 두도록 해 청소년 보호를 한층 두텁게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30일까지 여가부가 랜덤채팅 앱 534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사업자가 서비스하는 앱(408개)의 85.0%(347개)가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126개 앱 중에서는 122개(96.8%)가 유해매체물에 해당했다. 종합해보면 랜덤채팅 앱 10개중 8개(87.8%) 이상이 청소년 유해매체물인 셈이다.

    여가부는 이번 고시 시행과 맞물려 현장 점검에 착수한다. 위반 사항이 발견된 국내 사업자에 대해서는 이달 안으로 시정을 요구한다. 시정 요구에도 위반 사항을 고치지 않으면 사법기관에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고시를 위반한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는 해당 채팅 앱이 국내에 유통되지 않도록 앱 마켓 사업자에게 상품 판매 중단을 요청한다.

    여가부는 앞으로도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유해한 온라인 매체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안전한 매체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jinho2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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