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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1월 16일 포항 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23일로 연기된 가운데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 관계자가 수능 시험장 안내판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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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은 예정대로라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날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개학이 미뤄지며 수능 일정도 함께 연기됐다. 이에 수험생들의 후련한 표정은 이주일 뒤에 볼 수 있게 됐다. 수능 연기가 결정된 이후에도 재연기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는가 하면 책상 칸막이 등 강화된 시험장 방역조치에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연기된 수능은 올해뿐만 아니다. 3년 전에는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나 하루 전날 수능 연기가 결정되며 수험생들은 대혼란을 겪었다. 미뤄진 수능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조선에듀가 알아봤다.
올해는 코로나19 수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와 그로 인한 네 차례의 개학연기, 순차적 온라인 개학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학사 일정이 줄줄이 이어졌다. 올해 수능 일정 변경은 지난 3월31일 발표됐다. 수능 시험일이 예정된 11월19일보다 2주 미뤄져 12월3일로 결정됐다. 교육부는 이날 대학 입시 일정 조정안을 발표하고 수능 연기와 함께 대입 수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도 8월31일에서 9월16일로 16일 늦춘다고 밝혔다.
이후 4월 6일 중3과 고3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한 학교 현장은 사상 유례없는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다. 고3 수험생들은 바뀐 수능 일정과 생소한 수업 형태를 마주하며 온몸으로 혼란을 체감했다.
앞서 수능이 연기된 사례는 세 번 있었다.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2005년에는 6일 뒤로 미뤄졌다.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2010년에는 1주일 연기된 바 있다. 이때는 모두 미리 일정 변경이 연초에 공지돼 큰 혼란은 없었다.
역시 기억에 남는 건 2017년 11월16일로 예정됐었던 2018학년도 수능이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 국민들까지 모두 ‘16일 모드’로 수능 시계를 맞춘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급격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북 포항시에서 오후 2시29분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시험장으로 쓰일 예정이었던 일부 학교 건물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8시20분 교육부는 긴급 브리핑을 갖고 수능 1주일 연기를 발표했다. 자연재해로 수능시험이 미뤄진 첫 사례이자 불과 시험을 12시간 앞두고 일정이 바뀌는 초유의 사태였다.
이에 학생들은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연기된 수능일인 11월23일까지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초조한 1주일’을 지내야 했다. 미진한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맥이 풀려 집중하지 못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달래고 바뀐 학사일정에 대비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이때 정부가 ‘잘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여론조사로 본 국민들의 인식도 비슷했다. 리얼미터가 이해 11월22일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정부의 수능 연기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잘했다’(매우 잘했음 54.9%·잘한 편 28.7%)는 응답이 83.6%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수능 연기를 잘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무엇보다 일정대로 수능을 강행했다면 포항 지역은 큰 혼란을 겪을 수 있었다. 당초 수능일이었던 16일 포항에서는 1교시가 시작되는 오전 8시40분부터 5교시가 끝나는 오후 5시40분까지 규모 2.0에서 3.6 사이의 여진이 총 8회 발생했다. 1교시 국어영역이 시작된 지 22분 만에 발생한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일정대로였다면 포항 지역 수험생들은 수능 도중 대피하는 상황 아찔한 상황을 겪을 뻔했다.
지난해 치러진 2020학년도 수능은 일정대로 치러졌다. 하지만 논란을 피해가진 못했다. 문제는 일정이 아닌 다른 곳에서 터졌다. 성적증명서 발급 시스템 문제였다.
2019년 12월1일 오후 한 누리꾼이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 수능 성적표를 미리 확인했다고 인증하고 확인 방법을 공유했다. 이에 이날 오후 9시56분부터 2일 오전 1시32분 사이 졸업생 312명이 수능 성적증명서 발급서비스를 이용해 올해 수능 성적을 미리 확인했다. 성적 제공일(4일) 이전엔 성적 조회가 이뤄지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혼란을 야기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재난문자를 통해 ‘우리 수험생들이 오랫동안 준비한 수능.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차질이 없도록 가족의 마음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고3 현역 수험생이라면 2002년생들이다. 월드컵의 환희 속에서 태어난 이들과 재수생 모두 이주일 뒤 환호할 수 있길 기원해 본다.
jinho26@chosun.com
-APECㆍG20으로 2005년과 2010년에도 수능 미뤄져
-2017년 ‘포항 지진’ 강타, 초유의 12시간 전 연기
-2017년 ‘포항 지진’ 강타, 초유의 12시간 전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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