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서로 이해하고 싶다면 MBTI로 ‘실마리’를 찾아보세요”
입력 2020.11.06 14:00
-[인터뷰] 조수연 박사(서울대 교육상담전공·호시담심리상담센터 대표)
  • 조수연 박사(서울대 교육상담전공·호시담심리상담센터 대표)는 MBTI 검사 결과를 활용하면 부모와 자녀가 서로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주민욱 객원기자
  • 올해 그야말로 MBTI 열풍이 불었다. 성격 유형 검사 MBTI를 통해 자신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식이다. MBTI 열풍은 기업의 제품 광고와 채용 공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MBTI를 ‘자녀양육법’에 적용하면 어떨까.

    지난 10월 출간된 ‘성격대로 키우는 부모학교’ 저자인 조수연(40) 박사(서울대 교육상담전공·호시담심리상담센터 대표)는 “정식 MBTI 검사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서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특히 서로 생각과 마음이 자주 부딪힐 때 MBTI 검사 결과를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와 자녀가 성격 생김새를 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효과적인 자녀양육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성격 생김새 설명서’ 이것부터 알고 보자

    조 박사는 MBTI를 ‘성격 생김새 설명서’라고 부른다. MBTI는 심리학자 카를 융(Carl Gustav Jung)의 이론에 따라 타고난 성격의 생김새를 유형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두드러지는 심리적 선호 4가지와 그 조합을 기준으로 MBTI 유형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MBTI 검사 결과는 4개의 글자로 나타난다. 예컨대, 4개의 글자 중 3번째 이니셜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기준’을 의미한다. 논리적인 ‘사고형(T)’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관계 지향적인 ‘감정형(F)’은 상대방의 기분과 관계 등 상대적으로 주관적인 가치를 고려해 결정한다.

    “만약 사고형인 엄마와 감정형인 자녀가 있다면 이들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의사 결정을 내려요. 자녀가 ‘엄마, 나 친구랑 싸워서 속상해’라고 하면 엄마는 그 친구가 아이에게 꼭 필요한 친구인지 따져보고 ‘걔랑 놀지 마’라고 할 수도 있어요. 자녀에겐 소중한 친구일지라도요. 그러면 엄마와 아이의 대화는 여기에서 끝납니다.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는 거죠.”

    4개의 글자 중 마지막 이니셜은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판단형(J)’은 자신이 계획을 세워 상황을 최대한 통제하고 싶어 한다. ‘인식형(P)’은 변수가 생기는 대로 융통성 있게 적응해 나간다. 조 박사는 “판단형 부모와 인식형 자녀의 경우, 부모 입장에선 시험 기간에도 학습계획을 꼼꼼히 짜지 않는 자녀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며 “평소 아이를 자주 혼내거나 아이와 다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체로 부모와 자녀 간 생활양식의 차이에 있다”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4개의 이니셜을 각각 조합하면 성격 유형을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조 박사는 “MBTI검사 결과는 성격 생김새의 ‘전체’가 아닌 ‘일부’를 보여준다”며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각자 살아온 배경에 따라 성격이 각기 달라지기 때문에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조수연 박사(서울대 교육상담전공·호시담심리상담센터 대표). /주민욱 객원기자
  • ◇부모의 성격은 자녀의 환경이 된다

    정식 MBTI 검사는 초등 3학년부터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MBTI 검사를 여러 번 실시하다 보면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 박사는 “MBTI는 ‘자기보고식 검사’로 자신이 스스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특히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에 부모가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부모의 성격이 자녀의 환경이 되는 셈이다.

    “평소 부모들은 아이의 말과 행동에 많은 피드백을 줍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무언가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극성맞다’며 혼내고, 조용히 앉아 있을 땐 칭찬을 해주죠. 부모가 ‘이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라고 말해주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의 선호를 따라갈 가능성이 커요. 자신이 정말로 선호하는 응답을 골랐는지, 부모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대다수 부모가 자신의 성격 생김새로 자녀를 바라보는 탓이다. 부모임에도 자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때 MBTI 검사 결과와 전문가 조언 등을 활용하면 부모와 자녀가 서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각자 성격에 따라 허용하는 가치나 행동의 범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실제 상담 사례를 각색해 이를 설명했다. 

    “가치중심적(N)인 아빠와 경험중심적(S)인 아이가 있어요. 아빠는 아이에게 매번 ‘너의 미래를 생각해 이렇게 행동하라’고 잔소리를 하죠. 하지만 경험중심적인 아이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아요. 이러한 아이는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해야 움직입니다. 무작정 아이가 갖고 있는 지도 바깥으로 나가라고 하면 못 나가요. 아이의 경험 지도를 확장해줘야 하는 거죠. 아이가 여러 경험을 하다 보면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갈 겁니다.” 

    조 박사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MBT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부모 자신부터 성격 유형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선호가 어떤 점에서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내향형이라서 아이를 천천히 기다려줄 수 있는 부모도 있고, 외향형이라서 아이에게 다양한 외부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부모도 있습니다. 현재 나의 모습을 통해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환경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세요.”

    그는 또한 MBTI 검사 결과가 부모의 ‘반성문’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부모가 자신의 성격 유형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감정적인 면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부모로서 자신의 성격을 보완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 박사는 “부모 자신의 성격대로 아이를 키우되, 내 성격 유형과 반대되는 유형을 지닌 부모들이 가진 특징 1~2가지를 조금씩 시도해보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lul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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