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혁신사례로 평가해야… 서로 배우며 성장”
입력 2020.07.15 09:41
-[인터뷰] WURI랭킹 평가 총괄한 문휘창 국제경쟁력연구원장
  • WURI랭킹은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의 혁신 프로그램을 정성평가하는 대학평가시스템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처음 발표된 WURI랭킹의 평가를 총괄한 문휘창 국제경쟁력연구원장은 지난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사회에서 고등교육기관이 혁신사례를 공유하며 함께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신영 기자
  •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가 ‘교육’입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의 목표와 방법이 이젠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달 초, 광화문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문휘창(67) 국제경쟁력연구원장(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고등교육이 큰 변화의 기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문 원장은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대학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면서도 “오히려 전통적인 교육방식과 대학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식의 전환을 돕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평가’다. 교육 내용과 방식뿐만 아니라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도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신념을 토대로 문 원장은 지난달 11일 우리나라와 스위스에서 동시에 발표된 WURI랭킹(The 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Ranking 2020)에서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의 혁신프로그램 평가를 총괄했다.

    유엔훈련조사연수원(UNITAR)·스위스 프랭클린대 테일러 연구소·한자대학동맹(HLU)·국제경쟁력연구원 등 4개 기관이 공동주관한 WURI랭킹은 각 고등교육기관의 혁신프로그램이 사회에 실질적으로 미친 영향을 정성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올해 평가분야는 산업계 적용·기업가정신·윤리적 가치·학생 교류 및 개방성 등 4가지다.

    WURI랭킹 탄생 배경에는 기존 대학평가의 한계점이 있다. 문 원장은 “기존의 대학평가는 지식전달 위주의 교육과 연구실적 등을 기준으로 삼아 특별한 비전이나 목표를 지닌 대학은 순위에 들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특히 규모가 작은 대학일수록 비교적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완한 WURI랭킹은 차별점을 갖는다. WURI랭킹은 학문 연구만을 위한 단일 지표가 아닌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지표로 삼고, 성공 자체가 아닌 성공 가능성이 있는 혁신사례를 평가했다. 또한 각 고등교육기관이 혁신사례를 중심으로 상호학습하며 교육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혁신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WURI랭킹 평가 과정에서 고등교육기관의 혁신사례는 전통적 평판의 수준이나 우수 자원 보유량과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작은 규모의 고등교육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혁신을 통해 사회에 매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일례로, 이번 랭킹에서 전통적인 평판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이 높은 대학보다 순위가 높았다. 문 원장은 “영국의 옥스퍼드대보다 캠브리지대가, 미국의 하버드대보다 스탠퍼드대가 순위가 높았다”며 “아시아 국가인 일본에서도 동경대보다 교토대, 중국의 북경대보다 칭화대가 우수한 혁신사례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WURI랭킹 종합 100위권에 포함된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은 총 6곳이다. 미국(32곳)·영국(8곳)·중국(7곳)에 이어 네 번째로,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뒀다. 부문별(50위권)로는 산업계 적용 8곳, 기업가정신 4곳, 윤리적 가치 10곳, 학생 교류 및 개방성 6곳 등이다.

    문 원장은 “서울대·인천대·삼성디자인교육원(SADI) 등 소수의 고등교육기관이 부문별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대다수 고등교육기관은 주로 중하위권에 분포하고 있어 해외 주요 대학과 비교해 혁신 프로그램 운영에서 낮은 경쟁력을 보인다”고 했다.

    특히 문 원장은 산업계 적용과 기업가정신 부문에서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계 적용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미국 스탠퍼드대나 매사추세츠공과대(MIT)처럼 캠퍼스 전체가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단일 학교 차원보다는 클러스터 차원에서 산학협력을 추진해 파급효과를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단순히 창업만 강조하기보다는 창업 이후 지속적인 가치 창출 문제를 더욱 중점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시작된 WURI랭킹은 매년 발표될 예정이다. WURI랭킹은 앞으로 평가에 참여하는 고등교육기관 수를 더욱 늘려가며 평가의 객관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각 고등교육기관의 혁신사례도 더욱 체계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문 원장은 “지금은 WURI랭킹 평가에 참여한 고등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혁신사례를 공유하고 있지만, 앞으로 혁신사례와 평가방법론 등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책을 만들고 더욱 많은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학생들은 기존 대학보다 온라인·인공지능(AI) 등 미래지향적 교육을 실시하는 대안대학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기존 대학들은 대안대학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고 배워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호 벤치마킹을 유도하는 WURI랭킹이 대학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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