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학원에서 커닝을 하면 그 때부터 난감한 시간이 시작된다. 현장을 목격한 바로 그 순간부터. 일순간 학부모와 마음이 같아지는 것 같다. 감정이 확 치솟으며 생각이 단절되니까. 아니, 저 녀석이. 사태를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궁금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약간 뒤다. 도대체 왜 커닝을 하는 거지?
강사 초기엔 당황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해서 사고가 정지된 상태로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나무라기도 하고 면박을 주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시간은 당사자 주변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준다. 그 이후 강사를 무서워하는 것 정도. 세상에 쓸데없는 짓이었던 게지.
커닝하는 이유를 찾아 해결해 주면 좋으련만 솔직히 아이들이 커닝하는 이유는 쉽게 알 수 없다. 그들도 어른과 똑같은 한 길 사람 속이다. 학생을 결과 지상주의로 몰아붙인 부모 탓이라고 쉽게 단정 짓는 육아서나 티비 프로그램도 있더라. 종종 온화하게 대화하면 참회하며 새로 태어날 것을 다짐하는 학생도 있던데 거의 판타지 소설 급이다. 현실에선 잘 있지 않는 일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무서워서 커닝하기도 하고 옆에 친구들 보기 부끄러워서 커닝하기도 한다. 심지어 열심히 가르친 선생님 보기 민망해서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할 때도 있다. 습관상 하는 아이도 있고 진짜 우연히 보여서 쓰기도 하면 종종 재미로 즐기기도 한다! 학원서 모의로 보는 테스트를 제대로 치러야 실력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게 대응을 한다는 이성에 발로한 대사는 학생들에게 그저 잔소리에 불과하다.
아이들이 학원 문을 나가면 이제 학부모의 난감한 시간이 시작된다. 물론 전적으로 강사의 선택이다. 이 사실을 학부모님께 알려야 하나. 다년간의 경험은 말한다. 그저 모르는 척 해야 가장 편하다. 적지 않은 부모님들이 학원서 왜 커닝을 잡지 않느냐고 말한다. 혹은 그 정도 케어도 못하냐고 나무라듯 얘기하곤 한다. 커닝하는 것을 잡아서 연락한 건데도 말이다. 차라리 눈에 안 보였더라면.
한 과목에서 커닝하는 아이는 다른 과목도 커닝을 한다. 모든 과목에서는 아니더라도 다른 시간에도 쉽게 시도를 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어디선가 커닝을 한다더라고 보고가 들어오면 다른 데에서 어떤지 의심해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보통 학부모님들 사고의 방향은 반대다. 다른 학원서는 안 그러는데 왜 유독 그 학원에서만? 역으로 학원 입장도 생각해야 정상인데. 다른 아이들은 안 그러는데 유독 내 아이만 커닝을 한다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정녕 조금도 들지 않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생각보다 커닝은 심각한 문제다. 솔직히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지 각 잡고 커닝하는 애들 중에 최종 결과가 좋았던 아이는 없었다. 통계적인 환상일 수도 있다. 잘못된 인과관계의 오류일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커닝이 학습에 좋지 않은 신호임에는 분명하다.
더욱 심각하게도 쉽게 커닝하는 버릇을 고치는 아이도 많지 않다. 마치 한 순간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과 완전히 같다. 커닝을 그만 하려고 결심하더라도 쉽게 흔들린다. 본인들 생각보다 커닝에 가려 실제 실력은 더 떨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성적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다시 정신 차리고 공부하려 해도 학생도 학부모도 이전보다 더 힘들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은 다시 커닝의 유혹에 흔들린다.
자기 자녀가 커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깊게 숨을 쉬고 천천히 생각하길 권한다. 섣불리 감정에 입을 맡겨봐야 젊은 날 어떤 학원 강사처럼 하등 쓸모없는 짓을 하게 될 뿐이다. 아이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생겼으므로 천천히 생각하고 길게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특히 누군가 제보를 하면 이번 한 번 뿐이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마치 바퀴벌레와 같다. 방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있으면 그 집 보이지 않는 곳엔 수십 수백 마리 바퀴벌레가 살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커닝 역시 마찬가지다. 각 잡고 아이를 혼내면 한 방에 버릇을 고치겠지? 판타지 소설이다. 그렇게 해서 나아지면 세상에 서울대 못 갈 아이 없다. 바퀴벌레 약 한 번 놓고 바퀴가 전멸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 학원에 맡기면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분도 만나곤 하는데 망설임 없이 말씀 드리곤 한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이미 떼돈 벌었을 거라고.
입시라는 긴 레이스에 어려움이 닥쳤음을 인정해야 한다. 누구나 같은 상황일 리 없다. 누구는 공부를 해도 안 되며 누구는 학원에 다닐 수가 없고 누구는 체력이 약하다. 다 각자의 애로사항이 있다. 어떤 아이는 숙제가 있는데 없다고 하고, 어떤 학생은 숙제를 안 해놓고 안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몇몇 학생은 커닝을 한다.
모두 근본 원인은 같고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도 같다.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안하고 있으며 그것을 감추고 싶어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처한 환경, 갖고 있는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학부모가 지녀야할 스탠스는 명확하다. 흥분하지 않고 길게 보며 마음 독하게 먹고 결심할 것이 있다면 결심하시라. 시련은 쉽게 극복되지 않으니까 시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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