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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임용할 교사 수를 확정하기에 앞서, 학교도서관을 사서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 학교도서관에서 초등학생들이 책을 읽는 모습.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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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서로 일하는 최모(39)씨는 최근 사서교사 임용 증원을 요구하는 일부 사서교사의 주장이 마냥 달갑지 않다. 사서교사를 늘리기 위해 사서를 채용하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사서는 교육청이 채용하는 교육공무직, 사서교사는 교육부가 임용하는 교원으로 차이가 있다. 최씨는 “사서도 학교도서관의 전문인력으로서 도서관을 관리하고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마치 사서교사만 학교도서관을 담당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오는 10월 내년도 임용할 교사 수를 확정하기에 앞서, 학교도서관에서 사서교사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교육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로는 사서와 사서교사가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꼭 사서교사를 채용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 따라 사서교사 충원해야
현행법에 따르면 모든 학교도서관은 사서나 사서교사를 둬야 한다. 지난해 2월 '학교도서관진흥법' 제12조 제2항이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를 둘 수 있다'는 임의조항에서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를 둔다'는 의무조항으로 바뀌면서다.
교육부는 올해 3월 구체적인 인력 수급 계획을 내놨다.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학교도서관 수 대비 약 50%까지 사서교사를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서교사 위주로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을 충원하겠다는 방향을 세운 것이다. 신두철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교육부에서 정원을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은 사서가 아닌 사서교사이기 때문에 사서교사 인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서교사 임용은 교육부가 맡고, 교육공무직인 사서 채용은 각 시도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입장을 근거로 사서교사 측에서는 임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한국사서협회 등 25개 사서교사 관련 단체는 지난달 22일 성명서를 발표해 “교육부는 학교도서관진흥법과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 따라 2020학년도 사서교사 임용 정원을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매년 300명 이상의 사서교사를 임용해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서 대신 사서교사를 채용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1100여명이 동의한 '학교 비정규직 사서 채용 중단하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 배치 요구' 제목의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은 서울시교육청이 하반기 교육공무직 채용공고에 사서 26명을 포함한 점을 문제 삼았다. 청원인은 “사서를 채용하면 사서교사 정원을 확대하기 어렵다”며 “교육공무직 사서 인원을 사서교사 임용 정원으로 전환할 것을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에 요구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학교도서관에는 사서보다는 교사의 지위를 지닌 사서교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서교사는 사서에게 요구되는 사서자격증뿐 아니라 사서교사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단독으로 정보활용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게 사서와의 차이점이다. 최병선 한국사서협회 사무총장은 “사서와 사서교사는 엄밀히 법적으로 다르다”며 “아이들을 인솔하고 수업을 지도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서교사 위주로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 사서도 전담인력 … 사서교사보다 도서관 관리에 적합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서교사를 중심으로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을 채용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교육청이 기간제 사서교사로 공석인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을 채우겠다고 공고했을 당시, 공공운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사서분과를 비롯한 경기도 사서단체 세 곳은 입장문을 발표해 “사서교사뿐 아니라 사서도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인정하는 전문인력”이라며 “왜 교사만 채용하려고 안간힘을 쓰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현장에서 사서와 사서교사의 역할이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본다. 권혜진 공공운수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사서분과장은 “사서교사의 역할이 사서와 다르다고 할 만큼 특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서교사는 의무 수업시수가 없어, 현장에서 수업 없이 사서로만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이 없는 학교가 아직 많기 때문에, 사서와 사서교사 구분 없이 전담인력 자체를 늘리는 게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학령인구감소 상황에서 사서교사를 대폭 늘리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서 학교도서관 전담인력은 '학령인구 감소 추세 등 시·도 교육여건 및 수요, 예산 등을 고려 중·장기적으로 증원을 추진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교원 임용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사서교사를 증원할 경우, 상대적으로 교과교사에게 업무부담이 쏠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구모(26) 교사는 “비교과교사인 사서교사의 인원이 늘면 상대적으로 교과교사 임용 인원이 줄 수 밖에 없다”며 “비교과교사는 업무를 맡는 데 제한이 있어, 교과교사의 수업시수 부담이나 업무 편중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서교사로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면 방학 동안 관리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난 학기 경기도교육청 방침에 따라 기간제 사서교사를 채용한 학교 교사 사이에서는 ‘기간제 사서교사로는 학교도서관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공무직사서와 달리 기간제 사서교사는 방학에 쉬기 때문에, 일부 사서교사 채용 학교는 방학 동안 별도로 학부모 사서 자원봉사자를 구해야 했다.
한편, 2020학년도 임용 사전예고에 따르면 사서교사 모집인원은 총 47명이다. 최종 임용 인원 확정은 오는 10월 이뤄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서교사 임용 인원은 사전예고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업무 담당할 사서교사 임용해야” vs “사서, 사서교사 역할 차이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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