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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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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ㆍ2학년도 학원 강사로 근무할 수 있습니다.”
기자가 구인구직 사이트나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채용 공고를 올린 학원 여섯 곳에 대학 2학년 1학기를 마친 학생인 체 문의해보니, 이 중 네 곳이 근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이는 불법이다. 학원 강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전문대를 졸업하거나, 4년제 일반대학일 경우 2학년(4학기)까지 마쳐야 해서다. 이처럼 학원에서는 대학 1ㆍ2학년 학생을 강사로 편법 채용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불법 노동 실태가 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1ㆍ2학년 대학생도 강사가 될 수 있도록 자격 기준을 낮추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원 강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르면 11월 현장 적용 … 불법 학원 강사 문제 해결
교육부가 지난 26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강사 자격 기준을 완화하는 게 골자다. 교습학원 강사 기준에 ‘대학 및 이에 준하는 학교에 학생으로 재적 중이거나, 재적한 사실이 있는 사람’이 추가된다. 이에 1~2학년 대학생은 물론 대학을 자퇴한 사람도 강사가 될 수 있을 예정이다. 이러한 학원 강사 자격 기준은 이르면 11월부터 현장에 적용된다.
교육당국은 대학 저학년 학생이 강사로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일하는 문제를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관계자는 “수능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1ㆍ2학년을 강사로 불법 채용하는 학원이 많았는데, 저학년 학생들이 강사로 등록되면 올바른 대우를 받고 과세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저학년 강사 능력 차이 없어” vs “책임감 부족”
저학년과 고학년의 입시 지도 능력 차이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해당 관계자는 “강사로서 일할 때 필요한 능력이 대학 1~2학년과 3~4학년이 구별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도 이러한 교육부의 생각에 동의한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홍모(17)군은 “중·고교 교육을 이수한 뒤 대학 입시를 겪은 사람이라면, 저학년이나 고학년이나 강사로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강사가 저학년이면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8)씨는 “대학 저학년 학생이면 입시를 겪은 지 얼마 안 돼 실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책임을 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월까지 학원 강사로 일했다는 대학생 황제아(21)씨는 “사회생활이 처음인데다 대학생활로 바빠 책임감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영주(18)양은 “앞선 경력이 없다보니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제대로 가르치는지 판단할 수 없어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현행 학원 강사 자격 기준은 헌법소원에서 합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학원 교육의 질을 보장한다는 게 이유였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현행 규정이 “자질 미달의 강사가 가져올 부실 교육 등의 폐단을 방지해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확보하고 교육소비자를 보호하며 국가 전체적으로 평생교육을 성공적으로 실현한다”고 판단했다.
◇ “시장논리로 질 관리” vs “학력 확인 쉽지 않아”
교육당국은 이번 시행령 개정이 학원 교육의 질을 저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가 학력을 확인하고 강사를 선택하면 된다”며 “이러한 시장 논리에 따라 학원 교육의 질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는 “강사의 학력을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라는 목소리다. 학원 강사의 학력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학원 강사 등록을 담당하는 서울특별시중부교육지원청 평생교육건강과 담당자는 “강사로 등록할 때 학력을 확인하기는 하지만,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어 별도로 강사 학력을 알리는 서비스는 없다”며 “강사의 학력이 궁금하다면 학부모가 직접 학원 측에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학원 수요가 강사 학력을 보장하는 대형 학원으로 쏠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학원 강사 채용 사이트에서 대치동 대형 학원의 채용 공고를 확인해보니 ‘4년제 대학 졸업(예정)’ ‘관련 전공자 우대’ 등으로 학력 기준을 관리하고 있었다. 소형 학원을 운영하는 학원 원장인 강모(48)씨는 “이렇게 되면 경력 2년 이상 전공자 등의 조건을 요구하며 채용과정에서 깐깐하게 강사 질을 관리하는 대형 학원이나 유명 학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교육부, 학원법 시행령 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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