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신 ‘네트워크’로 꾀한다
입력 2019.04.22 11:04
-[2人 인터뷰] 손레지나 한국IBM 상무, 오델리아 영지 디지털 프로미스 국장
  • 학교의 경계를 넘어, 외부 관계자 또는 기업과 함께 교육을 혁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추구하는 한국IBM과 디지털 프로미스의 손레지나 상무(왼쪽)와 오델리아 영지 국장을 만나봤다. / 양수열 기자
  • 사회가 빠르게 변화며 교육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세계 각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학교의 경계를 넘어, 외부 관계자 또는 기업과 함께 교육을 혁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추구하는 단체는 글로벌 IT기업인 ‘IBM’과 미국 국회가 삽을 뜬 교육기구인 ‘디지털 프로미스(Digital Promise)’ 등이 있다. 손레지나 한국IBM 상무와 오델리아 영지(Odelia Younge) 디지털 프로미스 국장이 ‘창립 20주년 기념 KERIS 심포지엄’에서 교육 혁신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지난 18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찾았다. 이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구성해 교육을 혁신하고자 하는 시도를 들어봤다.
  • 손레지나 한국IBM 상무는 “기업이 지금까지는 교육계에서 양성된 인재를 받아들이려만 했다면, 앞으로는 직접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양수열 기자
  • ◇ “기업이 인재 양성의 주체로 나서야”

    IBM의 P-테크(Tech)는 기업과 학교, 정부가 협업해 만든 교육과정으로, 산업 현장의 수요를 공교육에 적극 반영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고등학교부터 시작해 전문대학교까지 5년의 과정을 거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3월 처음으로 한국IBM과 교육부, 세명컴퓨터고등학교, 경기과학기술대학교가 손을 잡고 ‘서울뉴칼라스쿨’이라는 이름의 P-테크를 만들었다. 인공지능소프트웨어과 전공으로 52명의 신입생을 받았다.

    전 세계 13개국에 200여개의 P-테크가 있지만, 모두 IBM이 운영하는 건 아니다. 손 상무는 “이중 IBM이 직접 운영하는 건 11개교뿐이고, 나머지는 IBM과 파트너십을 맺은 500여개의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도 P-테크를 운영한다. 파트너 기업의 사업분야는 IT뿐 아니라 교육, 금융, 제과, 제조업 등으로 다양하다.

    “P-테크를 운영할 파트너 기업의 사업 분야를 제한하지 않는 건 어느 기업에게나 신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신기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제과 업체도 소셜미디어의 반응을 AI로 정리해 신제품을 출시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이에 필요한 인재는 세계 전반적으로 부족한 추세입니다. 기업과 학교가 협력한다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효과적으로 양성할 수 있습니다.”

    P-테크의 전공이 다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참여하는 기업과 학교의 협의에 따라 전공이 달라진다. 신기술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사이버 보안, 클라우드, 인공지능, 블록체인, 데이터 사이언스 등 분야가 다양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IBM이 아닌 기업이 운영하는 P-테크가 2020년에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진행할 파트너 기업은 최근 에듀테크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교원그룹. 관련 인재를 함께 기를 고등학교와 전문대를 찾고 있다.

    IBM이 P-테크를 통해 추구하는 최종적인 목표는 ‘공교육 혁신’이다. 파트너 기업의 참여로 P-테크가 늘어난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인재를 기르는 학교가 많아진다는 의미라서다. 손 상무는 “기업이 지금까지는 교육계에서 양성된 인재를 받아들이려만 했다면, 앞으로는 직접 필요한 인재를 직접 양성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며 “우리나라의 교육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파트너 기업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교육이라는 게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파트너 기업의 책임감 있는 태도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 오델리아 영지 디지털 프로미스 국장은 “교육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효과”라며 “서로 가지고 있는 자원·아이디어·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양수열 기자
  • ◇ “이해 관계자 엮으면 ‘네트워크 효과’ 생겨”

    “교육 이해관계자들이 따로 존재해서는 교육 혁신을 이뤄내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프로미스의 역할은 이들을 엮어내는 겁니다.”

    영지 국장은 이처럼 설명했다. 디지털 프로미스는 2008년 미국 국회가 주도해 설립한 비영리·초당파 교육기구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교육 혁신을 추구한다. 이때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네트워킹’. 다양한 기관과 연계해 교육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새로운 교육 시도에 관심 있는 이해관계자가 만날 수 있는 장을 형성한다.

    그는 이러한 역할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업으로 ‘혁신 교육 클러스터’를 꼽았다. 한 지역에 위치한 학교, 연구 기관, 기업, 투자자, 지역 정부를 비롯한 교육 이해관계자가 파트너십을 맺어, 공동의 목표를 설립하고 이를 성취할 방안을 고민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20개 넘는 도시에서 혁신 교육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영지 국장은 “지역을 기반으로 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지역 맞춤형으로 교육 혁신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도시인 피츠버그의 혁신 교육 클러스터는 ‘메이커 교육’을 추구한다. 과거 철강 산업으로 다져놓았던 제조업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다. 해당 클러스터에는 300개 이상의 기업, 10개 이상의 대학, 80 여개의 학군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60개가 넘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함께 구축했다.

    “하향식으로 교육 개혁이 이뤄지거나 어느 지역이나 동일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사람들은 변화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교육 혁신 클러스터에서는 지역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지역 사회를 강화한다고 여기는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프로미스가 하는 역할은 여러 관계자들을 조율하는 겁니다. 소통, 연구, 투자를 원활하게 하는 일련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자문 위원회를 운영해 도움말을 주죠.”

    이 외에도 네트워크를 구성해 교육의 변화를 모색하는 사업은 다양하다. 교육 혁신에 관심이 있는 102명의 학군장을 모아 구성한 네트워크인 ‘혁신 학교 리그’, 고등교육 기관, 에듀테크 회사 등 교육에 전문성을 지닌 주체들이 교사 온라인 연수를 제공하는 ‘교육자를 위한 마이크로 크레덴셜’ 등이 있다.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미국 최대의 통신사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함께하는 ‘버라이즌 혁신 학습 학교’ 사업으로 74개의 저소득 중학교에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며, 구글과 진행하는 ‘다이나믹 학습 프로젝트’로는 100여개 학교에서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교수법을 시도한다.

    영지 국장은 “교육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효과”라며 "서로 가지고 있는 자원·아이디어·정보를 공유해야, 기회를 잘 포착하고 어려움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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