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불평등을 해소하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교육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받을 수 있던 좋은 교육을, 전 세계에 퍼트릴 수 있겠다는 기대였지요. 인강으로 대표되는 동영상 강의 콘텐츠 덕분이었습니다.
지금도 이런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칸 아카데미'로 대표되는 인터넷 교육 서비스가 그렇습니다. 이들은 데이터 분석으로 커리큘럼을 대신하며, 인터넷 강의를 통해 수업을 대신해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나서고 있지요. '무크' 등의 방식으로 세계 명문 학교의 수업이 무료로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기대는 점점 커졌습니다.
아직 지역 균형 발달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오히려 더 몇몇 도시로 교육의 혜택이 집중되어가는 느낌이 세계적으로 들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인프라의 차이가 납니다. 기술 발달의 혜택을 보려면 우선 이를 뒷받침해줄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고속 인터넷이 있지요. 이런 인프라는 도시와 시골이 큰 차이가 납니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 된 이유는 다수의 국민이 좁은 지역에 모여 살아서, 인터넷 선을 깔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통신망뿐만 아니라 대중교통부터 다양한 체험학습까지, 환경적으로 큰 차이가 나게 되지요. 이런 차이는 기술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이 바로 그 인프라의 토양 위에 세워져 있으니까요.
인프라 중 최고의 인프라는 역시 정보입니다. 어떻게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 요즘 진로 방향은 이렇다. 라는 식의 정보들 말입니다. 이런 정보는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기도 하지만 역시 최고는 '사람'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도시는 일부 지역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바로 '사람'이 도시에 몰려있기 때문이지요.
도시와 시골은 인적 자원 차이가 납니다. 도시에는 다양한 정보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몰립니다. 그들이 서로 근접해서 모여 살면서 서로를 자극하고 더 큰 가치를 만듭니다. 따라서 이런 이들은 더더욱 서로를 만나기 위해 수도권에 머물게 됩니다.
'소셜 애니멀'이라는 책에 따르면, 교과 과목은 교육에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로의 '관계'를 통해서 하는 배움이 진짜라는 겁니다. 이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지요. 혼자 할 수 있는 업무는 한계가 명확하고, 함께 하는 협업이 진짜 일인 경우가 많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관계'에서 도시는 너무도 유리합니다.
관계를 기술이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보다는 sns, 메신저 등의 기능을 통해 오프라인 모임을 강화하는 방향이 오히려 큽니다. 여전히 정말 중요한 정보는 오프라인 관계를 통해서 나누고, 얻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인터넷이 발달하고, 자택 근무가 생활화된 미국 it 회사들조차 대부분이 실리콘 밸리에 모여 있는 사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발전이 오히려 지역 양극화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이동이 편해졌기에, 조금 좋은 교육 서비스, 조금 좋은 교육 콘텐츠로 옮겨타는 비율이 오히려 올랐습니다. 예컨대 예전에는 조금 촌스럽고, 기술 속도가 느리더라도 한국에 지역 대학교의 코딩 강의를 들어야 했다면. 이제는 무크를 통해 오히려 MIT 등 명문 학교의 코딩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1등에게 몰리게 됩니다. 학원으로 보자면 예전에는 어쨌든 동네 학원을 보내야 했다면, 이제는 고속 전철을 통해 주말마다 자녀를 대치동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가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기술이 오히려 양극화를 더 크게 하는 거지요.
교육의 고민은 그대로 사회에서도 이어집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구도 지방에 살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회의 문제가 그대로 교육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맞겠지요. 아마존과 SK 하이닉스, 미국과 한국을 책임지는 두 혁신 기업은 최근 고민 끝에 새로운 사옥을 대도시 근처에 짓기로 했습니다. 큰 도시 근처에 회사가 위치해야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겠지요. 기술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기술 기업조차 큰 도시에 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냉혹한 현실입니다.
혹자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또 다른 사람은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르지요. 확실한 건 어떤 태도로 이 문제를 보든 간에, 우선은 문제를 직시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의 지역 양극화 현상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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