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학 내 설치된 수억원짜리 조형물… ‘가치’인가 ‘골치’인가
입력 2018.10.05 11:08
  • 최근 대학들 사이에서 대형 조형물 설치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그간 대학에서는 기념이나 상징, 예술 등의 목적으로 캠퍼스 내 대형 조형물을 설치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내 학습 환경 개선은 뒤로 한 채, 캠퍼스 겉모습 꾸미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갈수록 심해지는 대학 내 재정 악화와 구조개혁이라는 긴박한 위기 속에서, 대학이 수억 원의 조형물을 세운다는 것이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국민대, 교내 대형 조형물 설치 계획에… 학생들 “학습 환경 개선 우선”

    국민대학교는 최근 교내에 대형 조형물을 설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국민대가 교내 민주광장에 수억 원을 들여 11m 높이의 조형물을 세우기로 한 것. 이 조형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산업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만든 작품으로, 그는 과거 국민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애초 국민대는 대학평의원회에서 9억원의 예산을 들여 본부관 앞을 허물고 이 조형물을 설치해 학교의 ‘랜드마크(Landmark)’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학생·동문 등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설치 장소를 민주광장으로 옮겼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소를 옮겨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2억원가량의 공사비가 들어갈 뿐만 아니라, 설립 목적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설립을 추진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민대 총학생회는 지난 1일부터 조형물 설립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조형물 설치와 관련해 학우들 대다수가 ‘탁 트인 광장 특성과 어울리지 않다’ ‘등록금 아깝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라며 “대학의 진정한 가치는 비싼 돈을 들여 세운 조형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학생에게서 나온다. 그 예산을 셔틀버스 증차, 등록금 인하, 강의 수 확대 등 학생들을 위해 쓰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현재까지 말을 아끼는 입장이다. 국민대 홍보팀 관계자는 “조형물 설립은 오래전부터 장기적으로 계획된 부분”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얘기는 전하지 않았다.

    ◇ 전북대 역사 담긴 대리석 조형물… “굳이 4개 언어 새길 필요 있나”

  • 전북대 건지광장 전경. /전북대 홈페이지 갈무리
  • 전북대학교도 지난달 교내 건지광장에 세운 대형 조형물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리석 병풍처럼 생긴 이 조형물은 개교 70주년을 맞아 그간의 학교 역사와 업적이 새겨져 있다. 10폭씩 총 4개로 이뤄졌으며, 각각 한글·한문·영어·스페인어 등의 언어로 구성됐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전북대 재학생은 “학교 역사를 새기는 데 수 억원의 돈을 투자하고, 4개 언어로 표현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국립대로서 국민의 혈세를 엄한데 낭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달 말 치러질 총장선거를 앞두고 준공한 데 대해 ‘연임에 도전하는 현 총장의 공을 추켜세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새어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일 뿐, 사사로운 목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전북대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 조성사업은 ‘한국적인 대학’이라는 브랜드를 높여 세계 속에 전북대를 각인시키는 게 핵심”이라며 “준공 이후 학생,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학교의 가치를 드높였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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