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문단의 핵심내용을 모아서 지문 전체의 핵심 논지를 파악하는 훈련에 관해 이야기 했다. 각 문단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찾아내면서 이를 통해 지문 전체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수능 국어 독서 영역의 출발점이다. 이 훈련을 차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이제 지문을 읽는 ‘틀’을 갖추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step4_지문을 읽는 ‘틀’을 갖췄는가?
수능국어의 독서 영역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과 잘 못하는 학생들이 지문을 읽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큰 차이점이 있다. 잘 못 푸는 학생들은 지문의 거의 모든 문장에 흐릿한 밑줄을 치며 읽는 반면, 잘 푸는 학생들은 자기 나름의 기호를 가지고 특정 부분에 마킹을 하면서 읽는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우 큰 차이다. 지문을 읽는 ‘틀’이 갖춰져 있는가 아닌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서 영역의 지문을 잘 읽어내지 못하겠다면, 지문을 읽을 때 아래에 적어놓은 표시를 하면서 지문을 제대로 읽는 훈련을 하도록 하자.
- 핵심어: 정사각형으로 마킹해보자. 처음에는 이 핵심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문단 내에 개념 정의 문장이 많아지면 핵심어를 골라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당연히 그래서 훈련이 필요하다.
- 부핵심어: 핵심어를 설명하기 위한 문장 내에 또 개념어가 있을 수 있다. 그걸 정의하기 위해 개념 정의를 해 놓기도 한다. 이런 부핵심어는 타원형으로 마킹을 하자. 익숙해지면 핵심어와 마찬가지로 정사각형으로 마킹해도 좋다.
- 중심문장: 중심문장에는 밑줄을 쳐보자. 처음에는 심한 경우, 한 문단 전체를 밑줄 치는 학생도 있다. 다 중요해 보여서다. 훈련을 반복할수록 정확한 중심문장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특수문장: 출제위원들이 사랑하는 표현들이 나오는 문장을 특수문장이라고 칭해보자. 주로 조건, 비례, 연관 등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하면'이라든가 '~할수록'이라든가 하는 표현들이 들어간 문장이다. 이런 문장들의 경우, 3점 짜리 <보기> 문항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장에는 물결선 밑줄을 긋도록 하자.
- 접속사: 역접의 접속사로 '하지만', '그러나' 등이 나오면 그 뒤에 핵심문장이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유사 접속사(~지만, ~하나)로 대신하기도 한다. 이런 접속사에는 V표시를 하자. 두가지 견해를 비교, 대조할 때도 역접의 접속사가 쓰이기 때문에 잘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순접의 접속사는 특징을 열거할 때 종종 사용된다. 결론을 제시하는 '그러므로' 같은 접속사의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수험생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step5_훈련이 되었는가
위에서 얘기한 마킹을 시험치면서 하라는 뜻이 아니다. 평상시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훈련을 하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귀찮고 어려울 것이다. 문제만 풀면 되지 뭐 굳이 표시를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 것이다.
그러나 이 훈련을 제대로 하다보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1) 지문의 내용이 머릿속에 대략 입력된다. 그래서 지문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2) 중요한 핵심어와 핵심 내용을 빨리 찾게 된다. 처음에는 당연히 느리다. 그러나 훈련을 하면 할수록 빨라진다. 핵심어와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출제위원들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당연히 정오답의 선지근거가 마킹한 곳에서 발견될 것이다.
(3) 문제를 풀다가 지문으로 돌아올 때 돌아올 곳을 표시하는 '좌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어느 수험생도 지문을 한 번 척 읽고서 답을 쓱쓱 찾아가기 어렵다. 지문이 점점 더 길어지고, 지문 내의 정보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독해력, 어지간한 기억력이 아니면 지문을 한 번 읽고 문제를 척척 풀어낼 수 없다. 문제를 풀면서 꽤 여러번 지문으로 돌아가서 정오답의 근거를 찾아야 하기 마련이다. 그때 긴 지문 중에서 어느 부분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좌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복' 훈련이다. 수능국어의 지문과 발문, 선지 등은 자세히 살펴보면 그 안의 소재들은 바뀌지만 큰 틀은 잘 바뀌지 않는다. 특히 지문의 구성방식은 상당히 유형화 되어 있다. 따라서 지문을 위와 같은 도구로 차분하게 분석하는 연습을 거듭하면, 수능지문을 만났을 때 주요 핵심어 및 핵심어구, 중심문장, 특수문장 등이 마치 '저 여기 있어요'하듯 눈에 걸리게 된다. 그 정도로 훈련이 되면 뒤에 나오는 문장들을 예측하면서 읽을 수 있게 되고, 당연히 문제 자체를 예측하면서 지문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사고 모델, 즉 수능적 심성모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부터 문제 푸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step6_반복하면서 자신만의 ‘틀’을 만들었는가
이렇게 수능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렵다. 그리고 지루하다. 그러나 한 두 지문을 분석해보고 '나는 국어를 못해' 하며 포기해선 곤란하다. 친구 중에는 공부를 하나도 안하는데 수능국어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하나도 안하는 것 같은데 수능국어 지문을 잘 읽고 문제를 잘 푼다면, 그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책을 읽어서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훈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걸 DNA 운운하면서 자신이 국어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핑계로 삼으면 곤란하다. 늦게 시작했으면 일찍 시작한 친구보다 몇 갑절은 공부를 해야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다행히 수능 국어 시험은 상당히 한정되고 유형화된 지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수능 기출문제를 가지고 반복해서 지문을 읽는 연습을 하자. 처음에는 서툴고 어색하고 어렵고 지루할 것이지만, 수능1등급이라는 열매는 그런 '고통' 뒤에 숨겨져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반복해서 훈련할수록 점점 지문에 표시하는 마킹의 양은 줄어들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마킹을 하지 않더라도 지문을 읽으면 지문의 핵심어와 핵심내용 등이 '저절로' 눈 앞에 떠오르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 상태를 목표로 반복 학습하자. 여러분들의 ‘국어신동’ 친구들은 오랜 독서 습관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이 상태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부러워할 것 없다. 지금부터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충분히 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스스로를 믿고 훈련에 매진하자.-
-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