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논쟁이 뜨겁습니다. 특히 자영업자에 대한 논의가 특히 화제인 듯합니다. 임금이 문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문제다. 그도 아니면 임대료가 문제다 등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확실히 자영업은 위기입니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25.9%로 6.5%의 미국, 11.1%의 일본 등에 비해 높았습니다. 국세청이 2015년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4~2013년 개인 사업자 생존율은 16.4%였다고 합니다.
전망이 좋지 않음에도 50세 이상인 자영업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2007년에서 2013년 사이 영업자 중 50세 이상의 비중은 47.1%에서 57.1%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 대체 왜 자영업에 뛰어드는 걸까요? 경제 교육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는 아닐까요? 과거 한국의 교육 제도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은퇴할 때까지 한 직장에서 사는 사람을 만드는 데 적합했습니다. 사업의 수명이 짧아져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금과는 맞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인상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웹사이트에서 투자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가상으로 주식을 구매하고, 실제 주식 시장에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뉴스를 보고, 그 정보를 통해 투자를 진행한 뒤 성공과 실패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웹 게임을 통해 경제를 배운 겁니다.
선생님은 프로그램을 통해 모의 투자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일정한 금액을 설정하고,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학생은 가상 화폐로 주식에 투자하죠. 프로그램은 실제 매일의 주가 변동을 적용해서 학생이 가진 주식의 가치를 매일 새롭게 보여 줍니다. 게임으로나마 투자를 해보는 셈입니다.
왜 이런 교육이 미국에서 등장한 걸까요? 실용적으로 교육을 정의한다면, 경제 교육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교육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는 '캐시 플로'이라는 게임이 나옵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생의 경제적인 측면을 그대로 옮겨온 게임입니다.-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개발한 보드게임 ‘캐시 플로우’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PDlWvxFw5Y
월급을 받고, 비용을 지출합니다. 그리고 금융 수익이 지출보다 늘어나면 자유를 얻게 됩니다. 자유를 얻으면 꿈을 살 수 있습니다. 인생이 끝날 때까지 꿈을 사지 못하고 월급을 받는 사람이 있고,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꿈을 모으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 게임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월급은 함정이라는 겁니다. 그 대신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오는 수입, 수동적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을 늘리라고 이 게임은 조언합니다. 부자는 돈이 많은 게 아닙니다. 돈에 자유로운 게 부자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많은 비난을 받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주장이 100% 옳다는 보장은 없겠지요. 실제로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의 현금 흐름 차트는 일반적인 회계, 재무 상식과는 좀 다릅니다.
그럼에도 저자의 고민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좋은 직장, 높은 연봉 등이 종종 교육의 목표가 됩니다. 사실일까요? '캐시 플로'게임에서 가장 월급이 많은 직업은 의사입니다. 학부모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의사는 그만큼 지출이 커서, 꼭 의사라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돈은 삶의 전부가 아니지만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 중요성에 비해 경제 교육은 아직 취약해 보입니다. 경제에 대해 가르쳐야 합니다. 월급 크기 자체가 꼭 중요한 건 아니지요. 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경제 관념을 익히려면 게임처럼 좋은 게 없습니다. 미국에서 모의 투자를 해보고, 모의 인생 게임을 해보는 건 '경험'만큼 무서운 게 없기 때문이겠지요. 뛰어난 기술력이 없어도, 좋은 기획을 통해 게임을 '몰입감'을 만들어 경제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직접 살아 보면 자기 경제를 운영하는게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직업의 목표가 자아실현 못지않게 경제적 부양이라는 걸 생각하면 한국은 이런 교육이 너무 부족한 셈입니다.
경제에 자유로워지려면 역설적으로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공포와 갈등은 결국 생존에 대한 공포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요? 경제 지식이 있다면 한결 여유 있게 모든 걸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잔인한 현실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모의 경제 게임에 관심을 가져 봄 직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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