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무덤’이라 불리는 초등 1학년… “위기에서 ‘기회’로 탈바꿈했죠”
입력 2018.06.26 11:20
[사업·육아 동시에 잡은 ‘원더우맘’] ⑨ 장서정 자란다 대표
  • 최근 창업 시장 내 엄마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과거 가정에 머물던 주부들이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들며 성공 사례들을 쏟아내고 있다. 결혼과 출산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키워가는 엄마 CEO들은 어떻게 자녀를 키우고 있을까. 조선에듀는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원더우맘(Wonder WoMom·원더우먼+엄마)의 자녀교육법을 듣고자 한다. 아홉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아이와 대학생 선생님을 매칭시켜 돌봄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서정(40·사진) 자란다 대표다.

  • 장서정 자란다 대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힌 뒤, 제 자신도 도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백이현 객원기자
  • “아이와 함께 놀고 숙제도 봐 줄 누군가가 있다면….”

    초등학교 1학년은 '워킹맘들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장시간 아이들을 돌봐주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하교 시간이 빨라 예상치 못한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돌봄 공백은 워킹맘들의 경력 단절로까지 연결된다. 장 대표 역시 이 같은 위기를 몸소 체험한 워킹맘이었다. 10년 넘게 모토로라와 제일기획에서 일한 그는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워킹맘들은 출산 전후를 어렵게 버티더라도 보육에서 교육으로 넘어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또다시 위기를 맞는다”며 “정오쯤 귀가하는 아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바쁜 엄마로 인해 학업에 뒤처지는 건 아닐지 등을 고민하며 하루에도 수십번 퇴사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장장 7년 동안이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버텼는데, 첫 아이의 ‘학교 입학’은 출산보다 더 큰 과제로 다가왔어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저녁까지 아이를 맡기는 ‘종일반’이 있었지만, 초등학교는 아니거든요. 왜 선배 워킹맘들이 방과 후 수업과 돌봄교실 신청에 목을 매고, 학원 시간표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는지 그제야 깨달은 거죠. 결국 저도 아이 옆에 있어주고자 회사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 워킹맘에서 전업맘으로…엄마들 고충 반영한 ‘사업’ 생각할 기회돼

    그렇게 장 대표는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에서 한순간에 전업주부가 됐다. 그리고 일에 쏟은 열정을 오롯이 자녀 양육으로 돌렸다. 학기 초 학부모 총회를 시작으로 엄마들 간 친목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반 대표와 학부모 대표까지 섭렵했다. 심지어 주변 유명 학원 정보까지도 줄줄 뀄다. 그는 “회사에서 업무 처리하듯 아이와 관련한 교육 정보를 습득하고 하루 일정표 짜는 일에 집중했다”며 “1년 정도 지나자, 점차 허망해지면서 ‘내가 없는 동안 우리 아이와 함께 놀고 숙제도 봐 줄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일을 포기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 성향 자체가 전업주부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광고회사에 다니며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창조하는 일을 하던 습관이 남아있었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했죠. 누구의 엄마로만 살아가기보다 ‘제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뚜렷해졌어요. 그런 생각들이 점차 모여서 나온 아이디어가 ‘대학생 선생님 돌봄 서비스’였습니다.”

    장 대표는 스스로 엄마이기에 이 같은 사업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대다수 워킹맘들이 자녀를 돌볼 사람을 찾고, 고용하고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큰애가 다섯 살 때,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놀아줄 사람을 찾다가 우연히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떠올렸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아이가 이전의 보육교사보다 훨씬 좋아하더라고요. 예컨대, 종이접기 놀이를 할 때 보육교사는 ‘선생님이 예쁘게 접어줄게’라고 말한다면, 대학생은 ‘정말 잘 접는다, 나도 하나 접어줄래?’라고 묻는 거예요. 대학생들은 아이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해주니 아이들도 더 쉽게 다가가는 거죠. 이후 ‘검증된 대학생들이 영어, 수학, 미술, 음악 등 자신의 전공에 맞게 아이를 돌봐주고 교육까지 해줄 수 있는 매칭 서비스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커졌죠. 이후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 주변 엄마들과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사업으로까지 연결지었습니다.”

  • /백이현 객원기자
  • ◇ 자녀 교육 조급해져선 안 돼…“기질 맞는 교육 중요”

    결과적으로 그의 경험은 많은 워킹맘들의 공감을 샀다. 그가 창업한 ‘자란다’는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정도밖에 안됐지만, 이용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만3~13세 아이들을 돌보는 대학생 선생님 수도 2000여명에 달한다. 초등 2ㆍ4학년인 그의 두 아들은 처음에는 바빠진 엄마로 인해 어리둥절했지만, 현재는 누구보다도 사업을 지지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그는 “어려서부터 옆에서 엄마가 사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깨닫는 바가 큰 것 같다”며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기뻐’ ‘일을 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워’라고 말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바쁜 엄마들에게 ‘자녀 기질에 맞는 맞춤 교육을 하라’고 조언한다. 대다수 부모가 의외로 자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의 재능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만난 한 부모는 아이가 책상에 앉아 진득하게 공부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았는데, 아이를 직접 만나보니 호기심이 많고 활동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경우였다. 즉, 가만히 앉아 공부만 하는 건 부모님의 바람이었을 뿐”이라며 “부모가 자기식대로 아이를 판단해 교육하려 하기보다, 아이를 충분히 지켜보고 그 기질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 역시 제바람대로만 키우려고 할 때가 있었어요. 적극적인 첫째를 키우다, 뭐든 신중한 둘째를 키우다 보니 처음엔 ‘얘가 왜 이럴까’ 이해가 안 될 때가 잦았죠. 예컨대, 책을 읽을 때도 첫째는 매번 새로운 주제와 내용의 책을 골라 읽는다면, 둘째는 한 책만 20번씩 읽는 스타일이에요. 문득 ‘이 아이의 기질은 이렇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모든 의문이 풀리면서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고 대해야 할지 알게 됐죠. 부모가 아이를 충분히 기다려주고 기질에 맞는 교육을 할 때, 아이의 재능은 훨씬 더 빛을 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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