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국어 강상희박사의 수능국어 학습법] 6월 평가원 모의평가, 치르고 난 다음이 더 중요하다
입력 2018.06.08 09:14
  •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모의평가(이하 6월 모평)가 치러졌다. 6월 모평이 중요한 이유는 이 시험에서 당해 연도의 수능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모평의 출제위원으로 섭외된 사람 중 많은 수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수능의 출제위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에서 새로운 유형의 문항이나 지문을 출제할 생각이라면, 그것을 6월 모평을 통해 먼저 학생들에게 선보인다. 6월 모평을 ‘미리 보는 수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6월 모평이 이렇게 중요하다 보니, 학생들 중에는 시험 결과를 보고 상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안 좋은 성적을 보고 조급한 마음에 그동안 학습해 왔던 제대로 된 공부법을 포기하고 점수를 높이기 위해 문제 푸는 요령 중심의 공부를 택하거나 닥치는 대로 문제를 풀어보는 ‘양치기’ 공부법을 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6월 모평을 치르고 나서 이렇게 방향을 전환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기출문제를 ‘끙끙대며’ 읽고 풀면서 익힌 수능적 사고력이나 독해력이 다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6월 모평 성적을 받으면, 그동안의 학습법과 그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성적이 잘 나왔더라도 요행이었거나 잘 이해 못한 채로 답을 골라냈다면 너무 기뻐해서는 안 된다. 실제 수능을 볼 때는 훨씬 긴장하고 또 평소와는 다르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기 때문에 어림짐작으로 푸는 방식은 실패하기 쉽다. 6‧9월 모평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이 수능에서 3~4등급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그간 문제를 어림짐작으로 풀었기 때문이다. 실제 수능에서는 모평과는 다른 수준의 긴장감을 갖게 마련이다. 더 정밀하게 지문을 읽고 정답을 찾아내는 훈련을 하는 쪽으로 공부법을 정비해야 한다.

    성적이 잘 안 나왔다면 그 이유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6월 모평은 수능과 동일한 수준의 시험이긴 하지만 수능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시험은 11월에 치를 수능이란 얘기다. 따라서 6월 모평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공부가 어느 정도 완성됐는지를 테스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이 취약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해 보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이 더 중요하다. 필자는 6월 모평을 본 학생들에게 채점하기 전에 반드시 문제를 한 번 더 풀어보라고 권한다. 문제의 정답을 모르는 상태로, 시간제한 없이 풀어보는 것이다. 그래야 6월 모평에서 시간이 부족해서 틀렸는지, 수능적 사고력이 부족해서 틀렸는지를 알 수 있다.

    시간제한이 있을 때는 많이 틀렸지만, 시간을 무제한으로 두고 풀었을 때는 다 풀 수 있다면 결코 나쁜 신호가 아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해서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때야말로 진짜 ‘양치기’가 필요하다. 이런 학생들은 수능 수준의 질(質) 좋은 문제를 80분의 시간제한을 두고 꾸준히 풀어보는 훈련을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

    반면 시간을 충분히 들였음에도 틀리는 문제가 있다면 그 영역이 바로 자신의 취약점이라고 보면 된다. 이 영역에 해당하는 기출문제와 질 좋은 문제들을 찾아 풀어보되,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며 ‘수능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속도를 높이는 훈련에 돌입하는 게 바른 순서다.

    혹여 채점하면서 정답을 알게 됐더라도 6월 모평 문제는 꼭 다시 한 번 시간을 충분히 갖고 풀어보도록 하자. 이를 통해 ‘내 사고 과정 중에서 어떤 부분이 정답을 고르지 못하게 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막연하게 1000문제, 1만 문제를 푸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공부가 된다.

    마지막으로 6월 모평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에게도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자만하지 말라는 얘기다. 재수생 전부가 6월 모평을 치른 것은 아니다. 재수생 가운데 반수생은 9월 모평부터 시험을 치르기 시작한다. 반수생의 점수가 고 3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들이 유입되면 등급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방심하지 말고 만점을 목표로 실력을 가다듬도록 하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