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개선에 따른 학생부기재 간소화방안의 하나로 2019년부터 소논문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교육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소논문은 쉽게 말하면 논문형식을 갖춘 ‘레포트(report)’라고 말할 수 있다. 과학적 연구방법론에 익숙하지 않은 고교생들이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일인 혹은 공동으로 연구하여 논문 형식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 때 소논문의 입시 효과를 맹신하다보니, 일부에서는 소논문 작성에까지 사교육이 개입된 과열 사례가 발견되고는 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과 교육부에서는 잇달아 대책을 발표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서류심사에서 소논문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교육부는 학생부 기재지침에서 소논문은 연구주제, 참여인원, 소요시간만 기재하도록 단순화시켰다. 이번 소논문 기재불가 안은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소논문이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지대한 것인가는 필자로서는 의문이 들지만, 현재 입시여건을 가정할 때, 소논문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수능과 내신 등 공부에 쫓기는 고교생들이 비교과활동의 하나로 소논문까지 신경 쓰게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부담이다. 현실적으로 한 학기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작성해야 하는 소논문을 졸업논문 등으로 공식화하고 있는 일부 고교와 일반고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입시만을 위한 소논문 쓰기라면 교육적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입시환경이 달라질 2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소논문 규제 일변도보다는 발상의 전환 필요해
다만 2015개정 교육과정 이후 다양한 고교 진로선택과목과 전문교과가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소논문을 무조건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하면서 규제 일변도로 나가는 것이 상책(上策)인지는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더불어 입시개혁이 이루어져 현 중3이 대입을 치러야 할 때, 내신절대평가와 수능절대평가가 만약 시행되고, 그로 인해 입시 환경이 달라질 상황이라면, 2년 안에 소논문을 비롯하여 학생부 기재 간소화에 대한 개편 논의를 원점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 고1부터 적용되는 개정교육과정은 지필평가보다 토론과 발표, 수행평가 등 수업 관련 활동에 대한 평가가 중심이 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있다. 굳이 사회과제 연구, 과학과제 연구 같은 전문교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교과수업관련 혹은 관심 가는 주제를 탐구하고 발표하는 수업형식이 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교생활을 하면서 궁금하거나 관심 있는 주제를 스스로 연구하고, 혹은 실험하면서 하나의 결론을 내어 보는 작업은 그 자체로 훌륭한 공부가 된다. 과도하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 보고서를 만들어 보는 경험은 성취감을 주고,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동인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의 공부 내용과 연결, 확장해본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고교생활에서 소논문과 탐구 보고서를 구분 짓는 경계선이 모호하지만, 편의상 준비하는 시간과 분량으로 나눌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결론은 소논문이 나쁜 것이 아니라, 소논문 작성에 드는 과도한 시간투자로 인해 수험생에게 끼치는 부담, 입시만을 위한 소논문 쓰기로 인한 과열현상에 따른 부작용이 유해한 것이다.
아래 학생의 예를 들면서 소논문의 바람직한 미래를 고민해본다.
“교내 00학급에서의 공부는 저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문학 특강, -중략-역사 탐방, 논문작성 등의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특히 논문작성 경험은 스스로 공부를 하는 방법을 찾고 익히게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논문은 ‘00구 고등학생들의 시간의 가치와 요인에 관한 공동 연구’입니다. 저는 설문지 항목을 정하고, 자료 분석과 최종 해석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연구대상을 00구 고교생으로 하였고 성적이 좋고 시간에 대한 인식이 명확할수록 시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것이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설문지에 어떤 항목들이 필요한지를 정하기가 어려워, 3학년 때 배울 사회문화를 미리 읽어보며 항목들을 정했습니다. 주의했던 점은 학생들의 불성실한 답변을 걸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표본자료의 분석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엑셀 계산 결과인 상관관계 분석 결과를 해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중략- 고교 수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분석결과들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은 선생님께 질문하며 해결해 나갔습니다. -중략- 연구방법을 결정하고 자료를 분석했던 경험은 사회교과에서의 질문지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자료들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해석하는 통계적 방법들에 대해 배우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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