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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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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학교에 열대우림이 있다면 어떨까?”
미국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프렌즈센트럴스쿨 학생들은 실제 열대우림처럼 꾸민 공간에서 특별한 놀이를 진행한다. 이곳에선 동물 인형들이 초록 잎이 달린 종이나무를 기어오르고, 바닥에 깔린 쪼글쪼글한 종이들이 흐르는 시냇물을 대신한다. 교사는 보물섬을 찾아가는 항해를 떠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보트를 만든다. 이들은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고 모험하는 과정에서 협동심을 배우고 서로 의견을 평가하며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능력을 습득한다. 또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고 결과를 도출해내며 자신감도 얻는다.
미국 발달심리학자 로베르타 골린코프 델라웨어대 교수와 캐시 허시-파섹 국제유아연구협회장은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선 이 같은 혁신적인 ‘역량 강화 교육’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는 단순 지식 암기식 교육을 넘어 어떤 환경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래에 인공지능(AI) 로봇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능력이 필수”라며 “암기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통합적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0년간 미래 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과학 분야를 개척해온 이 두 명의 교육과학자들이 펴낸 신간 ‘최고의 교육’(예문아카이브)에 소개된 ‘청소년의 미래 인재 역량 육성법’에 대해 짚어봤다.
◇로봇·AI 공존하는 세상… “‘6C 역량’ 키워야”
최근 세계 곳곳에선 다양한 혁신 교육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래에 AI·로봇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응할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두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엄청난 정보와 기술로 무장한 로봇과 AI가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싱가포르·핀란드·캐나다·우루과이 등 다양한 국가의 학교 현장에서는 지식만을 암기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통합적으로 역량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교과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계획합니다. 이미 만들어져 배포된 교과서로 아이들의 머릿속에 지식을 채워 넣으려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함께 아이들과 지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캐나다의 경우엔 놀이 중심 학습에 중점을 두고 아이들의 관심과 상상력을 촉진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아이들에게 단순히 ‘A,B,C’와 같은 지식 전파가 아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 강화 교육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소프트 스킬(Soft Skill·무형의 기량)’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지난 수십 년간 수학, 언어, 작문 등 시험으로 측정 가능한 하드 스킬(Hard Skill·유형의 기량)의 시대였다면, 이젠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 문제 해결력, 감정을 조절하는 소프트 스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요즘 아이들은 평생 10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8개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직업”이라며 “미래의 경쟁력 있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 지식 암기를 넘어 '깊이 사고하는 힘'인 소프트 스킬을 길러야 한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이들에게 ‘6C 역량’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6C는 ▲협력(Collabora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 ▲콘텐츠(Content)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자신감(Confidence)이다. 이들은 “6C를 키우기 위해선 먼저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어떻게 배우느냐’에 초점을 두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와 교사 등은 지시하기보다 코치의 역할을 하며,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에 더욱 창조적으로 실험하고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도 역량 길러 줄 수 있어
그렇다면 이런 역량을 가정에서도 키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집에서도 부모와 다양한 놀이를 통해 충분히 6C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수동적으로 앉아 지식을 학습하는 것보다 놀이를 통해 훨씬 더 놀라운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정해진 규칙 안에서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빠르게 성장한다”며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어디든 배움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도 일종의 ‘6C계발센터’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저녁 식사 준비나 식탁 정리에 참여할 때도 아이들은 협력과 의사소통을 배울 수 있어요. 또 부모와 함께 퍼즐게임을 하거나 수수께끼 문제를 풀고, 생일파티를 기획·준비하는 것 역시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단순히 학교와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곳이 똑똑한 놀이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올바른 지도가 곁들여진다면 효과는 더욱 극대화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시하기보다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며 답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꼭 설교를 늘어놓아야 알아들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세요. 오늘날 많은 부모가 그렇듯 그저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마치 거인들이 소인들에게 거인의 세상에 대해 말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방향 정도만 일러줘야 합니다. 이것만 지켜준다면 모든 가정이 아이들의 6C가 자라날 수 있는 환경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저명한 미국 교육과학자들이 말하는 미래 인재 역량 육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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