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두 휴대폰을 뚫어지라 보고 있다. 서로 등수를 위해 경쟁 중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게임 대신 단어 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선생님이 직접 올린 퀴즈를 토대로 말이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클래스 카드 배틀’의 한 장면이다.
플래쉬 카드. 가장 기본적인 교육 교보재다. 교육의 기본은 암기다. 아는 지식이 있어야 이를 연결해서 창의성을 발휘한다. 외국어를 잘 하려면 우선 단어를 알아야 하는 일과 같은 이치다. 이런 면에서 예나 지금이나 단어 공부 등 암기에 특화된 플래쉬 카드, 단어장은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암기장의 핵심은 ‘휴대성’에 있다. 어디서나 간편하게 내가 지식을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내 수준을 체크하고, 공부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단어 카드에 암기할 지식을 적어놓고 공부하고는 했다.
단어장을 스마트폰에 옮겨놓을 수 없을까?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은 단어장과 크기가 비슷하다. 단어장 정도의 기능은 실현하기도 쉽다. 무엇보다 직접 손으로 써야 하는 단어장보다 훨씬 쉽게 지식 구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퀴즐렛(Quizlet)을 시작으로 크램(Cram) 등 다양한 단어장 서비스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클래스 카드(Class Card)가 대표적인 플래시 카드 서비스다.
단어장이 스마트폰 앱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 우선 빠르게 배워야 할 지식을 카드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선생님이 미리 단어장 데이터로 옮겨 놓으면 학생들은 다운로드만 받으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서 다른 선생님, 다른 학생이 공부를 위해 만든 단어장을 공유할 수 있다. 종이 단어장으로는 만들 수 없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셈이다.
커뮤니티는 역으로 게임화(Gamification)을 만들 수도 있다. 서로 플래시 카드로 누가 더 많이 지식을 알고 있는지 경쟁하는 게임을 하는 거다. 처음에 공유한 ‘클래스 카드 배틀’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이 모여서 이미 있는 단어장을 가지고 퀴즈를 통해 경쟁한다. 게임을 하듯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셈이다.
재미있게도 단어장 앱은 종이 단어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대신 종이 단어장이 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보여준다. 숙제로 선생님이 단어장을 한 번에 많은 학생에게 공유할 수 있다. 선생님이나 다른 학생이 만든 단어장을 비교하면서 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반 아이들끼리 서로 스마트폰 게임 하듯 경쟁하는 일도 가능하다. 모두 간편하게 복제 및 공유가 가능한 디지털 서비스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너무나도 기술적으로 단순해 보이는 단어장 앱. 하지만 단어장 앱이 가져다주는 변화는 전혀 단순하지 않다. 작은 혁신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혀준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오프라인 교육의 영역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단어장 앱의 혁신에 에듀테크 업계가 주목해봄 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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