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과학고 이야기] 2018학년도 과학고 입시 준비③-독서
입력 2017.06.13 09:55
  • ‘학생부에 올린 책이 얼마 안 되는데요...’ 입시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자주 꺼내는 말이다. 반대로 학생부에 가득한 독서활동 상황을 잘 정리된 전리품인양 뿌듯하게 말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아직도 많은 독서 또는 그에 관한 기록들이 입시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학생을 선발하는 그 누구라도 독서의 중요성을 독서라는 ‘행위 형식’에서 찾을 리는 없다. 입시에서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수학·과학 영재들을 뽑는 과학고 입시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풀이와 선행학습에 밀려 자칫 소홀하기 쉽지만 당락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과학고 입시 준비 독서에 관해 살펴봤다.

    독서가 합격에 미치는 영향
    내신 절대평가 시대, 과학고는 어떤 학생들을 뽑을까? 수험생들에게 어떤 준비들을 원할까? 핵심 전형요소로 살펴보자. 제출서류 중 유일하게 지원자가 직접 작성하는 자기소개서 항목만 들여다봐도 과학고가 원하는 내용들은 선명하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국 20개 과학고들의 자소서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수·과학 학습 및 탐구 경험이다. 그 결과는 물론이고 과정에서의 배우고 느낀 점, 열정, 성장가능성, 창의성 등이 평가 대상이다. 지원자 개인에 따라 중점적으로 드러내야 할 역량은 다를 수 있지만 공통분모는 ‘자기주도성’이다. ‘자소설’로 의심 받기 쉬운 자소서 작성에서는 더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독서는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탐구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비교적 ‘탈사교육적’이라는 점도 학교와 수험생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관심 분야 등에 대한 다양하고 방대한 독서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읽은 책들의 수준과 실천적 독후 활동은 성장가능성을 드러내기에 매우 유용하다. 또한 기존 과학고 합격자 사례를 보면 자신의 수·과학적 창의성이나 통찰력을 독서 과정에서 끌어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재 과학고 2학년에 재학중인 A군도 그런 경우였다. A군 입학 당시 면접 중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질문이 제시됐다.

    ‘제시된 10여 가지 이상의 물건들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평소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A군은 그 순간 자신이 읽었던 수많은 책들을 떠올렸고, 그 중에서도 행성의 분류에 관한 내용을 답변에 응용헸다. 일반적인 행성의 분류와는 다르게 기하학적인 관점으로 다룬 해당 책의 내용이 인상적이기 때문이었다. A군은 질문에서 제시된 물건들을 기하학적인 기준으로 분류하며 자신의 수·과학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었다.

    수·과학과 더불어 자소서와 면접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는 인성 영역에서도 독서의 영향력은 직·간접적으로 지대하다. 정답이 없는 인성 영역 질문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그 진정성을 드러내는 게 핵심인데, 단순한 ‘취향 고백’에 그치지 않으려면 주장하는 바의 근거와 논리들이 필수적이다. 좁게는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에서부터 넓게는 자기 세계관을 구축하는 재료로서의 독서와 사색이 경쟁력일 수 있다.      

    과학고 합격을 위한 독서
    과학고 입시를 위한 독서 실천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어떤 책을 읽은 것인가, 둘째는 얼마만큼 읽은 것인가, 셋째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책의 선택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수준의 적정성이다. 반드시 수학, 과학 등 관심 분야의 책만 집중적으로 읽을 필요도 없다. 소설이나 시집을 읽더라도 이해와 공감을 통해 스스로 내면화할 수 있다면 입시에서도 의미 있는 활용이 가능하다. 너무 쉽거나 어려운 책은 자칫 전시용 활동으로 비춰져 진정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유명한 추천도서라 할지라도 서점이나 검색을 통해 목차 등을 미리 살펴보고 주변의 조언도 구해 가며 자신에게 잘 맞을지를 신중히 고민 후 선택해야 한다. 설령 수십 페이지 이상을 읽어 들어간 책이라도 속도가 나지 않거나 기대했던 내용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책을 선택하는 독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진로나 관심 분야에 연관된 고난도의 전문 서적으로 ‘스펙’을 채우는 식의 무리한 독서는 경계대상 1호다. 면담·면접 과정에서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확률이 높다.
    몇 권의 책을 읽어야 할지에 관한 결정은 지금껏 학생부 독서활동에 기재된 책의 권수와 향후 학습 일정 등을 고려한 사전 계획이 핵심이다. ‘다다익선’의 막연한 독서 계획은 빡빡한 스케줄에 우선순위가 밀려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정량적으로 평가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자소서 작성이나 면접 답변 등을 고려할 때 관심 분야, 진로, 인성 등 평가 영역별로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도서가 최소 3~4권씩 이상은 확보되는 게 좋다. 학생부에 이미 많은 책들이 등재되었고 해당 책들에 대한 실제 독서가 부실했다면 외연의 확대보다는 이들에 대한 내실을 기하고 보완하는 데 주력해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입시용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렵게 읽은 책들을 실제 입학전형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이다. 이는 독후활동과 연관이 깊다. 해당 책을 통해 얻은 인상적인 지식들을 간단하게라도 정리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서를 교과 학습이나 다른 탐구 활동들과 연동하기 위한 고민과 실천들이다. 독서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단순한 지식 습득 이상의 의미부여로 그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독서장을 작성하고 책 내용과 연관된 과거 경험이나 향후 실천할 아이디어 등을 생각날 때마다 함께 적어두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자소서나 면접뿐 아니라 교내대회, 수행평가, 각종 산출물 작성 등 다른 모든 활동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그 재미와 요령을 익혀간다면 훗날 대입에서도 ‘넘사벽’의 학업 역량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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