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과학고 이야기] 2018학년도 과학고 입시 준비①-내신
입력 2017.05.23 09:49
  • 5월 중순을 전후로 대부분 과학고들의 2018학년도 신입생 선발 전형요강이 확정 발표됐다. 지난 5월 21일 영재학교 지필고사 종료와 맞물려 이번 주부터 6월초까지는 인천과고, 경기북과고, 한성과고, 세종과고 등 주요 과학고들의 입학설명회도 예정되었다. 본격적인 과학고 입시 시즌 돌입이다. 각 과학고들은 대체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형 계획을 발표했지만, 다른 특목·자사고들의 존폐 논란 속에서 상대적으로 단단해진 과학고 입지가 올해 어떤 지원자들을 얼마나 불러 모을지는 관심사다. 다른 어느 해보다 지원자 층이 두터울 것으로 예상되는 2018학년도 과학고 입시 준비 과정에 대해 향후 몇 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순서는 중학교 내신이다.

    과학고 입시와 중학교 내신
    수학B, 과학A, 국어C, 영어C, 사회B... 지난해 수도권 모 과학고에 최종 합격한 A군의 3-1학기 최종 내신 성적이다. A군이 지원한 일반전형 경쟁률은 전국 20개 과학고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물론 A군의 내신 성적이 중학교 내내 이랬던 것은 아니다. 1~2학년 일부 주요 과목에도 B성취도가 1~2개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양호했고 수학·과학은 모두 A였다. 그래도 가장 최근 학기의 수학이 B성취도였고 주요 과목에 B와 C가 다수인 점은 과학고 입시에서 크나큰 걱정거리였다. A군이 평소 다니던 유명 입시학원들이 진학 상담 과정에서 모두 고개를 내저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내신 절대평가제가 적용되기 시작한 2015학년도 입시부터는 A군과 같은 합격이 그다지 특별한 사례도 아니다. 특히 최근 1~2년 전부터 1단계에서 지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서류평가와 함께 면담을 실시해온 서울·경기 지역 과학고 입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내신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 정도의 전형요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올해 수험생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내신으로 실망할 필요도, 자만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인천 지역 과학고들을 포함해 몇몇 지방 과학고들은 서류평가만으로 일부 탈락자를 가려내기도 하지만 이 때에도 단순히 내신 성취도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학생부 전체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서류 내용 전반을 종합적이고 맥락적으로 평가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과 내신 중에는 당연히 수·과학 성취도가 가장 비중 있게 참고 된다. 하지만 다른 과목의 성취도나 비교과 및 독서 활동 등도 수험생 전반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과학고 수험생으로서의 자기 경쟁력을 단순히 교과 점수로 판단하기보다는 수·과학에 대한 실제 관심과 열정, 학교생활 충실도와 인성 등 가치관 영역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자소서 작성 능력과 면접 대처 역량 또한 이러한 컨텐츠들에 기반하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남은 3-1학기 기말고사와 학생부 마무리 과정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 내신 관리보다 중요한 것
    과학고 합격에 가장 필요한 것이 수·과학 실력임을 모르는 수험생은 없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고 입시에서 자신의 실력이 무엇을 통해 드러나고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수험생은 드물다. 평가하는 서류도 많고 면접도 두 번이나 봐야하기 때문이다. 학생부에 나타난 내신 성취도가 지원자의 수·과학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평가 지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원점수 등이 노출되지 않는 만큼 그에 대한 평가 비중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설사 원점수까지 드러난다 해도 거기에 자신의 수·과학 실력이 온전히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 앞서 언급한 A군도 수학이나 과학에서 내신 원점수 100점은 1-2학기 수학이 유일했다. 하지만 내신 평균 90점 초중반대 A군의 실제 수·과학 실력은 드러난 점수보다 훨씬 뛰어났다. 내신과 무관하게 다양한 심화 문제들을 경험했고 독서 등을 통해 자기 진로나 관심 분야와 연관된 실전 지식들을 탄탄히 다져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A군의 가장 큰 장점은 수학을 정말 좋아하여 그에 관한 자기만의 고민과 생각들을 꾸준히 키워왔다는 점이었다. 컨디션 조절 실패 등의 이유로 내신을 망친 경험이 A군의 수·과학 열정과 실력까지 무너뜨리지는 못했던 셈이다.

    지필고사가 없는 현재의 과학고 입시는 이러한 학생들을 찾아내기 위해 학생부와 자소서를 분석하고 다양한 질문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평가의 시작이다. 질문을 통해 우선적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지원자의 실제 수·과학 실력이다. 정답을 찾는 단순한 문제풀이 능력이 아니라 중학교 수준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응용할 수 있는지를 대화를 통해 먼저 확인하고자 한다. 그런 대화 속에서는 지원자의 과학도로서의 다른 자질이나 인성까지도 함께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과학고 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내신 점수가 아닌 자신의 실제 수·과학 실력을 평가 과정에 맞춰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해당 학교의 전형요강이나 자소서 문항, 면접 질문 등을 미리 확인해보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수학과 과학을 과연 얼마나 좋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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