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주의 열정스토리] 고등학교 내신이 절대 평가로 전환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입력 2017.05.15 10:07
  • 올해 7월 교육부가 현 중3 학생들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부터 고교 성취평가제 도입 여부에 대해 발표하는 배경은 바로 2015 개정교육과정 때문입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공통과목 이수 후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다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습니다.
  • ▶성취평가제로 바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 1. 학종에서 요구하는 진로와 전공적합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적 욕구

    학생들은 단순하게 문과, 이과로 구분되어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공통과목은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고등학생들이 배워야 할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 과학탐구실험의 7개 과목입니다. 국영수 수업단위는 줄어듭니다. 통합사회는 행복, 인권, 환경, 문화 등 9개의 대주제이고, 통합과학(과학탐구실험 포함)은 물질과 규칙성 등 4개의 대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바로 학생이 꿈꾸는 진로적성과 관련된 다양한 선택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중심이 아니라 성취의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점수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 그 동기(희망진로, 전공적합성)와 과정(자기주도학습역량)을 중요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기준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 구성표입니다.

  • 같은 인문계라도 경상계열이나 어문계열 희망이냐에 따라 선택 과목은 다양하게 달라집니다. 예시입니다.
  • 이처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교학점이수제 방안도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 2. 소수로 구성되는 과목은 상대평가 9등급제가 어렵다

    2015 교육과정에서 1학년 때는 공통과목 위주로 공부하기 때문에 상대평가 9등급제를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인원이 되지만, 자신의 소질과 끼, 흥미에 따른 진로적성 과목을 선택하다보면 분명히 소수 수강 과목이 생기고 이때 상대평가를 시행하면 1등급은 물론 2~3등급조차 생기지 않는 블랭크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능에서는 만일 수능 시험을 100명이 치루는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지금 같은 9등급제에선 최고 1등급이 응시인원의 4%로 4명, 2등급 이내가 11%로 11명이 됩니다. 수를 늘려 10만명이 되면 100명의 1,000배이니까 1등급도 4,000명이 되겠지요. (실제 수능은 60만명선. 대략 2만 4,000명 부근이죠.) 실제 수능에선 같은 점수가 중복되기도 해서 조금 오차가 있습니다만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옵니다, (하지만 수능 역시 영어절대평가 이후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을 한 바 있습니다. 이 경우 수능은 제가 계속 이야기해 왔던 것처럼 자격고사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상대평가가 용이한 수능도 절대평가하겠다는 방안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인원자체가 적은 학교 내신의 경우는 절대평가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학교의 학생인원이 100명이라고 칩시다. 역시 수능과 마찬가지로 1등급은 4% 4명, 2등급(7%)이내는 11%(4+7) 11명입니다. 그런데 이때 만일 15명이 100점을 받는 경우가 생기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1등급과 2등급이 없고 모두 3등급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1) 절대 평가대상 인원이 적거나
    2) 많은 인원이 우수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때
    3) 난이도 조정에 실패해서 시험문제가 쉽게 나올 때
     

    우수한 학생들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경기외고 유학반인 IB반 같이 특별과정은 상대적으로 특별한 과목을 소수가 배우기 때문에 내신 점수 산정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20명 한 반이라면 아예 상대평가 4%체제에선 아무리 잘해봤자 0.8명, 즉 1등급이 1명도 없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일선학교에서도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전공적합성 우선 평가에도 불구하고, 공대를 갈 학생이라도 어려워 수강인원이 적은 물리II,  상경계를 갈 학생이라도 경제 과목을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유 3. 사교육 억제효과 기대
    상대평가에서는 선생님들이 일부러 문제를 쉽게 출제할 리가 없지요. 변별력을 갖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일부 출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사교육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할 필요도 있습니다.

    ▶ 어떤 일이 생길까?

  • 이렇게 절대평가가 이루어 질 경우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 확보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지필고사와 함께 평가되는 '수행평가'의 비중이 높아지게 됩니다.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데 성취평가의 가장 최상위 등급 수가 대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변별력이 사라지게 됩니다. 문제를 어렵게 내면 90점 이상을 맞는 학생 수가 줄어들겠지만 이 경우 사교육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2015 교육과정의 의도와도 상반됩니다.


    1. 수평평가 등 교과외(비교과) 활동으로 ‘동기’와 ‘과정’을 평가한다
    대학은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숫자로 나타나는 내신 성적만이 아니라 그 성취를 이룬 ‘동기’와 ‘과정’을 통해 우수성을 평가하고 검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수능마저 절대평가제로 바뀌고 나면 수능최저기준이라는 것 자체도 무의미하게 되니까요.

    입학사정관들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가요소의 순위 설문조사에서 ①희망전공 관련 내신성적 ②교과세부특기 ③교내수상실적 ④자율동아리의 순서를 꼽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동기와 과정을 볼 수 있는 항목들입니다. 특히 자신의 전공 관련 과목 성적 뿐 아니라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얼마나 다양하게 자신의 꿈을 위한 선택과목을 공부했느냐도 평가의 중요대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각 학교는 대학이 요구하는 우수 학생들에 대한 변별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수행평가의 근간이 되는 발표, 토론, 질문, 탐구, 과제 등의 평가 비중을 높이고 정밀하게 만드는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필고사의 비중을 줄이고 수행평가를 늘려 합산해서 평가하고, 대학은 교과세부특기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될 것입니다.

    이제 입시의 대세가 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얼마나 자기주도적으로 다양하게 이를 위해 넓고 깊게 학습해 왔는지, 절대 성취기준에 도달한 정도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뚜렷한 진로목표와 수행평가·발표·토론·질문 등 교과세부특기 요소가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적 부풀리기로 평가 신뢰도 저하'되거나, 특목고·자사고· 강남 등 교육특구 학생들이 훨씬 더 대입에 유리해진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상대평가제 때보다 내신 관리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폐지함으로써 교육평등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정책도 발표되고 있는 것입니다.

  • 2. 학생부 교과(내신)전형은 갈 길을 잃게 된다. 논술도 사라진다

    더 나아가 내신성적과 수능최저를 기준으로 선발하던 교과전형은 내신과 수능이 다 절대평가로 가게 되면 학생을 선발하는 요소의 중심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학령인구의 감소, 부실대학의 정리방침, 교과전형 등 선발방법의 부재 등으로 인해 지방대와 하위권 대학들의 존립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수능최저기준을 절대적으로 활용하는 명문대 논술 역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아니더라도 폐지의 길을 자연히 걷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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