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2021년 수능 자격고사는 가능할까?
입력 2017.01.31 11:21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오늘은 수능과 관련된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난 1월 17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는 한국 진로 진학 정보원 주최로 2021 대입 제도 및 수능 개선 방안 포럼이 열렸습니다. 오늘은 이 포럼에서 제시된 우리 교육과 입시의 미래에 대해서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 포럼을 개최한 한국 진로 진학 정보원은 입학 담당 교수님들과 학교 진학 담당 선생님들의 모임으로 이날 1부 발제는 진동섭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맡았습니다.

    2015 교육 과정이 내년부터 고등학교 신입생에 도입되면서 이들이 수능을 치르는 2021년도에는 수능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과정의 변화와 제 4 차 산업 혁명에 맞는 교육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이날 포럼의 하이라이트는 수능의 위상과 변별력을 낮추는 일이었습니다. 수능을 보는 시점도 고 2 겨울 방학 시기로 앞당기고 수능 출제 범위도 지금처럼 고 3 때 배우는 게 아니라 고 2까지 배운 문이과 공통 과정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하십니다. 이럴 경우 수능의 위상은 필연적으로 약화됩니다. 대학 입학 자격을 허용 받는 정도의 자격시험으로 위상이 조정되겠지요. 학생으로서는 수능 공부의 양과 시간 모두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날은 이런 주장도 나왔습니다. 시험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선택과목이나 진로선택 과목에서 수업의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선택 과목들은 미국처럼 SAT2 형태로 주관식 수능을 치르면 논술고사도 흡수할 수 있다는 방안도 있었습니다. 이 주장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채점이 쉽지 않고요, 대학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주관식 시험이라는 점에서 더 어려워지고 더 학습 부담이 늘 수 있습니다. 오히려 수능의 위상을 더 높여줄 수 있습니다. 어려워지면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더욱 의존할 겁니다.

    저는 이날 나온 이야기 중 고 2 때 문이과 공통 절대 평가 수능 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개인적으로 지지합니다, 그렇게 되면 고 3이 되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더 찾기 위한 탐구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아주 교육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소서 보고서 심층 면접 필요하면 논술 등의 대학별 고사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요. 대학들도 보다 더 정밀하고 공정하게 입시를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청구고등학교 이동우 선생님은 자료집에서 “시대착오적 대입전형 체제(수능․배치표 체제)에 지배됨에 따라, ‘교육과정의 무력화․황폐화’, 이로 인한 ‘교육의 본질적 가치(인성교육․진로교육․창의성교육등)의 무력화․황폐화’라는 참담한 고통과 수렁 속에서 허덕여 왔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 공정성 투명성 등에서 문제가 많다고 해도 다양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게 하고 학교 생활에 충실하게 만드는 장점이 더 많은 제도입니다. 반면 수능 같은 표준화 획일화 시험은 국가가 주도하는 한 줄로 줄 세우기라는 점에서 비교육적입니다. 그리고 객관식 5지 선다 정답 찾기 속에 학생들의 생각을 옥 죈다는 치명적 약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학 전공과 직접적인 연결이 안 됩니다.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입학 후 학업 성적은 학생부 교과 전형 합격자들이 가장 높고 학생부 종합 전형 합격자들은 중상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업이나 전공과 관련된 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나 교과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수능 점수가 높은 학생들보다 대학 생활을 잘 하고 입학 후 성적도 좋다면 객관식으로 채점하기 쉽고 줄 세우기 쉽다는 것, 떨어지면 왜 떨어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는 사실 말고는 수능의 장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해마다 들쭉날쭉 하는 난이도,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 등 운이 작용하는 요소가 너무 큽니다. 3년 동안 학생들의 학업과 학교 생활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생부 종합이 취지와 명분에서 수능 성적 하나만을 보는 정시보다는 나은 제도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외국은 어떨까요? 일본도 조만간 우리나라 수능 시험 같은 센터 시험을 폐지하고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으로 전환합니다. 유럽은 이런 획일화된 국가 주도의 표준화 시험이 없고요, 미국은 있습니다만 어느 대학도 표준화 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현재 한국 현실에서 곧 바로 수능을 자격 고사로 전환하거나 정시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인정합니다. 정시 수능 전형으로 갈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위하여 100% 수능 성적으로 뽑는 인원이 어느 정도는 존재해야 합니다. 저는 그 비율은 지금처럼 30% 내외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서열화가 있는 한 패자 부활전으로서 정시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능 자격고사 혹은 절대 평가는 어쩌면 21년도에는 너무 이르고 국립대 통합 등 대학 서열화를 해체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이루고 나서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3대 7의 비율로 현재 입시 구조가 유지된다면 현재 지적된 학종의 많은 문제점은 그 문제점을 고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가는 것이 답입니다. 학생부 조작이 문제라면 면접을 통해 철저하게 학생을 검증해야 합니다. 잘못이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를 해야 합니다. 대학들은 선발 결과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지극히 불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공정성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학력고사로 뽑던 80년대 수능으로 뽑던 90년대가 정의가 흐르고 공정했나요? 최고 권력자를 감방에 보낼 수 있는 지금이 그때보다는 훨씬 더 공정한 사회 아닌가요? 국민들이 훨씬 더 똑똑해지고 비판적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수시 논술 특기자 전형 입학사정관제 학생부 교과 전형 등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우리 사회에 다양성과 관용이 더 많이 허용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입시에서 공정성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지요. 그러나 수능을 어렵게 출제하고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인원을 늘리는 방법만으로 입시에서 공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종에 문제가 많다고 해서 그 문제점을 고치려고 하는 노력 대신 편하다고 수능 100% 정시의 비율을 대폭 늘리거나, 수능 이전의 학력고사 시절 혹은 그 이전의 예비고사 본고사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일은 아닐까요?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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